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있는 한, 할로윈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이미 10월이 시작하자마자 현관문과 차고 문에 할로윈 장식을 달았고, 주말마다 내 코스튬은 언제완성할거냐는 재촉하에 인어 옷을 만들기도 했다.
네버랜드 해적 제이크 만화에 나오는 인어공주 마리나와 똑같은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이렇게 만들어 주었다.
인어공주라서 육지에서 걸어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거기에다 예쁜 플립플랍 신발을 신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나가더니 기어이 발에 물집이 잡혔다.
계단이 많은 집은 캔디 바구니를 내게 맡기고 기다시피 해서 올라가서 캔디를 받아오기도 했다 ㅋㅋㅋ
나중에는 피곤하고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업으려고 했는데 다리가 벌어지지 않아서 도저히 업을 수가 없었다.
이 무거운 녀석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무척 피곤해져서 할로윈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동료 교수 한 분은 요정으로 분장하고 강의를 진행했다.
저 호박같이 생긴 그릇 안에 캔디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교수 연구실마다 들러서 캔디 먹을래? 하고 물어보고 나눠주는데, 우리 아이들 보여주려고 기념 사진을 함께 찍었다.
할로윈 캔디 동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캔디를 분류하며 즐거워했다.
(아가씨야… 앉은 자세가 참으로 개방적이구나!)
이렇게나 좋아하는 아이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캔디 동냥을 다녀온 사이에 남편은 집에 남아서 우리집에 찾아온 귀신들을 맞이했다.
올해에는 캔디 대신에 짭조름한 프렛첼 과자와 할로윈 무늬가 그려진 연필을 사다놓고 우리집을 찾아온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진작에 그럴 걸…
이제 할로윈은 마쳤고, 다음은 코난군의 생일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가 이어지는 명절이다.
코난군은 올해 생일파티 대신에 레고 장난감을 받기로 아빠와 합의를 본 모양이다.
추수감사절에는 김장을 해서 한국인 동료 교수들을 초대할까 생각중이고, 크리스마스는 크루즈 선상에서 보내게 된다.
새 해가 되어 새 학기 개강을 하고 얼마 안있으면 발렌타인스 데이, 둘리양 생일, 내 생일…
또다시 줄줄이 무언가 즐겁기는 한데 그래도 준비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바꾸어 생각하면 아이들 덕분에 별의별 날을 다 기념하며 살게 되어 삶이 다채로워진 것 같기도 하다.
2016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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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잊고 올해의 잭오랜턴 사진을 빠뜨렸다.
코난군이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서 찾아낸 디자인이다.
우리집에 찾아온 아이들 중에 코난군 또래 아이들이 현관문 앞에 놓아둔 이 호박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칭찬해주는 걸 보니, 아이들 생각은 다 비슷한가보다.
우와.. 의상도 멋지고… 잭오랜턴도 진짜 작품이에요!!
저도 올해는 레오가 프리스쿨에 들어간 덕에 이래저래 할로윈 관련 행사가 많았어도 . 그리고 다행히 시어머니께서 아이들 옷이며 소품을 만들어 주시는게 낙이셔서… 어머니께서 계시는 동안은 저는 할로윈 코스튬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아요.. 저도 내년엔 멋진 코스튬 한번 장만해서 입어볼까 해요..
아이들 키우면서, 어른들끼리 살았다면 절대 안했을 것 같은 일들을 참 많이 하게 되어요.
할로윈도 그렇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며 발렌타인스데이, 인디펜던스데이 등등…
레오랑 로빈 덕분에 두 분 아마 새로운 경험 많이 하시게 될겁니다.
다소 유치하긴 해도 새로운 재미가 있기도 해요 🙂
솜씨 좋은 할머니가 계셔서 레오랑 로빈은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