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중학생들의 댄스파티

중학생들의 댄스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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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enade Dance Party를 줄여서 프롬 이라고 부른다

십대 청소년이 나오는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에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화려하게 차려입고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프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의 아이들이 처음으로 어른들처럼 차려입고 어른들처럼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를 하는 것이 프롬의 기원이다. 곧 다가올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원래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만 참석하는 프롬이 점점 연령의 하향화가 진행되어 요즘은 중학생들도 그런 댄스파티를 하나보다.

어느날 코난군이 댄스파티에 가고 싶고, 그 때 입을 정장 옷을 사야한다고 말했다. 댄스파티라니? 네가? 춤을 춘다고? 양복 정장을 입겠다고? 열 네 살 평생 춤이나 정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아이가 그런 요청을 하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ㅎㅎㅎ 내 짐작으로, 춤을 추는 댄스 파티라서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싸라면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라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마침 함께 참석할 여자친구도 있으니 우리 같이 가자! 하고 뜻이 맞았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고작 하루 저녁 입자고 비싼 정장을 사줄 수는 없다. 한창 자라고 있는 나이라서 올해 구입한 정장을 내년에는 입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티 분위기에 안맞는 옷을 입고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사춘기 아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도 자명하다. 코난군 친구 중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아이는 교회갈 때 입을 요량으로 부모가 비싼 새 양복을 사주기도 하는 모양인데, 코난군은 그 친구의 새 양복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자기도 이런 옷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ㅎㅎㅎ 프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나도 그 정도는 안단다 아들아… ㅎㅎㅎ

중고 가게에서 구입한 자켓과 드레스 셔츠

이럴 때 편리하고 유용한 중고 가게를 코난군과 함께 방문했다. 미국에는 중고 가게가 많은데, 굿윌 이라는 곳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가게이고, 비영리기구나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중고 가게도 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기부 받은 물품으로 판매하는데 반해서, 또 어떤 가게는 중고 옷을 매입해서 손질한 다음 마진을 붙여서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곳의 옷이 상태가 더 좋다. 물론 가격도 약간 더 높게 책정되어 있다. 다행히 코난군은 새 옷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고 중고 옷에 대해 거부감도 없어서 굿윌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 바지는 아빠가 입으려고 샀는데 재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광택이 너무 심해서 화려하거나 소란스러운 느낌) 반품하려다가 코난군의 오케스트라 연주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고, 양복 저고리는 10달러, 흰 셔츠는 5달러 주고 구입한 중고 옷이다. 사실은 아빠의 양복을 입어도 될 정도로 코난군의 덩치가 자랐지만, 너무 오래된 구식 스타일이거나 코난군이 싫어하는 갈색이나 회색톤이 많아서 코난군이 거절했다. 넥타이도 불편해서 싫다고 했다.

양복도 장만했고 8달러 참가비는 코난군의 용돈에서 직접 지불했고 함께 갈 여자친구까지 있으니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마침 코난군의 여친 매들린의 집이 파티 장소와 가까워서 저녁에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친구집에 일찍 가서 놀다가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매들린의 엄마한테 들은 바로, 원래는 중학교 체육관을 파티장으로 꾸미고 학교 선생님들이 파티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여파 및 다른 업무로 교사들이 힘들 것을 우려해서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파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댄스 파티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자기들끼리 의논을 해서 올해 파티는 학교와 상관없이 주최했다고 한다. 그래서 파티 장소가 학교가 아닌 우리 동네 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가 된 것이었다.

학교 체육관을 파티장으로 꾸민 모습

컨트리클럽이란, 출자를 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등의 운동 시설과 레스토랑이나 파티를 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를 포함한 시설인데, 매년 내야하는 연간 회비 뿐만 아니라 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사용료를 따로 내야 하는 등 멤버쉽을 유지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든다. 대신에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 수영장이나 테니스장에 비해 시설과 관리가 훌륭하고 이용객이 적어서 쾌적한 장점이 있기도 하다. 매들린의 집은 컨트리클럽 단지 안에 있어서 그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멤버쉽을 가지고 있고 집에서 가까운 컨트리클럽을 자주 다닐 수 있도록 골프카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집 코난군과 남편은 테니스 가방을 매고 걸어서 고등학교 테니스코트에 가서 테니스를 치곤 하는데, 매들린네 집은 골프카트를 몰고 컨트리클럽 코트로 가서 테니스를 친다. 뭐랄까… 서민과 부잣집 가족의 비슷하고도 다른 생활상…? ㅎㅎㅎ

골프장을 끼고 있는 컨트리클럽의 전경
비싼 회원가입비와 이용료 덕분에 부대 시설이 모두 잘 관리되고 있다

매들린네 집에서 놀 때는 양복이 불편하다며 평상복을 입고 갈아입을 옷을 따로 가지고 갔다. 매들린의 엄마가 아이들이 옷을 갈아 입은 다음에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겠다고 했고, 컨트리클럽까지는 매들린의 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만약에 파티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재미가 없어서 일찍 나오고 싶다고 하는 경우에도 매들린의 부모가 픽업을 해주기로 해서 마음이 놓였다. 우리집에서 컨트리클럽 까지는 무려 20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매들린네 집 앞마당에서 찍은 커플 사진
둘 다 키가 훤칠하다 🙂
저 언덕 아래 길로 1킬로미터쯤 내려가면 컨트리클럽이 있다

두 아이들 모두 파티에 잘 갔다며 매들린 엄마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파티는 밤 10시에 마치는데 그보다 조금 먼저 코난군을 데리러 갔더니 주차장에 많은 부모들이 차를 세워놓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난군에게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니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학부모 한 명이 이름을 확인하고 보내주었다. 파티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반드시 이름을 확인하고, 파티장 안에서도 자원한 학부모 몇 명과 심지어 보안관까지 한 명이 안전사고를 대비해서 아이들의 파티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춤은 안추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디제이가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놀았다고 한다. 음식은 어떤 것이 있더냐고 물으니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한다. ㅎㅎㅎ 둘리양이었다면 자기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묻기도 전에 낱낱히 다 이야기해주었을텐데… 코난군은 묻는 말에 이런 성의없는 대답만 한다 ㅎㅎㅎ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2022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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