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처음 유학을 왔던 것이 크리스마스를 막 지내고난 12월 27일이었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을 기어오르며 낯선 곳에서 생존하느라 고생하다가 다시 12월이 되자 일 년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가을학기 석사 과정 마지막 수업이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해밀턴 선생님 수업을 들을 때였는데 어쩌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이 많은 아줌마 학생 하나가 "원더풀 타임 오브 더 이어~~"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더랬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와는 약간 분위기가 다른데, 한국에서는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축하 분위기 아니면 산타한테 선물을 받을기대로 흥분한 아이들, 혹은 연인과 근사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의 분위기가 주류이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는, 어찌 보면 한국의 설날과 비슷한, 그야말로 명절의 기분이 난다.
선물을 받을 기대에 부푸는 것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고, 평상시에 다정하던 연인들은 오히려 이 맘때가 되면 각자의 가족을 방문하느라 데이트를 못할 지경이다.
나에게 12월 혹은 크리스마스는 이번 한 해도 그럭저럭 잘 살았다는, 무사히 일 년을 보냈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푸근해지는 그런 때이다.
또한, 해마다 12월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더래서 떠올릴 추억도 많다.
미국와서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에는 남자친구와 둘만의 비밀여행을 올랜도 플로리다로 다녀왔었다.
곱슬머리 숱이 지금보다 더 많았던 그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했지만, 내 평생에 처음 가본 디즈니월드 역시 크나큰 추억이었다.
그 다음해 크리스마스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위의 그 남자친구와 신혼여행을 즐겼고…
그 이후에도 12월에는 한국 여행을 다녀오거나 아이들과 온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곤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다르지 않아서 크루즈 선상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다.
그러고보면 12월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달인것 같다.
올해 12월의 즐거운 이벤트를 즐기기 전에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으니…
바로 학생들의 과제물과 시험과 실습의 평가이다.
제일 재미없는 일이 학생들의 페이퍼를 읽고 채점하는 것과 십 수 페이지에 달하는 교생실습 평가항목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도 이것만 마치면 방학이다! 여행을 떠난다! 하고 격려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행히 채점할 것들 중에 다소 재미있는 일도 있다 🙂
바로 학생들이 만들어 제출한 유아교육 자료들이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다닐 때에도 이런 거 참 많이 만들고, 모의수업 발표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의 미국 대학생들도 유아교육 공부하는 건 많이 다르지 않다.
이런 과제물은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학생들이 쏟아부은 노력이 기특해 보여서 채점하기가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
이제 2주일만 더 일하면 방학이다!
야호!!
2016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