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호박은 먹으면 안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ational Public Radio, NPR) 에서 이런 기사를 써둔 것이 있었다.
https://www.npr.org/sections/thesalt/2015/10/30/452856477/are-we-wasting-millions-of-jack-o-lanterns-that-we-could-be-eating
섬유소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좋은 음식인 호박이 해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부에서는 버려지는 호박에서 나오는 가스가 환경오염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다른 품종에 비해 크기가 커서 수분이 많고 맛이 연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고작 할로윈 장식으로 며칠간 두었다가 버리는 것은 여러 모로 자원낭비에다 환경오염까지 초래하니, 여러 가지 요리로 활용해서 먹으라는 기사이다.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기도 하고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고 하니 호박요리를 만들었다. 커다란 덩어리 호박을 작게 쌀고 껍질을 벗기는 일은 힘들었지만, 인스탄트팟에 익히고 핸드믹서로 갈아서 퓌레를 만드는 일은 아주 쉬웠다.
호박 퓌레에다 찹쌀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이니 한정식집에서 전채요리로 나오는 것과 흡사한 호박죽이 되었다. 소금을 조금 넣고 흑설탕을 추가하니 달콤한 맛이 아주 좋았다. 멀건 죽만 있으면 조금 허전하니, 보기에도 좋고 맛도 조금 더 끌어올리려고 호박을 깍둑썰기해서 설탕과 간장에 조렸다. 약밥의 맛과 흡사한 단짠맛 호박 조각이 들어가니 죽을 먹을 때 씹을 덩어리가 있어서 좋고 맛도 더 좋아졌다. 새알심 대신에 마트에서 파는 타피오카펄을 삶아서 넣으니까 쫄깃한 떡조각 같아서 맛있었다.
오랜만에 82쿡에 글도 올리고 아트 선생님과 주교수님에게 호박죽을 나누어 드리기도 했다. 아직도 많이 남은 호박으로 다른 요리도 만들어보려 한다.
지난 목요일부터 우리 동네는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는데 그 와중에 둘리양의 반 친구 콜비는 생일 파티를 코로나19 때문에 야외에서 하기로 했고 둘리양을 초대했다. 둘리양은 무척 오랜만에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는 것이어서 자못 기대를 하고 있었고, 콜비의 엄마는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파티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걱정을 표했다. 다행히도 토요일 한낮의 기온은 다소 올라갔고 바람이 불지 않고 햇빛이 강해서 그늘이 아니면 밖에서 놀아도 괜찮을 정도가 되었다. 둘리양은 자기가 모은 용돈으로 친구에게 줄 생일카드와 상품권을 사겠다고 했다. 타겟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 상품권과 생일축하 카드를 사고 마트안 스타벅스에 가서 카드를 쓰기로 했다. 타겟마트도 스타벅스도 이미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고 겨울명절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 커피도 나와서 둘리양와 나는 각기 다른 종류로 주문해서 마셨다. 이제 고작 초딩 4학년이지만 엄마랑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토요일은 친구 생일파티에서 신나게 놀았고 다음날인 오늘 일요일은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까다로운 심사와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서 마침내 지난 수요일부터 만 5세에서 11세 아동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었는데, 승인 발표가 나자마자 예약을 시도했지만 일요일이 가장 빠른 접종일이었다. 이 연령의 아이들은 어른의 3분의 1 용량 백신을 맞게 된다. 백신에 칩이 들었다느니, 부작용으로 누가 죽었다느니, 하는 근거없는 뜬소문은 완전 무시하고 둘리양의 원활한 학교생활과 친구관계를 위해 접종을 했다. 3주일 후에 2차 접종을 하고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나면 완전 면역 단계 (fully vaccinated)가 되어서 그 때 부터는 친구들을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함께 놀 수도 있고, 좋아했지만 2년간 다니지 못했던 체조 학원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수영장에 놀러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둘리양은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커녕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남편이 이웃집 아주머니로부터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를 받아왔다. 우리집의 왼편 이웃집에 사는 노부부는 일년 중에 추운 계절은 플로리다에 가서 살고, 더운 계절은 산악지방인 우리 동네에 와서 살면서 가까이 사는 손주들을 봐주곤 한다. 몇 주 전에 튀김만두를 만들어서 이웃집들에게 돌렸는데, 그 답례로 사과 크림?을 얹은 파이? 같은 것을 예쁘게 담고 고맙다는 카드까지 써서 주었다.
다다음주의 추수감사절 명절을 여기서 손주들과 함께 보낸 후에 플로리다로 내려가니, 그 전에 우리집에 인사를 미리 챙긴 것 같다. 별 것 아닌 음식이지만 이웃집과 나누어 먹으면서 근황을 전하고 하는 생활이 즐겁다.
2021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