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쓴 책: Supporting Korean American Children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후배들이 쓴 책: Supporting Korean American Children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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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후배 네 명이 함께 쓴 책

지난 주에 딸아이를 대학에 데려다주러 가는 길에 우리집에 들러 하룻밤을 지내고 갔던 후배가 몇 가지 선물을 주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이다. 두껍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여서 주말 동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을 직역하자면 <한국계 미국인 어린이의 유아기 교육 돕기> 쯤 되겠다. 네 명의 저자는 모두 한국에서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동문이고, 미국에 유학을 와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대학에서 교수가 된, 그리고 자녀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이 중에 소피아 한은 나와 친한 사이이고 (이 책을 선물해준 후배), 진희 킴 역시 조지아 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 사이이다. 그러나 소현 밋첨이나 수정 위 교수는 내가 직접 알지못하는 후배들이다.

유아교육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인데 – 예를 들면 전업주부로 가정에 머물면서 알뜰살뜰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들에 비해, 일로 바빠서 아이들 먹거리를 잘 챙겨주지 못하거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이 많은 것 등의 이유로 – 거기에 더해서, 미국에서 낳은 아이들을 미국 학교에 보내면서 그 유명한 유리천장 (보이지 않는 차별이라는 뜻) 을 어떻게 마주하고 이겨내도록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 부모들의 영원한 숙제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무렵 아시안 증오 범죄가 미국 곳곳에서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이 후배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의 고충을 나누다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 한국인 유아교육학자들 (=즉 바로 이 후배들) 이 미국 학계에 새롭게 선보인 연구 방식인 “수다” 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정한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인 수다가 오히려 심도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고, 잘 기록한 수다의 내용을 분석하면 질적연구의 좋은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로 수다의 방식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여러 명의 저자가 일관된 방식으로 쓰지 못했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졌는데, 1장은 수다를 통해 소개하는 저자들의 개인사와 학자로서의 서사, 2장은 한국계 미국인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의 문화적 신념, 3장은 한국계 미국인 아이들의 이름에 관련한 이야기, 4장은 미국 아동도서 출판계에 만연한 아시안 캐릭터의 부재, 5장은 모국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이민가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언어교육 문제, 그리고 마지막 6장은 한국계 미국인인 우리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미시적 차별이나 투명인간 취급 문제에 대해 썼다.
그 중에서 제 5장은 내가 한명숙 선생님과 함께 썼던 책의 내용과 많이 겹치는 것이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잘 하도록 가르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아이마다 타고난 언어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말을 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한국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대도시에 살고 있다면 그나마 한국어 학교를 주말 시간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그런 학교조차 없다. 사실 코난군이 아기였을 때는 한국어 학교가 있었지만 운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처럼 낯을 가리는 아이들은 아예 참석하려고도 안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은 한국어 학교가 있는 곳에 살지만 아이들이 도무지 왜 귀한 주말 시간을 할애해서 사용할 일도 별로 없는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어서 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 싸인이 들어있는 책을 선물받았다

요즘 미국에서 한국 문화 한국 제품 한국 음식 등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이 널리 알려져서 그 이면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교육관, 다문화교육이 나아갈 길, 그런 것들이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미국 다문화교육 학회에서 우수 도서상을 받았다고 하니, 한국인 엄마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후배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모두 자랑스럽다.

2025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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