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기 11-1-2021 오랜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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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 월요일

오늘은 11월의 첫 날이기도 하고 한 주일의 첫 날이기도 하다. 원래 할로윈의 풍습이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달력상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어서 다음날인 오늘은 새로운 해의 첫 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마음으로 상쾌한 새출발을 다짐하고자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

지난 주말, 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아트 선생님은 워싱턴 디씨 나들이를 다녀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한국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내 생각이 나서 뭐 필요한 것 있으면 사다주려고 했으나 전화에 문제가 있어서 연락을 할 수 없었다며 몇 가지 식품을 사다 주었다. 우리 동네 오아시스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값이 더 좋아서 그 동안 내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요량으로 샀다고 했다. 가끔 김치나 만두 같은 음식을 하면 아트 선생님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그걸 잊지 않고 갚으려는 마음이다.

이것 저것 골고루 사는 것만 해도 충분한데 심지어 무생채와 도토리묵을 찍어 먹을 양념장은 직접 만들어서 주기까지 했다. 양념장은 전날 만들어서 냉장고에 하루 두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춧가루가 잘 녹아서 농도짙은 맛있는 장이 되었다. 김밥과 유부초밥은 아이들 점심 도시락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아트 선생님은 올해에도 아이들에게 할로윈 캔디 꾸러미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늘 무언가를 나누려는 마음씨가 나하고 잘 맞아서 기쁘고 감사하다.

지난 주 수요일에는 둘리양 학교에서 하는 도서전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북페어 라고 하는 행사는 교과서도 만들고 아동 서적도 출판하는 큰 회사인 스콜라스틱에서 전국적으로 지원하는 행사이다. 자기네 회사에서 출판한 책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진열대와 계산기 등을 팩키지로 운송해주고, 판매 금액의 일부는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 (주로 초등학교) 에 나누어 준다. 출판사는 돈을 벌어 좋고, 초등학교에서는 기금 마련이 되고, 또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장려하는 캠페인이 되기도 해서 대부분 학교에서 해마다 한 두 차례 북페어 행사를 한다.

초등학생들이 읽기 좋은 책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기금 마련이 목적이니 노동력은 교사나 자원봉사자가 충당해야 한다. 나는 이전에 아이들 북페어에 가서 책을 사주기만 했지 직접 판매하는 자원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둘리양 학교 도서관 선생님으로부터 가격을 스캔하고 돈을 받는 방법을 배웠다. 학교 컴퓨터실을 책방으로 꾸며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들르거나, 어린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인솔해서 단체로 들르기도 한다. 미리 도서전 행사를 알려서 아이들은 집에서 미리 어떤 책을 살지 검색해보고 책을 살 돈을 들고 온다. 하지만 아직 어린 저학년 아이들은 책 가격에 더해서 세금이 붙는다는 사실을 잘 몰라서 동전 몇 푼이 모자라는 일도 생기고, 또 원래 사려고 했던 책 말고 더 비싼 다른 책을 사겠다고 하는 일도 있다.

이 모든 책과 진열할 수 있는 장과 계산대 까지도 출판사에서 제공한다

이번 학기에 내 스케줄은 수요일이 비교적 유동적인 편이라서 이 날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지원했고, 또 그 중간에 둘리양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잡아두기도 했다. 어차피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 면담도 해치우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둘리양의 첫 9주간의 성적은 매우 우수했다. 모든 과목에서 에이를 받았고 품행성적도 모든 항목에서 최고인 3점을 받았다.

올 에이, 미국인들은 스트레이트 에이 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인들은 에이 플러스가 가장 높은 점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대학교 성적표에는 에이 플러스부터 아래로 점수가 나열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에이 플러스라는 학점은 없다. 농담이나 우수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에이 플러스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식으로 하자면 “백점 만점에 백십점!” 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이고 공식적인 문서에는 에이가 가장 높은 점수이다. 그 아래로는 A-가 있고, B, C, D에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붙는다. 같은 이유로 F 에는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붙지 않는다. 어차피 F (Fail, 실패) 를 받았다는 것은 그 과목을 통과하지 못해서 재수강을 해야 하니, 잘한 에프나 못한 에프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품행도 방정하다는 선생님의 코멘트

우리 아이들 학교는 한 학년을 9주일로 나누어서 성적표를 발행하는데 두 아이 모두 첫 9주간의 성적이 아주 좋다. 둘리양의 선생님과 면담에서도 성적과 품행이 우수하다보니 별로 길게 할 이야기가 없었지만,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 친구를 여러 명 사귀고, 수업 시간이 손을 번쩍 들고 발표를 잘 한다는 말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숫기없던 둘리양의 변신에 놀라기도 했다.

학년의 9주일을 마친 다음 주말을 끼고 5일 동안은 아이들의 가을 방학이다. 남편과 나는 방학이 아니어서 출근하거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내일까지 학교를 가지 않는다. 코난군은 토요일에 친구들을 불러서 지하실에서 실컷 놀았고, 일요일에는 두 아이 모두 할로윈을 즐겼다. 오늘과 내일은 코난군은 집에서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할 예정이고 둘리양은 오랜만에 주주네 집에 가서 놀 계획이다.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놀지만, 이번 주 안으로 5-11세 아동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될 예정이어서 조만간 둘리양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놀 수 있게 된다.

둘리양을 주주네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멋진 가을 풍경을 보았다. 단풍이 멋진 나무와 낙엽을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ㅎㅎㅎ 예전 집에 살고 있었다면 “아휴 저걸 언제 다 치우지?” 하는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오랜만에 지하실에 내려가서 운동을 좀 하려고 한다. 여름 방학 석 달간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학기를 시작하고 석 달은 운동을 완전히 접었었다. 아침 8시 강의가 있고 오랜만의 대면 수업 준비를 하느라 운동에 쓸 시간과 기운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11월 1일을 맞이해서 앞으로 석 달간 다시 열심히 운동을 하려고 결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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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

둘리양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올리시는 글을 쭉 읽다 보면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즐겁네요.ㅎㅎ 저도 항상 계획적이었어서 엄마를 들들 볶았는데요.. 마트를 가도 언제 가서 언제 올 건지,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는지 아닌지, 차를 타고 가는지 걸어가는지, 다녀와서는 뭘 하는지 등등 꼬치꼬치 캐물었거든요. 제 예상에 없는 이벤트가 생기면 기분이 확 상하기도 했고요. 부끄럼도 많이 타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는 말도 잘 못 했는데 학교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꽤 사회적인 인간이 되어 있더라고요. 물론 둘리양은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모범적인 소녀 같아요.ㅎㅎ 둘리양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