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내가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는 24시간 크리스마스 노래를 틀어준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노래를 튼다며, 추수감사절 노래는 왜 틀지 않는 거냐며, 불평과 반항을 하지만, 나는 운전을 할 때 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연속으로 흘러나오는 라디오 볼륨을 크게 올리고 나만의 명절 기분을 즐기곤 한다.
크리스마스 노래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즐겨 들었을 법한 오래된 노래까지 모두 합해봐야 레파토리가 무궁무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달 내내 오가면서 들으면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그 중에 내 귀와 마음에 쏘옥 박힌 노래 하나가, 마이클 잭슨이 어릴 때 형제들과 함께 불렀던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이다.
잭슨 파이브 라는 그룹은 막내인 마이클과 그의 형들이 결성한 그룹인데, 다른 음반은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음반에서 만큼은 가장 어린 마이클이 메인 보컬을 맡고 형아들은 코러스를 넣는 정도로 노래를 부른다.
이 형제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아마도 1960-70년대인 것 같은데, 미국은 그 때 당시에도 세계 최강 부자 나라였겠지만, 유색인종의 인권이나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백인과의 평등 같은 것은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을 것 같다.
그런 사회 분위기 안에서 이렇게 인기 많은 가수가 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그 인기를 이후 수십여년 동안 유지한 것을 보면 마이클 잭슨은 과연 세기적인 음악가이다.
흑인들의 목소리는 비음이 많이 섞여 있으나 탁하지 않고, 입안과 성대가 다른 인종보다 두터운지 어쩐지 깊은 소리가 난다.
남자든 여자든 저음에서 고음까지 넓은 음역대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내어서 흑인의 소울 노래는 듣는 사람에게 감동과 포근함을 주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마이클 어린이의 목소리는 맑고 힘차기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 불가한 수준이라서, 그 흔한 [울면 안돼] 노래를 불러도 클래식 아리아 곡을 듣는 것 같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은 울면 안돼~ 하는 노래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래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원곡의 정보를 찾아보려 했으나, 너무 유명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러서, 어떤 장조가 원곡이었는지, 남자 혹은 여자 음역에 맞는 곡인지, 등을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몇 가지 유명한 버전의 노래를 들어보면 마이클 어린이가 얼마나 대단한 가창력을 소유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빙 크로스비가 앤드류 자매들과 함께 부른 버전이다.
감미로울 정도로 부드럽고 풍부한 목소리의 빙 크로스비가 울면 안돼~ 울면 안돼~ 부분을 부르고,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낼 때 장난할 때도~ 하는 후렴구 부분은 앤드류 시스터즈가 애교를 가미해서 불러서, 속삭이듯 부드러운 부분과 흥겹고 장난끼 가득한 부분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가창력이라면 어디 가서도 뒤지지 않는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버전이다.
폭포수같은 가창력을 뽐내며 부르는 머라이어 캐리 버전을 들으면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마이클 어린이가 부르는 것을 들어보면 위의 모든 노래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다.
일단 어린이의 맑고 순진한 목소리로 울면 안돼~ 왜냐하면 산타클로스가 선물 주러 오실거거든~~하고 말하는 데에서 때묻은 어른의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잠잘때나 일어날때 짜증낼때 장난할때도~~~ 하는 부분은 상당히 고음이지만 낭랑한 맑은 목소리가 찢어지거나 갈라지는 느낌은 하나도 없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듣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흑인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재치가 가득한 리듬 비틀기는 정말이지 마이클 어린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특기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아이구~ 어린 것이 노래를 곧잘 부르네… 기특한 것!’ 하는 혼잣말이 나온다 🙂
그리고 이어서 그 어린이 마이클이 자라면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가 기억나고, 그래서 슬퍼진다.
마이클이 그냥 이웃집 아이들과 큰 차이 없는 재능을 가졌더라면…
그의 인생은 어땠을까?
화려한 스타는 되지 못했더라도, 그냥 지금쯤 어디선가 밥벌이를 하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오늘 같은 날 칠면조 요리를 먹으며 명절 하루를 휴식하며 그렇게 어디선가 살고 있지 않았을까?
너무 어려서부터 너무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기에, 보통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가족이라든지 친구라든지 하는 특권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고, 결국에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 마이클 잭슨…
그래도 역사에 남을 만큼 대단한 스타였으니 그래도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뜬금없지만 – 어차피 이 블로그는 나만의 일기장 같은 곳이니 뭔소린들 못쓸까 ㅎㅎㅎ –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이 천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모짜르트나 아인슈타인 수준의 너무 심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처럼 맑고 밝은 유년기를 살다가, 어른이 되면 밥걱정이나 안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산타클로스랑 키스하는 걸 봤다며, 아빠에게 일러야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마이클 어린이가 너무너무 귀여운 이 노래도 좋다 🙂
에휴…
노래 잘하고 귀여운 어린이가 그냥 그렇게 계속해서 노래처럼 행복하게 잘 살 것이지…
어쩌다 그리 힘들게 살고, 그리 힘들게 갔을까…
마이클아, 이제는 좀 편안해졌니?
2019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