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는 미술 선생님은 흰색 골든리트리버 아지를 자식처럼 예뻐하며 키우고 있다. 작년 여름 우리 아이들이 미술 레슨을 받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 미술 선생님 집으로 온 아지는 몇 달 사이에 훌쩍 자라서 지금은 둘리양보다 덩치가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갈 것 같다. 아기였을 때는 레슨 시간 동안에 방해가 되어서 방안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의젓하게 자란데다 레슨이 끝나면 아이들과 놀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서 테이블 아래에서 두 시간 동안 잘 기다린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고마운 미술 선생님 대신에 아지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ㅎㅎㅎ 둘리양이 방학동안 심심하다고 해서 함께 만들기를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검색을 해보니 멍멍이 과자를 만드는 법은 아주 쉬웠다. 들어가는 재료도 마침 집에 모두 갖추고 있어서 둘리양과 함께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통밀가루에 땅콩버터가 들어가는 쿠키 반죽은 아직 익히기 전부터 구수한 냄새가 좋았다. 마침 크리스마스 모양 쿠키틀이 있어서 시의적절한 모양의 쿠키를 만들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만들어져서 아지에게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에 조나스네 새식구가 된 유기견 출신 재스민에게도 쿠키 선물을 하기로 했다. 미국인들은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기 때문에 집안에서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듯 하다. 미술 선생님은 거두어야 할 다른 식구 (=자녀)가 없으니 아지 하나를 따라다니며 빠진 털을 치운다든지 대소변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집밖으로 나갔다 오는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집은 아무리 아이들이 개를 좋아해도 역부족이다. 그냥 지금처럼 미술 레슨을 받으러 가서 아지와 함께 놀다 오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ㅎㅎㅎ
쿠키 만들기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끝나서 멍멍이 장난감을 더 만들기로 했다. 둘리양의 작아진 잠옷 바지를 잘라서 만들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잠옷 바지의 다리 한 쪽 부분이다. 발목의 고무줄 부분을 잘라서 테니스 공을 고정하는 데 사용했다.
테니스공 아랫부분은 가늘게 여러 갈래로 자르고, 그 가닥을 엮어서 땋으면 완성이다. 바느질도 따로 필요가 없고 헌 옷과 헌 공을 활용해서 만드니 재료비도 전혀 들지 않았다.
둘리양의 작아지고 구멍나서 못입게 된 바지도 가느다란 가닥으로 자르고 땋아서 물고 잡아당기는 장난감도 만들었다. 얼마 전에 둘리양의 옷장을 정리하면서 나온 구멍난 바지를 버리려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런 장난감 한 개를 만들어 시험삼아 아지에게 줘봤는데 무척 잘 가지고 놀길래 이번에도 비슷한 모양과 다른 모양으로 장난감을 더 만든 것이다.
예쁘게 포장한 쿠키와 장난감을 잘 포장해서 크리스마스 전 레슨 시간에 아지에게 전달했다.
아지가 우리가 선물한 쿠키를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미술 선생님도 똑같은 과자를 새로 구워서 먹였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늘 레슨을 받는 금요일이 1월 1일 휴일이어서 수요일인 내일 레슨을 하기로 했다.
2020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