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트에서 파는 것 중에 페퍼로니 롤 이라는 빵이 있다.
주먹 만한 크기의 빵 속에는 매콤하고 짭짤한 페퍼로니 소세지 슬라이스가 들어있는데, 페퍼로니도 좋아하고 디너롤도 잘 먹는 코난군에게는 아주 안성마춤의 빵이다.
그런데 여섯 개 들이 한 봉지가 3.99 달러인 것은 그렇다치는데…
이게 아무래도 마트내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팔다 유효기간이 얼마 안남은 페퍼로니를 처치하려고 급조해서 만들어 파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떤 날은 안팔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반값에 할인해서 왕창 내어놓고 팔기도 하기 때문이다.
빵 반죽이야 베이커리 코너에서 넘쳐나게 흔한 것일테고 페퍼로니 팔다 남은 것은 빵반죽에 넣고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음식이라서 어쩐지 제값을 다 주고 사다가 아이들에게 자주 먹이는것이 흔쾌하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에 태권도 심사를 받으면 내일 낮에 새 벨트 수여식을 하면서 또 음식을 준비해가서 팟럭 파티를 하게 되는데, 코난군이 이번에는 이 페퍼로니 롤 을 준비해 가자고 했다.
지난 번 팟럭에서 두 번 연속으로 핏자를 사가지고 갔는데 이번에는 추수감사절 방학이 시작되는지라 시간도 좀 있고 하니 오랜만에 직접 음식을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인터넷을 찾아보니 간단한 재료 구입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레서피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 올해부터 코난군의 학교가 15분 늦게 시작하고 스쿨버스는 20분이나 늦게 오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갈 준비를 다 해놓고 20-30분씩은 하릴없이 기다리게 된다 – 구입할 재료 목록을 써보게 했다.
원래 레서피는 8개의 빵을 만드는 분량인데 우리는 40개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재료를 다섯 배로 계산해서 기록해야 했다.
그런데 자연수의 곱셈은 손쉽게 암산으로 하는데 1/2컵의 다섯배를 계산하는 것은 코난군이 어려워했다.
그래서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었다.
내일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빵을 만들어서 사진을 추가해서 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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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추가함
코난군과 함께 계산해서 만든 쇼핑목록대로 구입한 재료이다.
냉동 크로아상 반죽캔 다섯 개, 모짜렐라 치즈, 페퍼로니 슬라이스, 그리고 토마토 소스인데, 토마토 소스는 빵을 만들 때 넣지 않고 그냥 가지고 가서 먹고 싶은 사람이 찍어 먹게 하기로 했다.
캔에 든 냉동반죽을 잘 펴서 치즈를 반 숟갈 정도 되게 올린다.
치즈 위에 슬라이스된 페퍼로니 세 개를 나란히 놓는다.
페퍼로니와 치즈가 빠져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그러나 부드러운 반죽이 눌려서 딱딱해지지 않도록 살살 말아준다.
아이들을 시켰더니 재미있어 하면서 제법 잘 만들어서 40개를 만드는 일이 지루하지 않았다.
코난군의 솜씨
화씨 375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0분간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따뜻한 빵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곱셈이 취약한 코난군에게 빵을 만드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곱셈 연습을 하게 했다.
반죽 캔 한 개로 여덟개의 롤을 만들 수 있는데, 지금까지 세 판을 구웠으니 모두 몇 개를 만들었니?
롤 한 개에 페퍼로니가 세 개 들어가는데 여섯 개를 더 만들어야 하니 페퍼로니가 몇 개 더 필요하니?
이런 문제를 풀게 했다.
이 녀석은 제발 아빠를 닮아서 수학을 잘해야 할텐데…
안그래도 수학교육이 많이 부실한 나라에 살면서 수학을 제대로 못배우게 될까봐 걱정인데, 거기에다 수학에 잼병인 나를 닮으면 설상가상일게다.
아직까지는 학교에서 하는 수학은 잘 하고 있는데 – 성적표에도 그렇고 담임 선생님도 코난군이 수학 과목을 가장 잘 한다고 하셨다 – 방심하면 안되는 것이, 나도 국민학교 졸업할 때 까지는 내가 수학을 못하는 줄 전혀 몰랐다.
중학교 까지만 해도 다른 과목에 비해 성적이 좀 안나온다 싶은 정도였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대입 학력고사에서 수학 점수만 잘 나왔다면 나도 관악산에 있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을텐데…
ㅎㅎㅎ
빵 요리 하다말고 별 부질없는 생각을 다 한다 🙂
2016년 11월 19일
오호.. 아이들이 제법인데요.. (물론 엄마 품이 배로 더 들었을거 잘 알고 있죠). 어디서나 베이징이아이들 수학공부에 그만이라고… 1/2 컵 1/4컵 등등.. .. 저도 저이 산수 실력을 제일 총 동원할때가 베이킹할때거든요..
저도 수학은 진짜 젬병이었어요… 고등학교때 미적분 배울때.. 칠판에 써있던 내용들이 정말 고대상형문자로 보이던 기억이 나요.. 수학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수학이 업인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저도 비슷한 신세: 수학포기자인데 물리학자를 남편으로 만났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를 좀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그게 또 내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