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은 미적감각이 다소 높아서 생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려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예쁜 그릇에 담아서 먹는다든지, 자기가 입을 옷을 직접 골라서 쇼핑을 하는데, 나보다도 눈썰미가 좋아서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든지 하는 일이 자주 있다.
우리집에서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곳에 위치한 모닝룸을 카페로 삼아 매일 저녁과 주말 아침에 운영하는 카페 주인장이 된 것도, 삼면에 예쁜 커튼과 창이 있고,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무드 등이 달려있는 테이블에 예쁜 찻잔과 접시를 셋팅하는 놀이를 하기 위함이다. 모닝룸의 조명은 원래는 밝기조절이 되지 않는 것이었는데, 새집의 애프터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밝기조절 스위치를 공짜로 받게 되어서 남편이 설치를 한 것이다.
그러한 둘리양에게 학교 사진을 찍는 픽쳐데이가 찾아왔다, 바로 오늘!
픽쳐데이에는 전교생이 이어북 (year book)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데, 이어북이란 한국의 졸업앨범과 같은 것이지만 졸업생만이 아니라 전교생이 매년 사진을 찍어서 앨범으로 제작한다. 원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해마다 내 아이와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두 아이들 모두 해마다 이어북을 사주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날이고, 이 날 찍은 사진은 이어북에 기록으로 남게되니 픽쳐데이가 되기 몇 주 전부터 학교에서는 예고장을 보내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데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세우기를 좋아하는 둘리양은 내가 알려주고 준비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혼자서 뭘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할지를 미리 생각해둔 모양이다. 긴 머리와 검은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등교준비를 마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런 둘리양의 성향과 꼭 맞게도, 담임인 앤더슨 선생님은 오늘 모두들 잘 차려입고 학교에 온 김에 쉬는 시간 동안에 티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아이들에게 티파티는 한국의 소꼽놀이와 비슷한 것인데, 예쁘게 차려입고 손님을 초대해서 예쁜 찻잔을 꺼내놓고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하는 놀이이다. 요즘 가을 날씨가 좋아서 오전 오후에 각각 한 번씩 있는 쉬는 시간 (리세스 타임은 한국의 짧고 빈번한 쉬는 시간과 달리 오전과 오후에 20분씩 야외에 나가서 노는 시간이다) 동안에 바깥 공기를 쐬면서 간식을 먹는다고 한다. 오늘은 그런 야외 간식 시간을 티파티 처럼 즐기게 된다. 카페 주인장 둘리양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준비성이 철저한 둘리양은 픽쳐데이를 대비한 드레스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 전과 이후에 학교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또 날씨를 고려해서 드레스 아래에는 쫄바지를 입고, 드레스 겉에는 편안한 자켓을 입었다. 사진은 상체 위주로 찍으니 발은 뛰어 놀기 편하도록 양말과 운동화를 신기도 했다 🙂
2021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