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도시락을 잘 챙겨먹고 운동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자고 결심했었다.
작심삼일도 열 번만 계속하면 한 달이 된다더니, 오늘이 바로 그 한 달이 되는 날이다 🙂
운동하는 것 보다도 도시락을 싸다니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었다.
남편과 코난군의 도시락을 각기 다른 메뉴로 챙기다보면 바쁘고 지쳐서 내 도시락은 쌀 여력이 없기도 했고, 내 연구실 건물 바로 건너편이 학교 식당이라 한 끼에 단 돈 6달러만 내면 뷔페식으로 사먹을 수 있어서 꾀가 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으면 과식을 하게 되어서 속이 거북하거나 열량섭취를 과도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도시락을 챙겨오면 연구실에서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시간 절약이 되기도 하고, 과식을 못하니 소화기에 무리를 주지도 않아서 여러 모로 좋았다.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게 될 때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음식이나 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예의바른 사람들이고 또 원래 남들이 어떻게 살든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서 내 도시락에 무슨음식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는 일은 없지만, 그들이 집에서 싸온 숩이나 샌드위치를 먹을 때 나는 젓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집어 먹거나 삼각김밥을 손으로 쥐고 먹으면서 일상 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너는 그렇게 살고…
나는 이렇게 살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한 무리 안에서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고나 할까…?
매일 도시락을 챙겨왔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날짜가 나오는 탁상시계와 함께 도시락 사진을 찍었다 🙂
그런데 어떤 날은 깜빡 잊고 사진을 찍기 전에 밥을 먼저 먹어버려서 빈 통을 찍은 날도 있다.
또 어떤 날은 빨리 먹고 수업을 가야 해서 도시락 가방만 빨리 찍고 밥을 먹은 날도 있다.
내용물은 삼각김밥에서 브리또, 콩나물 반찬과 샌드위치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것이지만, 그렇다고 또 유별나게 훌륭한 음식이랄 것도 없어서 내용물을 자세히 찍기 보다는 날짜를 찍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 아이폰 화면인데 1월 한 달 동안 운동했던 것의 기록이다.
애플손목시계와 연동되어 내가 하루 종일 운동한 것과 만보기, 칼로리 소모 등을 기록하는 기능인데, 이렇게 장기간의 기록을 다 담고 있어서 내 운동 습관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날짜마다 연두색 점이 찍힌 것은 운동을 한 날이고, 빨강 연두 하늘색의 원은 각기 충분한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운동 시간이 일정 분량 이상이었는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매 시간 일어나서 몸을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거의 모든 날에 모든 동그라미가 다 채워졌는데, 지난 몇 달 간의 기록 중에서 이렇게 완벽한 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요일이나 공휴일 (1월 2일)에는 매 시간 일어나 움직이지 않아서 동그라미가 덜 채워져있는데, 그걸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주말에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작심 30일이 무척 자랑스럽다 🙂
2017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