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봄방학은 학기 중반인 3월 중순에 있었고, 이제는 부활절을 끼고 어린이들의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수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일주일에서 하루 모자라도록 학교가 쉬는데 방과후교실도 문을 닫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서 수요일과 금요일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했다.
목요일 하루는 수업 준비나 학생 면담 등을 다 미루어놓고 아이들을 데리고 봄방학 맞이 외출을 했다.
그것도 아침부터!
남편은 이 날도 수업이 있어서 출근을 해야 했기에 나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부터 로아녹으로 행차를 했다.
우리 동네에는 없고 로아녹에만 있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 가게에서 아침 식사도 하고 기계가 돌아가면서 도넛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 시간에 핫 라이트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 동안에는 자동으로 도넛 반죽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면서 구워지는 것을 구경하도록 하고 있다.
방금 완성된 도넛을 사먹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부활절이 가까우니 토끼, 병아리, 계란 모양의 특별한 도넛도 팔고 있었다.
코난군은 그런 모양에 혹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맛의 도넛을 골랐지만, 둘리양은 토끼와 부활절 계란 모양 도넛을 골라서 먹었다.
얼마 전에 앞니 한 개가 빠져서 도넛을 이렇게 옆으로 베어 먹는다 🙂
봄방학을 즐겁게 누려보자고 나선 길이니 선심 써서 핫초코렛도 한 잔씩 사주고 도넛도 열두개 짜리 한 박스를 통크게 사주었다.
도넛을 다 먹었지만 아직도 아침 열 시가 안된 이른 시간이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도넛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상 체험 오락실이 있었다.
15분 게임을 하는데에 10달러를 지불하니, 직원이 갖가지 장비를 입도록 도와주었다.
특수한 신발을 신고 허리띠를 매고 움직이면 얼굴에 쓴 화면으로는 코난군이 좀비가 나오는 숲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에 들고 있는 도구는 여러 가지 무기로 바뀌는데 자기를 해치려는 좀비를 무찌르는데 사용한다.
아래 사진에서 코난군 오른쪽에 보이는 모니터가 코난군이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은 장면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난군은 옆에서 말을 거는 엄마나 둘리양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눈 앞에는 좀비가 튀어나올 것 같은 으시시한 숲속 길이 펼쳐진다.
우리가 보기에는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 같지만 코난군은 뛰어서 도망을 가기도 하고 좀비를 뒤쫓아 가기도 하는 등, 고작 15분 게임을 했는데 땀이 흐르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운동을 했다.
이런 시골 동네에도 이런 가상체험 오락실이 생기다니!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보다.
다음은 둘리양의 차례이다.
다시 차를 타고 우리 동네 근방으로 와서 체조를 가르치는 학원으로 왔다.
매주 목요일은 학원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입장료를 받고 뛰어놀게 하는 날인데, 체조를 무척 좋아하는 둘리양을 위해 한 시간에 8달러를 내고 놀게 해주었다.
둘리양은 지난 1년간 무용학원에서 하는 체조 수업을 들었는데, 배워보니 무척 재미있어하고 소질을 보여서 2학년 되면서 부터는 이곳 체조 학원을 다니게 할 계획이다.
무용학원 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체조 장비를 갖추고 체조 전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곳이라서 마음에 든다.
다만 우리집에서 15분 이상 운전해서 나와야 하는 곳이라서 (지금 다니는 무용학원은 집에서 3분 거리 밖에 안되는데…) 둘리양이 체조 수업을 받는 동안에 나는 꼼짝없이 앉아서 기다려야 하게 생겼다.
두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오락을 즐기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2019년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