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그냥일기 06-0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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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7일 일요일 맑음

 

오랜만에 그냥 일기를 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라든지, 코로나19 사태에 엉망진창으로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든지, 아이들이 한 학년을 마친 일, 등등 머릿속에서 더욱 생각해보고 글로 쓸만한 주제가 무척 많지만 지금 당면한 과제인 이사 프로젝트로 심신이 충만하게 바쁘다 🙂

내가 그냥일기를 쓰는 목적은, 삶의 자취를 기록하려는 것도 있지만, 한국어 쓰기 연습을 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이렇게나마 한국어 단어를 사용해서 장문의 글을 쓰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점점 한국어 언어능력이 상실되어 갈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진을 쓰지 않고 글로서 장면이나 정황을 묘사하려고 하고, 어떤 일에 대한 나의 견해를 쓰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다 여름학기 강의준비며 이삿짐 나르기 등의 일이 밀려있어서 적절한 글쓰기  연습이 제대로 안될 것 같다 🙂

 

그냥 어제 하루 겪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쓴다 🙂

 

금요일은 아침에 새집 사는 일을 마치고 남편은 곧바로 페인트 작업을 시작했지만 나는 아이들 미술 수업이 있어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또 주주까지 포함해서 세 명의 아이들 밥을 챙겨먹이느라  바빠서, 어제 토요일에야 본격적인 이사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 새집까지의 거리는 6마일, 10킬로미터가 아주 조금 모자라는 거리이다.

코로나19 사태 및 여름방학 기간이라 도로가 한산하기 때문에 운전을 하면 5분은 넘고, 10분은 안걸린다.

그런 거리를 어제 하루 동안에 다섯 번 왔다갔다 하면서 부엌살림을 옮겼다.

남편과 각기 따로 자기차로 움직였기 때문에, 혹시 빼먹고 가져오지 못한 물건이 있으면 오는 길에  가져다 달라고 전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남편은 토요일인 어젯밤 열두시가 넘은 시각까지 일해서 마침내 둘리양과 코난군의 방을 칠하는 일을 모두 마쳤다.

각기 다른 색으로 삼면을 칠하고 한 면은 액센트를 주기 위해 또 다른 색으로 칠하기로 했는데, 두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색으로 고른 것이다.

새집이라서 먼저 바른 페인트가 완벽하게 마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위에 우리가 원하는 페인트를  칠하고, 가장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붙였던 테이프를 제거하면 기본 페인트가 덩달아 벗겨지는 일이  생겨서, 아주 조심해서 테이프를 벗기거나, 특수한 도구를 사용해서 모서리 부분을 칠하느라 더욱  시간이 걸리고 고생이 많았다.

코난군은 자신의 방을 칠하느라 밤늦도록 아빠가 고생하는 것에 무척 마음을 쓰는 듯 했다.

한밤중이 되어도 귀가하지 않는 아빠가 혹시 페인트칠을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잠든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하길래 전화를 걸어서 안심시켜 주기도 했다.

남편은 아들이 원하던 큰 방을 마련해주고, 아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주는 보람이 커서인지, 그렇게 일을 많이 하고도 생각보다는 덜 피곤해 하는 것 같다.

참으로 보기 흐뭇한 부자지간이다 🙂

 

나는 어제 하루종일 짐을 차에 싣고 내리고 나르는 일이 힘들었던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손목과  발목이 시큰거리고 조금 부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보다 몇 배로 넓은 공간으로 짐을 옮기다보니 정리가 수월해서 좋았다.

부엌과 다이닝룸 선반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자잘한 주방 가전제품이 모두 새집 부엌 수납장 안에  다 들어갔다.

이제는 요리를 할 때 필요한 주방기구를 여기저기 다니며 찾아올 필요없이 바로 부엌 장에서 꺼내쓰면 되게 되었다.

모든 그릇은 옮긴 다음 새 식기세척기로 씻은 후에 새 캐비넷에 넣었는데, 식기세척기가 최신제품이라 그런지 소음이 거의 없어서 좋았다.

지금 부엌에서는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키면 티비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돌아가는데, 새집에서는 티비 볼륨을 더 높일 필요가 없겠다.

넓은 부엌을 정리하는 것이 매우 즐거워서, 마음같아서는 오늘 나머지 모든 부엌살림을 다 옮겨버리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이번 주 목요일에 우리가 고용한 이삿짐 일꾼들이 (=영어로는 movers 라고 하면 되는 간단한 말을 이렇게 써야 한다 ㅎㅎㅎ 이삿짐 센터 직원이라고 말하기에는 완전한 한국어가 아니고, 또 여기 사람들은 한국의 이삿짐 센터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한국어 쓰기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침대나 소파 등 큰 가구를 옮겨준 다음이라야 우리 가족이 새집에서 본격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이 집에서 밥을 해먹고, 또 남편과 내가 새집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두 아이들은 이 집에서 간식도 찾아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어젯밤 한 시가 다 되어서 귀가했지만 오늘 아침 여섯시 쯤에 일어나서 도넛을 사다가 아침을 먹고 벌써 새집으로 출발했다.

나는 내일부터 한주일간의 여름학기 강의 자료를 온라인으로 올리는 일을 하고, 아이들 점심을 먹인다음, 남편 점심밥을 싸서 새집으로 갈 계획이다.

오늘은 부엌 살림 중 몇 가지를 더 옮기고 안방 벽장에 걸린 옷과 상자를 운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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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천하

다시 한번, 이번엔 입주를 축하드려요.

소년공원

꼼꼼히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