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저녁 일과는 대략 저녁식사를 마치면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수학 공부를 한 시간 정도 하고, 그 이후에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티타임을 갖는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기 전에는 티타임 동안에 학교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 제때에 제출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했다. 티타임은 차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내일의 계획을 나눈다. 그런데 방학을 하고나니 확인할 숙제도 없고 함께 나눌 일과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게 되었다. 카탄의 개척자 라는 보드 게임은 참여인원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기 때문에 티타임에 참석하지 않던 아이들 아빠까지 합세했다.
카탄 보드게임은 10여년 전에 부형욱 김윤주 박사 부부가 우리 동네에 살 때 배워서 함께 했던 게임인데 그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가고난 뒤에는 놀이할 겨를이 없었다. 참고로, 부형욱 박사는 국방연구소에서 일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로 옮겨 일하고 있고, 김윤주 박사는 한성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두 딸들은 모두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원이기도 하다. 거의 십년만에 게임을 꺼내서 놀자니 규칙을 다 잊어버려서 첫날은 엉터리 룰을 따라 플레이했고, 다음날 인터넷으로 공부하여 룰을 제대로 익힌 다음 플레이를 했다. 아이들은 첫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어느 정도 습득해서인지, 둘째날은 제대로 게임을 즐겼다. 첫날은 아빠의 도움으로 둘리양이 우승을 했고, 둘째날은 코난군이 자력으로 우승을 했다. 아이들이 모두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을 즐거워해서 그랬나보다.
오늘은 2020년의 마지막날인데, 아마도 오늘 저녁에도 이 게임을 하며 놀 것 같다. 새해의 이루고자 마음먹은 목표와 가족에 대한 소원 (? 영어로 쓰는 편이 더 쉽다 ㅎㅎㅎ New Year’s Resolution and Wishes to Family Members) 도 나누기로 했다. 즉, 나의 새해 목표와, 내가 코난군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 둘리양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 남편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 를 발표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네 방 정리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듣는 둘리양은 엄마가 자신에게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이미 알겠다고 한다 🙂 그걸 알면 방 좀 치우고 살지… ㅎㅎㅎ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둘리양의 방을 깨끗히 치워주었다. 이 녀석은 한 번 시작하면 정리정돈을 무척 잘 하는데, 그 전에 너무 심하게 어질러놓고는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다. 새해에는 조금 더 주변을 잘 정리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을 깨끗이 치워주었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모두 정리해서 집어넣을 계획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새 해는 새 장식으로 집을 꾸미려고 한다.
2020년 12월 31일
(드디어 이 해가 간다. 아쉽다는 느낌보다는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신기한 한 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