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2021년 할로윈 풍경

2021년 할로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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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이 전학간 학교에서 할로윈 맞이 행사를 했다.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와서 선생님들이 준비한 게임을 즐기고 캔디를 얻어가는 큰 행사였는데 학교 내에서 하는 행사이니 안전 문제나 날씨 걱정 없이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

마녀 모녀 ㅎㅎㅎ

할로윈 복장을 입어도 되고 안입어도 된다고 하는데, 한 번이라도 더 차려입고 즐거운 기분을 누리려고 둘리양은 마녀 복장을 입고 참석했다. 나는 둘리양과 똑같은 모자만 쓰고 시커먼 패딩 자켓을 입으니 마녀처럼 보였다. 저 모자는 월마트에서 7달러 주고 산 것인데 품질이 제법 좋아서 잘 보관했다가 내년 할로윈에도 쓰려고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빙고 게임을 했는데 친구 릴리를 만났다.
선생님이 뽑은 단어가 자기 빙고판에 있으면 콩알을 올려놓고 가로세로대각선으로 한 줄을 다 채우면 이기는 규칙

큰 학교 건물 안 곳곳에서 여러 가지 게임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빙고게임을 하려다가 둘리양의 같은반 친구 릴리를 만났다. 빙고 게임에서 둘리양이 가장 먼저 한 줄을 다 채워서 상으로 캔디를 받아 나왔다. 체육관 안에는 게임이 무려 열 가지도 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와서 진행을 도왔다. 미술실에서는 할로윈 그림 색칠하기 활동이, 음악실에서는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주고, 급식실에서는 호박 꾸미기 콘테스트… 등등 두 시간 동안 다 참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활동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둘리양의 친구 콜비를 만났다. 그 때 부터는 이제 엄마는 더이상 필요가 없게 되어서 아이들 끼리만 돌아다니며 게임을 하게 하고 나는 로비 소파에 앉아서 편하게 휴식을 했다. 콜비 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다른 여자 아이 둘이 더 합세해서 네 명의 소녀들이 학교 안을 종횡무진하며 놀다가 간간이 로비에 앉아 있는 내게 캔디를 맡겨놓고 다시 사라지곤 했다. 학교 안이니 아이들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곳곳에 선생님들이 계시니 나쁜 사람을 만나거나 위험한 일이 생길 일도 전혀 없어서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서 온갖 할로윈 복장을 하고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 구경을 했다.

할로윈 호박 장식 콘테스트
팬티를 입은 호박은 유명한 책 캡틴 언더팬츠의 주인공이다
동화책 스마일의 주인공과 미키마우스로 변신한 호박
우리가 투표한 작품은 아기돼지 삼형제

이 행사에서 모든 선생님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의 주인공으로 분장을 했고, 또 호박을 동화책의 주인공으로 꾸며서 콘테스트를 열었다. 심사는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각자 한 표씩 투표를 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이 상을 받게 된다. 여러 가지 훌륭한 작품이 많았지만 둘리양과 나는 아기돼지 삼형제 작품에 투표했다. 내가 지도하는 교생을 맡아주신 루퍼트 선생님의 작품이기도 하고, 또 이야기의 장면을 잘 재현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친 다음날부터 5일 동안은 아이들 학교가 짧은 가을 방학을 맞이했다. 올해의 할로윈은 그 가을 방학의 딱 한 중간인 일요일이다. 우리 동네 주택단지에서는 작년에 했던 것처럼 캔디 동냥 행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이웃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 시간을 정하고, 캔디를 집 밖에서 나눠주도록 규칙을 정했다.

마녀 모자와 숄을 걸쳐두기만 해도 실내 장식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ㅎㅎㅎ
아이들이 아트 레슨에서 그린 할로윈 그림: 위의 고양이는 둘리양이, 아래의 나무 그림은 코난군이 그린 것이다
아트레슨에서 장식한 호박인데, 올해에는 진짜 호박이 아니라 모형에 색칠을 해서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집안에는 아이들이 아트 레슨에서 만든 작품을 진열해두니 할로윈 분위기가 살아났고, 집 밖에도 할로윈 분위기를 내기 위한 장식으로 커다란 거미줄과 밤에 예쁘게 불이 켜지는 호박모양 등을 세워두었다. 장식을 마쳤으니 다음은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캔디를 준비할 차례이다. 이 동네에는 60가구가 살고 있지만 한 집에 아이들이 여럿인 집도 있고, 외부에서 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캔디 개별 포장을 120개 정도 준비했다. 둘리양이 꼼꼼하게 일을 잘 해서 둘이 함께 준비하니 금방 끝났다.

스티커를 만들어서 캔디 봉지에 붙였다
작은 캔디는 샌드위치백에 넣고 스티커를 붙였다
캔디 120인분 완성!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굳이 캔디를 개별포장 하지 않고, 집밖에 준비해둘 필요도 없이, 그냥 벨을 누를 때마다 나가서 캔디를 두어개씩 나누어 주면 되었겠지만, 작년과 올해 할로윈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집 밖에서 직접 집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벨이 울릴 때마다 문을 열고 캔디를 주는 번거로움이 없고, 정한 시간 동안에 집앞 벤치에 앉아서 동네 아이들 구경을 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호박이 놓인 테이블에 캔디 봉지도 올려 두고 하나씩 집어 가도록 준비했다

둘리양과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콜비는 사는 곳이 우리처럼 주택단지가 조성된 곳이 아니고 외곽의 아주 한적한 주택이어서 캔디동냥을 다닐 이웃집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 와서 캔디 동냥을 해도 되겠는지 물어보았다. 친구와 함께 다니면 더욱 재미있으니 안될 이유가 없다. 코난군은 친구네 집에 놀러가고 없기 때문에 둘리양은 친구 콜비와 함께 우리 동네 집집마다 돌며 캔디를 얻어오고 또 우리집으로 캔디를 얻으러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 동안 콜비의 엄마와 나는 차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놀았다. 콜비는 다음 주에 열 살이 되는데, 둘리양 보다도 키가 크고 성장이 앞서서 조숙한 모습이다.

마녀 둘리양과 해리포터 마법학교 학생 콜비
카우보이 복장으로 꾸민 이웃이 캔디 동냥꾼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아도 직접 집어갈 수 있도록 캔디를 준비해둔 집도 있다

우리 동네는 외부의 차량이나 사람들이 우연히 지나갈 수 없는 구조로 조성되어 있어서 길에 다니는 차가 적고, 이웃들끼리 얼굴을 다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래서 아이들끼리만 캔디 동냥을 하러 다녀도 안심이 된다. 저녁 5시부터 7시 까지가 정해진 시간인데, 아직 어린 아이들은 날이 밝은 5시에 동냥을 다니고, 청소년이나 조금 큰 아이들은 어둑해질 무렵인 7시 까지도 돌아다녔다. 어디서 그렇게 귀여운 할로윈 복장을 마련했는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원더우먼도 있고, 뒤뚱뒤뚱 우습게 걷는 공룡도 있었다.

가장 우스꽝스러웠던 할로윈 복장 🙂

즐거운 캔디 동냥 행사를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와 얻어온 캔디를 다 꺼내놓고 같은 종류끼리 분류를 하는 것도 둘리양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친구집에 놀러간 코난군이 돌아오면 자기 캔디를 나눠주겠다고도 하는 착한 동생이다.

전리품을 종류별로 분류한 둘리양

202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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