버지니아 산골에 자리한 우리 학교에 어쩐 일인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인 교수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까지 다해서 꼽아보니 모두 아홉 분의 선생님들이 계신지라, 개강맞이 식사 모임을 하기 위해 일시를 정하는데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길건너 사시는 이교수님과 단둘이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래드포드 대학교 한인교수회" 라며 낄낄거렸는데, 요즘은 정말로 무슨무슨 회 라고 이름을 붙여도 웃기지 않을 것 같다.
올해 새로 오신 선생님 중에 현대무용을 전공하신 선생님이 계신다.
한국과 체코와 영국에서 공부하고 무용단에서 안무를 하셨던 분이라 바디랭귀지로 자신의 마음을표현하는 스케일이 굉장히 크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한 선생님이 둘리양이 이쁘다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표현하니, 낯선 이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둘리양도 이렇게 안겨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 날은 우리 학교에서 하는 발레 클래스 등록을 하러 갔었는데, 무용과에 계신 선생님이 특별히 댄스 스튜디오를 열어서 둘리양에게 구경시켜 주었다.
토요일의 조용한 댄스 스튜디오에서 선생님과 둘리양은 발레 동작을 해보기도 하고, 넓은 홀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던 둘리양이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뛰어가는 동작은 놀이처럼 즐거워하며 따라했다.
사실은 다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발레 클래스에서 엄마가 교실에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걱정하기 시작한 둘리양에게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좀 시켜보려고 했던 것인데, 이 날은 선생님이 워낙에 친절하게 대해주니 엄마가 스튜디오 바깥에 나가서 안보여도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낯선 선생님(무용과 학생)과 낯선 아이들이 함께 하는 발레 수업은 어떨지 다소 걱정이 되고 있다.
댄스 스튜디오에서 즐겁게 뛰어놀고난 다음은 이선생님의 학과 사무실을 구경했다.
예전에 성악과 김선생님 연구실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무용과는 더더욱 신기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
무대의상을 수선하기 위한 시설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 무대 의상은 외부 업체에서 구입을 하지만, 각 학생의 체형에 맞게 수선을 하기도 하고 오염된 옷을 세탁하려면 이런 시설이 필수적인가보다.
학과 사무실 한 켠에는 이런 해골 모형도 있었다.
몸의 구조를 잘 알아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서이겠지 짐작했다.
우리 학교 네 번째 이교수 님이 된 이지은 선생님.
둘리양을 아주 많이 예뻐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다.
2016년 9월 4일
참고: 우리 학교에는 네 분의 이 교수님, 두 분의 박 교수님, 그리고 각기 한 분씩 김교수, 정교수, 유교수가 있다.
한국의 흔한 성씨를 잘 모르는 미국인 학생들은 나와 언어치료 학과의 박교수가 친척인줄 오해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