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또 간다, 디즈니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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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고, 그 이후 새 집의 융자금을 갚아야 하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크루즈 여행이 불가능하기도 해서 잊고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리집으로 초대한 어느 가족과 휴가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디즈니 크루즈에 꽂히게 되었다 🙂

버지니아 공대 아동학과 교수인 최교수는 아직 두 돌이 되기 전인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내 수업에 와서 특강을 해주기로 했다. 고맙기도 하고, 맞벌이 하며 어린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 봄방학이고 해서 남편과 아이까지 모두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일본인인 남편이 우리집 사우나와 운동기구 등에 관심을 보여서 두 가족이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다가 그 남편이 우리 부부에게, 가족 휴가여행으로 어떤 곳을 추천하느냐고 물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 걸음마를 하고 엄마 아빠를 부를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비로소 “가족” 이라는 개념이 새로이 정립되고, 또 아이에게 보다 좋은 것,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져서 가족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된 듯 했다. 우리 부부는 입을 모아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추천했다. 내 홈페이지에 올린 여행 후기 사진과 글을 보여주며 디즈니 크루즈 여행이 일하는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힐링이 되는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에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며칠 후에 코난군에게 최교수 부부와 나누었던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코난군이 묻기를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다시 한 번 갈 수 있을까요?” 했다. 크루즈 안에서 호화로운 식사와 재미있었던 활동들이 무척 그립다고도 했다. 코난군의 질문을 받고 보니, 정말로 우리 가족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갈 기회가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 여름이 지나면 코난군은 고등학생이 되고, 4년 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어서 여행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에 나혼자 여행에 관한 꿈을 그려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코난군이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바르셀로나로 가서 가우디의 건축작품을 감상하는 여행을 하고, 거기에서 출발하는 디즈니 크루즈를 타고 지중해 이태리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꿈이었다. 주주 엄마에게 내 상상을 이야기해주며 우리 같이 그 여행을 가자고 말하기도 했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대유행 중이지만, 온가족이 백신을 맞기도 했고 온세상이 어느 정도 적응을 해나가고 있어서 디즈니 크루즈도 백신을 맞은 승객만을 태우고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항공요금이나 호텔 이용요금이 물가 상승세를 타고 많이 오른데다, 우리 가족은 새로 이사한 집의 융자금과 집이 커진 덕분에 더 내야 하는 세금 부담 때문에 아무래도 지중해 크루즈는 어려울 것 같다. 다행인지 아닌지 몰라도 코난군은 건축가의 꿈을 접었고 요즘은 금융이나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가우디의 작품을 꼭 보여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플로리다의 포트 커네버럴에서 승선하게 되면 비행기를 탈 필요없이 12시간 운전해서 갈 수 있고, 호텔에서 숙박은 하루만, 식사를 사먹는 것도 왕복 이틀 정도만 하면 되어서 여러 모로 비용이 절감된다. 게다가 카리브해를 동쪽으로 도는 코스는 항구 두 곳에 기항하고 나머지는 디즈니 섬에 들르거나 배 안에서 머무는 일정이어서 항구에 내려서 따로 관광상품을 결제할 필요가 없어서 경제적이다. 지중해 크루즈는 크루즈 비용은 얼마 안하지만, 항구마다 내려서 지불할 관광상품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바티칸 대성당이라든지 피사의 사탑, 폼페이 유적지 등등.. 그 입장료만 해도 많은 돈이 들것이다. 관광 중에 밥도 사먹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바하마나 카리브해 항로는 연중무휴로 있기 때문에 (알래스카와 유럽은 여름철에만 운항한다) 스케줄을 고르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내년 여름에 갈 여행을 예약해버렸다!

디즈니 판타지 호 – 지난 번 서쪽 카리브해 여행을 할 때 탔던 그 배이다.

보안상 우리 여행 일정을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 내년 여름에 우리집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친지 여러분들께서는 우리와 미리 의논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래봤자 1주일 집을 비우는 것이니 큰 상관은 없을 듯 합니다)

크루즈 예약을 마치고나서 주주 엄마에게 이러저러해서 지중해 대신에 카리브해 크루즈를 예약했다고 문자로 알려주니, 화끈하기로 동네 최강인 주주 엄마는 즉석에서 우리가 예약한 선실 옆 방을 예약해버렸다. 안그래도 며칠 전에 주주가 크루즈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록 상상일망정, 같이 지중해 크루즈 가자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고 하니, 과감하게 예약을 한 것이다. 나도 어느 정도 밀어붙이는 실천력이 높은 편이지만, 주주 엄마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ㅎㅎㅎ

2023년 여름이면 주주와 둘리양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때이기도 해서 두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배 안에서 둘이 신나게 같이 놀 수 있고, 그 동안 주주 엄마와 나는 어른들만 가는 구역의 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유유자적 수다를 떨며 놀 수 있게 된다. 코난군은 어차피 나이가 많아서 둘리양과 같은 키즈 클럽에 갈 수 없고 청소년 클럽에 가서 놀게 된다. 남편은 조용한 객실에서 낮잠을 자거나 원하는 강연이나 공연을 즐기곤 하니, 낮 시간 동안에는 가족들이 각자 배 안에서 흩어져서 놀다가 저녁에 만나서 코스요리 식사를 하고 쇼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 크루즈를 가려면 일 년도 더 기다려야 하니… 그 동안 운동과 다이어트나 열심히 해서 크루즈 사진을 멋지게 찍을 준비를 해야겠다. 아이들에게도, 크루즈 비용을 지금부터 저축해야 하니 돈을 쓸 일이 생기면 한 번 더 생각하라고 말해두었다.

2022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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