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아이들이 트리 아래 놓여있던 선물 상자를 개봉했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트리 아래에 놓아두었다가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파자마를 입은채로 선물을 열어보는 것을 전통처럼 여긴다. 가장 먼저 선물을 놓아둔 것은 둘리양이었는데, 학교 미술 시간에 만들기 한 것을 잘 포장해서 가족 선물로 마련한 것이다. 그걸 보고 다른 가족들도 하나둘씩 작은 선물을 준비했고, 이웃에게서 받은 선물도 트리 아래에 모아두었더니 제법 풍성하다.
둘리양이 엄마에게 선물한 것은 크리스마스 오너먼트인데 투명한 바탕에 색칠을 해서 스테인드 글래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코난군에게는 키세스 초코렛 위에 오려 붙여 만든 작고 귀여운 크리스마스 트리이고, 아빠에게는 책갈피를 만들고 아빠가 좋아할만한 책을 한 권 사서 함께 선물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장난감 같은 선물은 안사줘도 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는 즐거움은 여전히 누릴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실용성을 너무 추구하다가 아이들의 작은 즐거움을 박탈하지 않도록 조심하려한다.
근 3주일간 붙잡고 있던 스웨터 뜨기를 오늘 완성했다. 탑다운 방식으로 뜨는 이 스웨터는 유튜브에서 발견한 도안을 따라서 만들었다. 뜨개질하는 시월드 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은 시어머니가 뜨개질을 하고 며느리가 촬영 편집해서 동영상을 올리는데, 평면으로 된 도안을 보는 것보다 동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따라하니, 배우기가 훨씬 수월했다. 뜨개질로 작은 소품은 많이 떠봤고 작년에는 둘리양의 스커트도 만들어 보았지만 스웨터는 처음으로 도전했다.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단과 코를 세고 또 세고 하면서 완성했다.
원래 디자인에 없던 비즈를 바느질해서 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탑다운 방식으로 목부분부터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통짜로 뜨개질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몸통을 목보다 넓게 만들기 위해서 코를 늘려야 했다. 한 코에서 실을 한 번 더 걸어서 두코로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코를 늘인 부분마다 크게 구멍이 숭숭 뚫여버렸다. 유튜브의 시어머니 선생님은 나중에서야 구멍이 안생기게 코를 늘이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서 (코를 한 번 꼬아서 걸면 된다), 아랫부분은 비교적 표나지 않게 코가 늘었는데 처음 두 단은 영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실과 비슷한 색의 비즈를 사서 구멍이 안보이도록 붙인 것이다.
스웨터의 소매와 단 부분도 원본과는 다르게 고무단을 넣어서 만들었다. 원래 디자인은 반소매에 넓게 벌어지는 단으로 마무리가 되어있지만, 둘리양이 입기에는 고무단이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듯해서 내가 응용한 것이다. 고무단을 길게 떠서 안쪽으로 접어넣고 두 겹으로 만드니 단단하게 손목과 허리 부분을 잡아주는 것 같다.
둘리양과 함께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실의 색상을 직접 고르도록 했는데 민트색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골랐다. 나는 유치한 핑크나 병아리 노랑색만 눈에 들어왔는데, 둘리양은 취향이 나보다 더 세련되었다.
이제부터는 코난군의 스웨터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회색 털실을 사왔다. 이번에는 코를 늘일 때 구멍이 안생기도록 주의할 예정이다. 남자 스웨터에 비즈를 달아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한 번 떠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2주 안에 완성해서 아이들이 개학하면 학교에 입고 갈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처럼 힘차고 예쁘고 희망이 보이는 양란의 꽃봉오리 사진을 뜬금없이 함께 올려본다 🙂
2021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