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동네에는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 많은데다, 모두들 새로 지은 집에 살다보니 자기집을 예쁘게 꾸미는 일에 열심이어서, 할로윈을 앞두고 집집마다 장식이 화려하다.
그런 동네 분위기에 맞추어 주려고 우리집에도 이런 것을 하나 만들어 붙였다.
집에 있던 흰 천에다 둘리양의 작아진 할로윈 양말을 잘라서 붙인 것이다 🙂
어른 머리통의 세 배는 되는 크기의 호박이 독일계 식료품점 알디 마트에서 고작 2달러 50센트에 팔고 있길래 – 값이 싸서 그런지 다 팔리고 남은 것이 별로 없었음 – 남아 있는 두 덩이를 얼른 집어 왔다.
호박 두 개 값이 월마트에서 파는 비슷한 크기 호박 한 개 값 보다도 훨씬 싸다.
다른 집의 화려한 장식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우리집도 할로윈을 즐긴다! 하는 정도로는 보인다.
실내에도 가을 분위기 나는 조화다발 한 개를 사다가 식탁위 조명에 걸쳐두었다.
그 아래에서 둘리양이 꼬물꼬물 고사리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털실로 만든 팔찌이다.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혼자서 유튜브를 보고 배워서 이런 팔찌를 만들어서 엄마 선물이라며 손목에 채워주었다.
이 팔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추가 필요하다며 단추를 사줄 수 있는지 둘리양이 물었다.
그럼, 되고말고!
수예용품을 파는 조앤스 패브릭 이라는 가게에 가서 둘리양이 원하는 모양의 단추도 사주고, 할로윈의 색깔인 오렌지색과 검정색 털실과 해골모양 단추도 샀다.
올해의 할로윈 트릿은 캔디 대신에 이 팔찌를 나눠주기로 했다.
킵스팜 60가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대략 30명쯤 되리라 계산해서 이런 팔찌 30개를 만들었다.
할로윈 저녁에 “트릭 오얼 트릿!” 하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트릿을 나눠주어야 해서, 팔찌를 직접 건내지 않고 낚싯줄을 이용해서 케이블카 처럼 팔찌를 내려보내서 전달하려고 한다.
아트 레슨이 있었던 어제, 금요일은 할로윈을 앞두고 원래 하던 작품을 잠시 미루어두고 호박에 그림 그리기를 한다고 했다.
아트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이 또한번 계절을 만끽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아트 레슨이 끝날 시간에 맞추어 데리러 가니 둘리양의 호박 그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내가 함께 마무리를 했다.
코난군과 코난군의 절친 조나스가 그린 호박은 이렇게 생겼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노란 웃는 얼굴 이모지 호박과 고양이, 프랑켄슈타인 호박이 둘리양의 작품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은 내가 그렸다 🙂
미술선생님 댁의 마당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2020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