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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날때마다 “나 뭐해요?” 하고 물어보는 둘리양이 토요일 저녁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사과농장에 대해 읽어보고는 우리도 사과를 따러 가자고 했다. 요즘 날씨도 좋고 (한낮에도 너무 덥지 않음) 모처럼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하는 것도 둘리양에게 좋은 추억이 될 듯 하여 우리 동네 가까운 사과농장을 검색해 보았다. 암사슴 계곡 농장 (Doe Creek Farm: http://www.doecreekfarm.com/apples.php)이 우리집에서 25분 거리에 있었고 마침 주말 낮 시간 동안에 사과를 딸 수 있었다.

예전에는 대규모 유통만을 하는 상업농장이었으나 최근에 민간인에게 개방해서 직접 사과따기 체험을 할 수 있게 바꾸었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입장료 같은 것은 없고 자기가 딴 사과 무게만큼 돈을 내고 가지고 가는 방식이었다.

사과를 딸 때 필요한 장대와 바구니 등의 장비도 편하게 가져다 쓸 수 있고 화장실이나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도 좋았다. 차를 세우고 사과밭 안으로 들어가니 사과나무가 줄을 지어 있었는데 공간감각이 둔한 내가 보기에도 몇 만 평은 족히 되는 넓은 밭이었다. 참고로 만평은 8에이커 넓이이고, 우리 동네에서 대지가 8에이커쯤 되는 주택은 흔히 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것이 멀리서도 잘 보였다. 가지가 휘청일 정도로 많이 열린 사과를 보고 혹해서 다가갔지만…

거기에는 여기 사과는 아직 따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밭고랑마다 표지판이 있었는데, 주렁주렁 사과가 열린 고랑에는 아직 따지 말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따도 좋은 밭고랑에는 사과의 품종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흔히 보던 품종 이름이 아니어서 맛이 어떤지 궁금했다. 일단 하나를 따서 맛을 보고 맛이 좋으면 그 품종의 사과를 더 따기로 했다.

장대 끝에 쇠그물이 달린 도구로 높은 곳에 달린 사과를 딸 수 있었다. 로얄 엠파이어와 조나스 골드 라는 품종이 단맛이 강하고 신맛이 적어서 우리 가족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나무에서 바로 딴 사과라서 단맛 신맛의 차이와 별개로 무척 신선한 과일의 느낌이 좋았다.

낮은 가지의 사과는 둘리양이 따고, 높은 곳의 사과는 코난군과 아빠가 땄다. 그런데 주말의 마지막날 (=일요일) 이어서 알이 굵은 사과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따가고 나무에 남은 것은 알이 작거나 벌레가 시식을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사과농장의 위치를 알았고, 나무에 열린 열매를 직접 따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짧은 가족 나들이를 했다는 데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가장 맛있는 나무에서 가장 예뻐보이는 사과 몇 개만을 땄다. 집에 마트에서 사다놓고 먹던 사과가 아직 남아있기도 하고, 또 며칠 전에 이웃이 농장에서 딴 사과를 나눠주기도 했기 때문에 공연히 집에 사과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것은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사과값은 파운드당 1.3달러였는데 대략 사과값이 6달러 정도 나왔던 것 같으니… 5파운드, 2킬로그램쯤 따왔나보다. 사과를 다 따고난 후에는 농장 건물로 들어가서 무게를 재고 값을 지불하는데, 계산대 옆에는 사과로 만든 여러 가지 상품을 팔고 있었다.

나는 사실은 사과보다도 이런 상품에 더 관심이 생겨서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사과로 만든 와인도 있고 잼도 있고 시럽도 있었다. 술을 못마시니 (게다가 한 병에 20달러로 값도 비쌌다) 와인은 아웃, 사과잼도 이미 아는 맛이라 별로… 그래서 애플 시럽을 한 병 샀다.

보통 미국인들은 아침 식사로 팬케익을 먹지만, 새로산 시럽 맛이 궁금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점저(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 :-)) 식사로 팬케익을 구웠다. 애플시럽은 메이플 시럽처럼 단맛이 나는 갈색 액체이지만 사과향이 무척 진해서 맛있었다.

다음에는 주말이 시작하는 첫날 아침에 일찍 와서 알이 굵은 사과를 따기로 했다. 일요일 한낮의 짧지만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다.

2021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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