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아너스 펠로우쉽 덕분에 강의 한 과목을 면제받은데다, 프로그램 대표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마침 이번 가을 학기에 정교수로 승진하기 위한 심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잘 되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 까지는 강의와 실습생 지도 때문에 바쁘지만 금요일에는 주로 회의에 참석하거나 회의가 없는 금요일이 가끔 있다.
그래서 내가 세운 계획은, 회의가 없는 금요일을 글쓰는 금요일로 정해놓고 심사준비를 위한 지원서도 쓰고, 연구논문도 쓰고, 매 월말이면 다음세대 원고도 쓰고, 그러기로 했다.
회의가 있는 금요일이라도 보통은 오전이나 오후에 비는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 동안에도 글쓰기를 한다면 이번 학기 동안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회의 두 개가 있었고 한국인 선생님들과 개강 기념 티타임을 가지느라 글을 하나도 못썼다.
오늘은 원래대로라면 아침에 교생실습 학교를 방문해야 했는데 눈다래끼가 나서 혹시라도 어린 아이들에게 전염시킬까 걱정되어서 – 사실은 게으름 부리고 싶어서 ㅎㅎㅎ –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종일 연구실에 앉아 있다.
편안한 청바지 차림으로 커피잔을 기울이며 음악도 틀어놓고 글쓰기를 하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아직도 프로그램 대표였다면 오늘 같은 날은 십중팔구 회의가 잡혀 있거나 산더미같은 이메일에 묻혀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을 것이다. 불쌍한 케티… 복도를 지나면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ㅎㅎㅎ
오늘은 간단한 워밍업으로 승진심사 신청 편지를 썼다.
보다시피 단 석줄짜리 편지이다.
승진 심사 절차상 학과장에게 이번에 내가 승진 심사를 받겠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기 때문에 요점만 간단히, 그러나 편지의 형식을 갖추어 써야 한다.
이번에 나와 함께 승진 심사를 받는 동료 교수가 두 명 더 있는데 그들도 단 두줄 짜리 편지를 썼다고 하길래 나는 성의를 조금 더 보태어 세 줄로 썼다.
9월 16일까지 이 편지를 제출하고 그 다음은 10월 24일까지 심사 자료를 잘 정리해서 커버레터와함께 제출해야 한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 교수 두 명으로부터 그들이 심사받을 때 제출했던 자료를 받아두었다.
둘 다 아무 문제없이 승진을 했으므로 본보기삼아 같은 형식으로 내 자료를 준비하려고 한다.
심사 서류는 두꺼운 바인더 안에 자료를 항목별로 잘 분류해서 넣고, 가장 중요한 커버레터도 첨부해야 한다.
커버레터에는 지난 5년간 나의 업적이 돋보이도록 잘 요약하고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쓰면 거짓말이지만, 했던 일을 이왕이면 우리 단과대 또는 우리 대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덕목들과 연관지어 보기 좋게 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다음 주 금요일에 함께 심사를 받을 동료들과 만나서 이 자료 정리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나눌 예정이다.
2016년 9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