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로윈 캔디를 나눠주느라 두 시간 동안 바깥에 있었고, 오늘도 이래저래 바쁘게 다니다보니 몸살이 난 것 같다. 일단 사진만 올려두고 자려고 한다. 내일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면 다시 돌아와서 사진마다 설명과 글을 추가할 계획이다.
다음날 업데이트함 🙂
올해 할로윈의 원래 계획은 코난군은 친구 조나스네 동네에서, 둘리양은 친구 주주네 동네에서 캔디 동냥을 다니기로 했었다. 두 곳의 주택단지는 우리동네 보다도 몇 배로 커서 이집저집 많이 돌아다닐 수 있고, 친구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난군이 계획을 바꾸어 우리 동네에서 할로윈을 즐기겠다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걸어와서 우리집에서 조금 놀다가 해가 지면 캔디 동냥을 다닐 수 있어서 부모들의 라이드가 필요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라고 허락을 하고 보니, 아이들이 우리집에서 노는 동안에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음식 준비를 해야만 했다. 나는 학교에서 세미나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둘리양을 데려다주고 우리 동네 캔디 동냥꾼들에게 캔디를 나눠주어야 해서 음식은 간편한 냉동식품으로 준비했다. 열두어명의 아이들은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지하실에서 놀고 있었다 ㅎㅎㅎ
둘리양을 데리고 주주네 집으로 가니 손이 큰 주주 엄마답게 캔디를 무슨 드럼통만한 대야에 담아놓고 할로윈 장식도 아주 대단하게 해두었다. 올해에는 블랙스버그 시청에서 온 마을을 돌면서 할로윈 장식을 멋지게 한 집에다가 상장을 꽂아놓고 갔는데, 주주네 집도 상을 받았다. 둘리양은 할로윈 복장으로 해리포터 마법학교 교복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주주와 함께 셋트로 맞추어 입을 계획이었다. 지난 여름 로봇 코딩을 함께 배웠던 메이브는 마녀 드레스를 차려입었고, 니알라는 70-80년대 디스코 가수 복장을 입었다. 매디는 둘리양 덕분에 주주와 알게 된 인연으로 할로윈 파티에 함께 초대받았다. 늑대인간 복장을 하고 왔다.
저녁에 둘리양을 데리러 갔더니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이 와있었다. 주주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내주어서 잠시 수다와 함께 즐겼다. 언제나 한국 여자들의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메이브 엄마는 나를 보자마다 대뜸 너 무슨 화운데이션 쓰니? 하고 물어보았다. 마트에서 제일 싼 걸로 사서 쓴다!고 대답해 주었다 ㅎㅎㅎ
우리 동네 반상회에서는 할로윈 행사 시간을 정해놓고 (5:30-7:30) 각 집주인이 집 앞에 나와서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눠주기로 했다. 원래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벨을 눌러 문을 열어주고 캔디를 나눠주는 것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집 바깥에서 캔디를 나눠주거나 아이들이 직접 캔디를 집어갈 수 있게 준비해두게 했었다.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집 밖에 나와서 동냥꾼을 맞이하는 것이 재미있고 아이들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
동네 반장인 제니가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캔디를 나눠주는 이웃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페이스북 그룹에 올렸다. 덕분에 다른 집들은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캔디를 나눠주었는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나는 마녀 모자를 쓰고 진회색 숄을 둘렀더니 보온 효과가 좋아서 제법 쌀쌀한 날씨에 밖에 머물러도 춥지 않았다. 위 사진에서 내 앞에 있는 작은 거미 모형은 소리 센서가 있어서 주변에서 소리가 들리면 거미가 뚝 떨어졌다가 다시 줄을 타고 올라간다. 예전 집에서 딱따구리를 쫓기 위해 구입한 것인데 이제는 할로윈 장식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마침 거미가 뚝 떨어지는 높이가 어린 아이의 키 높이와 딱 맞아서 캔디를 달라고 왔다가 깜짝 놀라고 웃고 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무서워서 울기도 했지만 함께 따라온 부모들이 안심시켜주었다.
코바늘 뜨개질로 만든 호박 모양 수세미 안에 캔디를 하나씩 넣고, 이 호박은 수세미로 사용하면 세제를 적게 쓸 수 있어요 하는 메모도 인쇄해서 넣었다. 캔디를 받아 가는 아이들이 이걸 직접 만들었냐고 묻기도 했고, 예쁘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할로윈 행사를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이 사진을 동네 페이스북 그룹에 미리 올리고, 60개를 만들었는데 먼저 온 사람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줄거라고 알렸다. 그랬더니 예쁘다고 칭찬하는 댓글도 달리고, 자기네 가족은 이걸 받아오는 행운을 누렸다는 댓글도 달렸다.
아장아장 걷는 꼬마 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다녀갔다. 모터로 바람을 불어서 풍선처럼 부풀게 만드는 복장은 아이들의 얼굴이 안보여서 마음놓고 초상권 침해 걱정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싸 중에서도 핵인싸라 할 수 있는 코난군은 친구들과 의논해서 단체로 복장을 맞추어 입었다. 루니툰 이라는 만화영화 캐릭터 이름이 새겨진 농구 유니폼을 각자 주문해서 사입었다. 이 날 낮에는 비가 많이 와서 할로윈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녁무렵에는 비가 그쳐서 아이들은 농구공을 튕기며 캔디 동냥을 다닐 수 있었다.
코난군이 늘 어울려 노는 친구 무리가 대략 이 정도이다. 이번에는 소렌의 새로운 여자친구 레일라가 추가되었고, 또 영국에서 전학왔다는 한국 아이 이안도 초대를 했다. 이안은 영국에서 오래 살아서 영국식 영어를 말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할로윈 행사를 별로 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새로 전학와서 친구가 없는 이안이 안되었던지 코난군이 자기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초대를 한 것이다.
열 명도 더 되는 큰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다니며 캔디를 얻으러 가는 것이 이웃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코난군이 핵인싸라서,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부를 수가 없다보니 이렇게 대규모 동냥 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ㅎㅎㅎ 그래도 친구들 무리 속에서 즐거워하는 내 아이를 보는 마음은 흐뭇했다. 친구 한 명 없이 외로운 것 보다는 왁자지껄 소란스럽고, 음식준비나 청소 등의 일이 힘들어도 우리집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놀게 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에는 제임스가 노래방 놀이용 탬버린을 깔고 앉아 망가뜨리는 손실이 있었다 ㅎㅎㅎ
2022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