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과 아이큐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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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코난군이 수학 시간에 수업을 받지 않고 대신에 영재교육 선생님께 불려갔던 일이 몇번 있었다.

그리고 어제는 마침내 영재교육 대상자 심사에 동의할지를 묻는 편지를 받아왔다.

동의서 뒷면에는 부모가 작성해야 하는 체크리스트가 있었는데, 아이의 전반적인 성향을 묻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는 보통 이상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는 항목에 아니오, 아주 약간/가끔/항상 그렇습니다, 하는 식으로 표기하는 것이었다.

 

오늘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전반적인 영재교육의 내용과 방식에 궁금증이 생겨 몽고메리 교육구 및 버지니아주 교육부 홈페이지를 보며 잠시 공부를 했다 🙂

장애아를 위한 특수교육은 연방법으로 정해서 시행하는데 반해서 영재를 위한 특수교육(이것도 특수교육이라는 범주에 들어간다)은 각 주에서 정한 법을 따르고, 자세한 시행령과 예산 등은 각 교육구에서 자치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초중등학교 학생들 중에서 영재교육 대상을 선발하는 첫 단계는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시작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수학과 영어 담당 교사가 추천을 할 수 있다.

담임의 추천을 받으면 각 학교마다 배치된 영재교육 담당 교사가 몇 번의 면담과 스크리닝 테스트를 실시한다. 스크리닝 테스트란 제대로 하는 아이큐 검사가 아니고, 그러한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만한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간단한 기초검사이다.

 

다음 단계는 전이 결정 단계인데, 영재교육 담당 교사가 전이를 추천하고,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서서류를 올리면 90일 이내에 영재교육 판정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이 된다. (지금 우리가 바로 이 단계에 있다.)

 

그 다음은 공식 평가 단계인데, 이 때에 정식으로 아이큐 검사도 받고, 교사들의 공식 평가 서한도 받게 된다.

 

그 모든 평가 결과를 심사해서 최종 결정을 위원회가 내리는 것으로 영재교육 대상자 선정 과정이끝난다.

심사 기준으로는 아이큐 검사 결과 뿐만 아니라 교장, 교사, 학부모의 의견도 고려하고, 학생의 평소 학교 생활 태도와 학업성취도 등 전반적인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만약에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부모나 학교에서 재심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단 영재교육 대상으로 선정되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수준 높은 내용으로 교과목을 배우거나, 영재를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코난군이 영재로 선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지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코난군은 자기가 영재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기뻐하고 있는데, 남편과 나는 그런 들뜬 생각을 살짝 눌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재로 선발이 되지 않을 경우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이기도 하고, 또 영재로 선발된다하더라도 그게 뭐 아주 많이 대단한 일은 아닐 것 같아서이다.

대학 교수로서 영재교육을 받았던 학생이나 아너스 학생 등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은데, 미국의 영재교육에는 다소 거품이 끼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특출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영재 학생 그룹 중에서 극소수는 정말로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영재 학생들은 그저 공부를 잘 하고 머리가 좋고 그래서 학교 생활을 주도적으로 잘 하고 있는, 모범생일 뿐이었다.

남편이나 나나 한국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공부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큰 말썽 부린 적이 별로 없는 그런 사람이라 우리 아이들도 그런 성향일 것임을 콩 심은 데 콩나는 것과 같은 이치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는 것은 대단히 흘륭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영재교육이라는 특별한 간판 아래에서 남보다 내가 더 월등하다는, 다소 도를 넘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영재 혹은 천재라는 판가름을 내릴 때 자주 사용되는 아이큐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다.

하워드 가드너가 그 중에 한 사람인데, 다중지능이론을 발표하면서, 단순히 남보다 계산이 빠르거나 어휘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지적 능력이 남보다 높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주장했다.

사람의 지적 능력은 언어와 수리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한다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한 것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큐 검사 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제한적인 아이큐 검사의 결과마저도 왜곡되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정상분포곡선에 의거해서 산출되는 아이큐 즉 지능지수는 100이 평균이고 15점의 표준분산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큐가 85에서 115 사이에 드는 사람은 지능이 평균이고, 아이큐가 103인 사람과 113인 사람의 실제 지능은 통계적으로는 똑같은 수준이라고 본다.

아이큐가 110인 사람이 '너는 아이큐가 고작 86밖에 안되느냐'고 다른 사람을 놀리는 것은 통계에 관한 무지를드러내는 일일 뿐, 그 두 사람 모두는 평균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큐가 115를 넘는다면 그 사람은 평균보다 높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130 이상이라면 그보다도 높은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에 145보다 높은 지능지수라면?

ㅎㅎㅎ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

통계적으로 볼 때 아주 많이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무려 세 개의 표준분산 범위를 넘어서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교육심리학 수업을 듣고 교육에 관련한 업종에 종사하면서 곰곰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높은 지능지수는 언어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지 싶다.

한글 읽고 쓰기를 일찌감치 혼자서 깨우친 것도 그렇고, 학창시절 국어와 영어 점수가 높았던 것이그 근거이다.

유치원을 2년째 다니게 되었을 때와 국민학교 1학년이 되어서 기역 니은을 배우는 수업에 앉아 있을 때 나는 무척 지루함을 느꼈고 그래서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었었다.

지금 현재 미국의 영재교육이 바로 그런 아이들 – 너무 똑똑해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는 것이 힘든 아이들 – 에게 조금 더 챌린지 (이걸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하지?)를 주고 그래서 보다 많이 배우고 보다 깊게 이해하도록 차별화된 교육을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나는 1970년대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으니 그러한 차별화된 교육은 커녕, 수업시간에 한눈팔고 성의없이 글씨를 쓴다며 지적을 받고 감점을 당하기나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입시와 대학 교육과 외국 유학 등등을 경험하고 보니, 아이큐 높은 것은 사람이 사는데에 그다지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사소한 일상에서 약간의 편리를 누리거나 약간의 노력을 절약할 수는 있겠지만, 행복도 연간소득도 건강도 미모도 🙂 그 어떤 것도 아이큐 순은 아니더란 말이다 ㅎㅎㅎ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내 아이의 아이큐가 높은지 낮은지에 안달복달 하지 않게 되었고, 성적의 자잘한 오르고 내림에 초조해 하지도 않고, 영재교육에 선발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살 수 있다는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아이들이 똘똘한 것이 기쁘기는 하다 🙂

 

2017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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