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크루즈 여행 후기 06 – 베란다가 딸린 객실

Loading

크루즈를 예약할 때 객실을 선택하게 되는데, 크게 네 가지 종류의 방이 있다.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고 화장실에도 티비가 달려있는 등의 호사스러운 스위트룸 구조가 있고, 그 다음은 모두가 비슷한 구조이지만 베란다가 딸려 있는지, 통유리창이 있는지, 아니면 창이 없는지에 따라 분류가 된다.

스위트룸 구조는 다른 종류의 객실에 비해 그 가격이 두 배 이상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보통 월급쟁이 수준의 소득으로는 선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만약에 이 방을 선택한다면, 스위트룸 승객만 갈 수 있는 분리된 라운지와 풀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특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복권에라도 당첨된다면 한 번 이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그래서 보통 소득수준의 가족이라면 창문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창문대신 베란다를 택하느냐의 선택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공부해보니 어떤 이는, 객실 안에 머물 시간이 별로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내고 창문이나 베란다가 있는 방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돈을 더 내더라도 베란다가 있으면 환기를 시킬 수도 있고 바다를 바라보는즐거움이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 견해로는, 창문이 있는 객실과 창문이 없는 객실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창문이 없는 방은 불을 끄면 캄캄하긴 하지만, 창문 대신에 창문처럼 생긴 모니터가 있고 거기에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실시간 바다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창이 있는 객실이라 하더라도 창문을 열 수는 없기 때문에 바깥 공기를 실내에서 마실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창문이 없는 객실은 그 숫자가 적고 낮은 가격 때문에 재빨리 예약이 차버려서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집에서도 실내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북적이는 크루즈의 액티비티 중간중간에 방으로 돌아와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베란다가 있으면 환기를 하기도 좋고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다.

다른 방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도 작용해서 결국 베란다가 딸린 객실을 선택했다.

방을 예약할 때는 디즈니 크루즈 홈페이지에서 배의 평면도를 보면서 직접 고를 수가 있었다.

방의 층수와 방향에 따라 방 안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볼 수도 있다고 하고 (배의 진행방향으로 봤을 때 왼쪽의 방이 그렇다고 함), 높은 층과 낮은 층에 따라, 배의 앞쪽이냐 뒷쪽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액티비티에 대한 접근성이 다르다고 읽었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랬다.

객실은 가장 낮은 2층부터 우리가 묵었던 가장 높은 10층까지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참고: 스위트룸 객실은 11층에도 있음), 기다란 배의 특성상 배의 앞부분, 중간, 뒷부분 중에서 원하는 곳을 고르게 된다.

낮은 층일수록 배의 흔들림이 덜 느껴져서 멀미를 덜하게 된다고 하는데, 대신에 배의 엔진소음과 진동이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4-5층의 중간 부분 객실은 키즈클럽과 가깝고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 레스토랑과도 가까우며 수시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3층 로비와도 가까운 장점이 있어보였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높은 층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한 방을 선택했다.

이 위치에서는 아침과 점심 뷔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을만큼 가깝고, 또 물놀이 시설과 풀장도 쉽게 왔가갔다 할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던 아이스크림 스탠드와 음료수 코너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또 배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한 방은 베란다의 넓이가 다른 곳보다 서너배 커서 마음에 들었다.

단점은 메인 로비와 키즈클럽이 멀어서 그리로 이동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다음에도 기다란 배의 복도를 따라 많이 걸어야하는 점이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우리 아이들은 키즈클럽을 별로 많이 이용하지 않았고 (부모없이 아이들만 들어가서 놀게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엄마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둘리양이 거기서 혼자 놀 리가 없었다), 메인 로비에서 디즈니 캐릭터와 만나 싸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두 아이 모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코난군은 쑥쓰러워서, 둘리양은 낯선 사람이 바글대는 것이 싫어서 🙂

 

결론은, 가족의 성향과 아이들의 놀이 취향 같은 것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객실을 골라야지, 딱히 이것이 가장 좋다! 하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참, 멀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쓰는데, 배는 주로 밤에 이동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배가 움직이지 않고 있거나, 움직인다는 느낌을 못받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배 안의 의무실에는 멀미약이 준비되어 있어서 원하면 얻어다 먹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배멀미를 하지 않을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저녁에는 배가 흔들린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흔들리는 느낌이 너무나 전체적이라 –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좀 애매하긴 한데, 수백 명이 앉아있는 극장에서 쑈를 보는 동안에배가 거대한 규모로 천천히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지럽거나 무섭지 않고, 뭐랄까 약간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뽕맞은 느낌이 이럴까? 싶은 정도로 야릇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 이거 참 신기하다 하는 정도였지,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멀미증상은 없었다.

