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만 (?? 풀만 먹은 건 아니고… 부실하게 먹었다고 쓰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먹고 살다보니 어느날은 고기가 먹고싶어졌다.
9월 중순이라지만 아직도 바깥은 너무 더워서 그릴을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고, 또 그릴을 달구어서 스테이크를 구우면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니까 오랜만에 전기 후라이팬을 꺼내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마트에서 고기를 사면서 야채도 몇 가지 사와서 함께 구워먹는 게 우리집의 풍습이다 🙂
상추에 고기쌈을 싸먹는 것 보다도 이렇게 먹는 게 야채를 더 많이 골고루 먹을 수 있고, 준비하기에도 더 간편해서 좋다.
날씨가 아직도 덥긴 하지만 수박이나 복숭아 같은 여름 과일은 이제 슬슬 마트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나발 오렌지 (이름이 뭐 이래? ㅎㅎㅎ) 를 사보니 아주 싱싱하고 연하다.
상큼한 맛의 과일을 좋아하는 둘리양이 이렇게 잘라주면 앉은 자리에서 두 개는 가뿐히 먹어치운다. 그것도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다 먹고 후식으로 먹는 과일인데 말이다.
내 안의 고기 허기증이 한 끼의 스테이크 식사로 달래지지 않았던지, 며칠 후에는 소뼈다귀 두 개를 사와서 슬로우쿠커에 물을 붓고 하룻밤 끓여서 설렁탕을 만들어 먹었다.
뽀얀 고깃국물에는 파가 동동 떠있어야 제맛이니 파를 잘게 썰어서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통에 담아 두었다.
뼈를 하룻밤 끓이고 냉장고에 식혀서 굳은 기름을 다 걷어내고나니 어쩐지 국물이 너무 휑해 보여서 샤부샤부용 고기를 넣고 다시 한 번 더 끓였다.
국물에 밥을 말아주니 아이들이 참 잘 먹는다.
2016년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