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의 소설 80일 간의 세계 일주를 처음 읽었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어린이 버전으로 번역된 것이라 원작의 세세한 부분을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신나는 모험을 하면서 마침내 80일만에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해피엔딩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살다가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기억은 나는데, 영어로 써있는데다 원작을 제대로 번역한 것이라 분량이 어릴 때 읽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많아서, 중간에 읽다가 포기를 했던 것 같다.
오늘의 [엄마와 재미난 시간] 에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재미난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한 편 골라서 보는 것으로 정했다.
어제 트램폴린 팍에서 활발하게 놀았으니 오늘 하루는 집안에서 정적인 활동을 하기로 정한 것이다.
오늘도 날씨가 무척 더운데다 간간이 비도 내렸기 때문에 집안에서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놓고 팝콘을 먹으며 소파에 드러누워 영화를 보는 것은 여름 방학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이었다.
예전에 코난군이 태권도에 다녀오는 길에 재키 챈의 무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다음에 꼭 그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 보자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이 영화를 골랐다.
영화를 본 적도 없고 개봉 당시에 평이 어떠했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줄거리가 무엇인지는 알고 (게다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것도 알고 :-), 성룡이 출연한다니 코난군이 좋아할 액션이 들어가 있을 것도 분명했다.
암막 커튼을 치고 프로젝터를 켜고, 서라운드 스피커로 사운드를 즐기며 영화를 보니, 극장에 가서보는 것보다도 더 실감나고 좋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예전에도 영화화 되었던 적이 있고, 2004년에 개봉한 이 버전은 흥행에서 큰 실패를 했다고 한다.
성룡이 출연하다보니 원작의 줄거리를 지나치게 많이 바꾸어서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코난군과 함께 감상하기에 아주 재미있었다.
자신이 직접 설계한 무술을 아재 개그와 함께 보여준 성룡은 여전히 훌륭한 엔터테이너이다.
게다가 성룡의 이름값 덕분인지 몰라도 유명한 배우들이 깜짝 출연을 해서 반갑기도 했다.
아놀드 슈왈츠네제거가 터키 왕으로 출연해서 여주인공을 일곱번째 아내로 삼겠다며 성룡과 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었고, 중국 마을에서 십호단과 악당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홍금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 한국에서는 홍콩에서 제작한 무술 영화가 무척 많이 수입되어 상영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성룡, 홍금보, 나중에는 주윤발과 이연걸 등으로 이어지던 유명한 액션 영화 배우들의 이름과 얼굴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들이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은 별로 없다.
명절에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영화조차도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은, 무술 영화를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는 아들 덕분에 무술 영화를 보게 되고, 어릴 때 친구들 책받침이나 길거리 영화 포스터에서 보던 사람들의 연기와 무술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017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