그것도 그 날 저녁 단 한 번 뿐이었고 다른 날 저녁에는 바람과 파도가 잔잔했는지 흔들리는 느낌이 아주 약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바하마나 캐리비언으로 가는 항로가 겨울에는 잔잔하지만, 허리케인이라도 만나게 되는 여름철이라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

 

배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한 우리 객실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승선 수속을 하면서 받게 되는 카드키로 문을 열고, 오른쪽에 보이는 곳에 카드키를 꽂으면 방안에모든 전원이 켜진다.

이 카드키에는 내가 지정한 크레딧 카드도 들어가 있어서, 배 안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기타 요금을 지불하게 될 때 사용할 수 있다.

물에 젖어도 괜찮으므로 목걸이 비닐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수영을 해도 된다.

01.jpg

 

맨 꼭대기 층의 맨 뒷부분 객실이라 우리 베란다는 이렇게나 넓었다.

02.jpg

 

베란다에서 방안을 들여다본 모습이다.

출입문을 열면 변기와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 욕조와 세면대가 있는 욕실이 있고, 그 다음에 퀸 싸이즈 침대, 중간 커텐 다음에는 소파가 있다.

03.jpg

 

소파는 매일 저녁 직원이 방청소를 하면서 침대로 만들어주고, 소파위 천정에서 침대 하나를 더 꺼내서 이층침대처럼 만들어준다.

소파 앞 탁자는 뚜껑을 열면 사람이 들어갈 정도 크기의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 장난감 등을 수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옷장과 화장대가 커서, 싸가지고간 짐을 모두 풀어 정리해두고 사용할 수 있다.

짐가방은 침대 아래에 넣어두면 방 안이 복잡하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04.jpg

 

베란다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내 그림자 🙂

05.jpg

 

배의 가장 뒷부분이라서 오른쪽 왼쪽 굳이 구분하지 않고 일출과 일몰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었다.

06.jpg

 

베란다가 깊숙하고 크기 때문에 방 안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Obstructed View) 이 방의 가격이 창문이 없는 방과 비교해서 많이 비싸지 않은 좋은 값이었다.

07.jpg

 

베란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08.jpg

 

09.jpg

 

10.jpg

 

11.jpg

 

12.jpg

 

객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을 직원이 와서 청소해주는데, 저녁에는 소파와 천정에 붙은 침대를꺼내주고, 아침에는 그걸 다시 정리해서 원위치시켜 주었다.

화장실에 수건을 바꿔주고 휴지통을 비우는 것은 당연한 서비스이고, 매일 저녁 이렇게 타월과 담요를 이용해서 재미난 모양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담요 앞에 놓인 것은 한 사람당 한 개씩 먹으라고 주는 초코렛과 다음날 배 안에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를 안내하는 소식지이다.

13.jpg

 

14.jpg

 

15.jpg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근사한 디즈니 쑈를 감상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객실로 돌아오면 아이들은 캔디를 먹고 어른들은 다음날의 일정을 읽어볼 수 있었다.

16.jpg

 

 

2016년 12월 29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2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은경

소년공원님, 거의 1년만에 댓글을 다네요. (키톡의 숨은 팬입니다^^)

자세한 후기 너무나 감사해요~

완전 좋은 팁이 되네요.

그나저나 둘리양은 나날이 사랑스러워지네요^^ 둘리양보다 한 살 아래인 딸이 있어서인지, 포즈 하나하나가 다 이쁘고 귀여워요 : )

소년공원

오랜만에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키톡에도 조만간 글을 올려야 할텐데 요즘 여행 후기 쓰느라 바쁘네요 🙂

제 후기가 여행준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