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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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피디수첩, 등의 범죄 시사 문제 등을 다루는 티비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인데,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지난 방송분을 요약해서 보여주거나 취재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느날 그런 유튜브 비디오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채널이다. 유튜브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타베이스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내가 본 비디오와 비슷한 다른 비디오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그 덕분에 알게 된 것이다.

비디오를 진행하는 김복준 교수와 김윤희 프로파일러는 평소 내가 즐겨 보던 범죄 사회문제를 다루는 공중파 티비 프로그램에서 전문가 인터뷰로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었다. 표창원, 김수정, 박지선, 배상훈, 염건령 등등, 잦은 방송 출연 덕분에 유명인사가 된 범죄심리학자 혹은 수사전문가들이 있는데 이들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김윤희는 경찰청 프로파일러 1기로 채용된 범죄분석가인데 8년간 재직한 후에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직하고 드라마 시그널의 자문 겸 보조작가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목소리와 발성이 좋고 얼굴이 예쁜데다 전문 지식까지 갖추고 있어서 지금도 대단하지만 장래는 더욱 촉망된다.

형사 또는 교수라는 직함으로 불리우는 김복준 (여기서는 교수라고 부르려고 한다) 교수는 말단 순경으로 경찰직을 시작한 이래 화성연쇄살인사건 등의 굵직한 사건을 맡았으며, 주경야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서 경찰에서 퇴직한 다음에는 경찰대학에서 가르쳤다고 한다. 현재는 교수직도 은퇴하고 범죄연구소 같은 곳에서 자문을 하거나 방송출연 등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말단직에서 수사과장이 되기까지 한가지 직종에서 30년이 넘게 일을 한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운데 그 동안에 대학원 공부까지 겸하고 교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인물 검색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이력도 있다. 얼마전에 방송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에서 카메오로 출연을 했던 것이다.

주인공 강하늘이 운전하는 택시에 탄 만취승객으로 나왔는데, 그 인연으로 주인공이 쫓고 있는 범죄자를 추리하는 데에 조언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 때는 김복준 교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데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어서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주인공인 강하늘이 충청도 총각으로 나오면서 충청도 사투리를 하는데, 김복준 교수도 충청도 사투리를 보태어서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다.

사건의뢰 채널을 즐겨보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다루는 범죄사건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이 채널은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전문가가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심도깊은 분석을 접할 수 있다. 김복준 교수는 32년간의 경찰 생활 동안에 축적한 인맥으로 사건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일일이 손으로 써서 정리해오는데, 물론 너무 상세한 수사기법은 범죄자들이 보고 나쁜 일에 활용할 수 있어서 다 밝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수사의 과정과 단서를 분석하는 근거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또다른 이유로는, 두 진행자가 범죄에 대해 접근하고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전문 지식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는 점도 좋지만, 그에 더해서 김복준 교수는 범죄자를 향해 구수한 충청도 억양으로 “나쁜노무시키, 이눔 도둑넘이에여” 하고 가차없는 비판을 해서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김윤희 프로파일러는 그런 다혈질의 김복준 교수를 다소 진정시키거나, 젊은 세대의 시각을 나누는 역할을 해서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방향에 균형을 이룬다. 또한, 범죄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일부 무능력한 경찰의 잘못된 수사, 기소에서 실수하는 검사, 이해하기 힘든 형량을 선고하는 판사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하고, 또 열심히 일하는 형사와 정의를 구현하는 판검사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범죄사건이나 범죄자의 뒤를 캐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채널을 보게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굿즈 제작을 위한 캐릭터를 공모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유튜브 채널은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제작비를 위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비디오 중간에 광고를 넣기도 하고, 굿즈 (기념품 이라는 말보다 요즘은 굿즈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채널이 많이 있다. 사건의뢰 채널도 그런 목적에 더해서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캐릭터 공모를 한 것이다. 캐릭터라…? 하고 생각하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 수십년째 초등 1학년인 명탐정 코난이 50살 쯤 나이를 더 먹으면 바로 김복준 교수처럼 보일 것 같았다. 예리한 추리, 범죄자에 대한 비판, 사회정의에 관한 굳은 신념 등등… 그러고보니 김윤희 프로파일러는 코난의 누나이자 쿠도 신이치의 친구인 란 누나와 닮아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사진 편집 능력은 이런 응모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얼굴 사진을 적절하게 잘라내는 일에 실패하고 고작 이런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ㅠ.ㅠ 아무래도 굿즈 제작에는 사용할 수 없겠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왕에 애써서 만든 것이니 팬레터 삼아서 사건의뢰 피디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년이면 쉰살이 되는 아줌마가 포토샵 같은 것 전혀 다룰 줄 몰라서 이런 결과물 밖에 못만들지만, 이런 컨셉으로 재주 많은 누군가가 캐릭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썼다. 노년의 명탐정 코난이라니, 그 컨셉은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 이메일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 박동민 피디가 답장을 보냈다. 할 줄 모르는 사진 편집을 열심히 해서 보내준 정성에 감동 받았다며 작은 선물을 보내려고 하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응모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는데 고맙다는 답장도 받고 선물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복권 당첨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후에 캐릭터 공모가 마감되었으니 후보작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에 투표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어떤 작품들이 올라왔나 보려고 공지 비디오를 틀어보니 부끄럽게도 내 것도 올라와 있었다. 응모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이런 컨셉이 좋겠다는 제언이라고 했건만… 비디오 아래에는 시청자들이 댓글로 투표를 하고 있었는데, 내 것이 좋다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드물기는 했지만- 있었다. 그림의 완성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의도를 알아봐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어제 공모작 수상자를 발표했다. 1, 2, 3등 작품을 제출한 사람에게는 사건의뢰 채널에서 광고하고 판매하고 있는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3, 5, 10만원 상품권을 준다고 했다. 즉석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이 있다. 1등으로 선발된 사람은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한다. 다들 대단한 실력자들이었다. 그런데 공모 결과를 발표하는 비디오 중간부분에 내 이야기가 나온다. https://youtu.be/Q_DOlzSS3is?t=220 미국에서도 응모를 한 사람이 있는데, 그림이나 사진편집 같은 것을 전혀 할 줄 모르지만 사건의뢰 채널에 대한 팬심으로 작품을 보내주어서 감동받고 고맙다는 말을 김복준 교수와 김윤희 프로파일러가 하고 있다.

1,2,3등 수상자 외에도 응모한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그동안 방송했던 사건 몇 개를 추려서 출판한 이 책을 보내주려는 것 같다. 저자의 싸인도 넣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게 되겠다.

2020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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