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3

크리스마스 선물과 둘리양 피아노 발표회

Loading

아이들의 겨울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주 목요일부터 공식적인 겨울 방학이지만, 코난군의 고등학교는 오늘이 실질적으로 마지막 수업일이고 다음 주 월,화,수요일은 자기 시험이 있는 날에만 등교해서 시험이 끝나면 귀가하기 때문에 코난군은 화요일만 학교를 가게 된다. 둘리양은 다음 주 화요일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수요일에는 종업 파티를 한다. 겨울 방학 동안에 크리스마스 명절이 들어있으니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방학하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헌터 선생님께 드릴 선물

선생님께 드릴 선물은 마음같아서야 비싸고 멋진 것을 준비하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제한적이고, 또 선물을 할 대상이 한 두 명이 아니어서 궁리를 하다가 초코렛과 함께 내가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하기로 했다. 둘리양의 담임인 헌터 선생님에게는 따뜻한 털모자와 목도리를 뜨개질했다. 헌터 선생님은 초등학생 딸이 두 명 있기 때문에 만약에 이 디자인이 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신에 입어줄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다.

크롤리 선생님께 드릴 선물

헌터 선생님은 크롤리 선생님과 공동 담임을 맡고 있다. 크롤리 선생님은 특수교육 교사인데, 장애 학생과 통합교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아마도 공동 담임 제도를 운영하는 것 같다. 둘리양이 크롤리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배울 일은 없지만, 그래도 매일 같은 반에서 마주치는 선생님이니 선물을 빠뜨리면 섭섭할 것 같아서 똑같은 초코렛과 손뜨개한 컵받침 셋트를 선물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캔디 모양의 컵받침

컵받침이나 모자 목도리 등은 완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하루에도 몇 개씩 쉽게 만들었다. 주말에 드라마 한 편을 보면서 손이 심심하지 않게 뜨개질을 하고, 그래서 만들어진 작품은 선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돈을 절약하고 정성이 깃든 선물을 준비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았다.

퍼거슨 선생님께 드릴 선물

둘리양은 영재반에 들어가 있는데, 영재반을 지도하는 퍼거슨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른다. 퍼거슨 선생님은 내 동료 로빈스 교수의 동생이기도 해서 나도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6달러 짜리 초코렛 박스와 컵받침 두 개를 넣었다. 선물은 내가 포장하고, 카드는 둘리양이 직접 쓰게 하니 선물 준비하는 일도 예전에 비해 참 쉬워졌다 🙂

매들린에게 줄 선물

피아노 선생님께도 초콜렛과 컵받침을 선물했고, 아트 선생님께는 둘리양이 직접 뜨개질한 컵받침을 드렸다. 아직도 털실이 많이 남아 있으니 이번에는 코난군의 여친인 매들린에게 줄 것을 만들었다. 털모자는 둘리양 친구들에게 주기 위해 몇 개를 이미 만들었더니 손에 익어서 만들기가 아주 쉽다. 코난군과 매들린은 남친여친 커플이 된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는데, 부모를 걱정시키는 일 없이 잘 사귀고 있는 것이 예뻐서 매들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기로 했다. 사춘기 여학생에게 어울리도록 포장도 정성껏 해서 오늘 아침에 코난군이 등교할 때 가지고 갔다. 학교 쉬는 시간에 선물을 받고 열어봤는지 매들린이 내게 직접 문자로 감사 인사를 했다.

포장을 마친 모습

목요일인 어제는 둘리양의 피아노 레슨 발표회가 있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우리 동네에 위치한 교회의 음악 디렉터인 덕분에 따로 장소를 임대할 필요없이 교회 예배당 안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둘리양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간다. 교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예배당 안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회의실이나 주차장 등 부속 시설이 넓어서 날씨가 나쁜 날에 둘리양을 차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하는데에 불편함이 없다.

성 미카엘? 또는 세인트 마이클 🙂 루터 교회 예배당

이 날의 행사는 “오픈 하우스” 라고 이름지었는데, 오픈 하우스란 보통은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장소를 특별히 공개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대학 기숙사에서 오픈 하우스 이벤트를 하면 기숙사생이 아닌 친구들이나 가족을 초대할 수 있고, 디즈니 크루즈 안에 있는 키즈 클럽은 평소에는 해당 연령의 아이들만 입장할 수 있지만, 하루에 한 번 정도 오픈 하우스 시간을 마련해서 부모가 함께 입장할 수 있고, 자기 연령보다 높거나 낮은 키즈클럽을 구경할 수도 있다.

피아노 레슨을 받는 장소

그러니까 이 날의 연주회는 공식적인 발표회가 아니고, 평소에는 아이 혼자 레슨을 받는 장소에 가족 친지들을 초대해서 보여주는 목적이다. 공연이 아니니까 프로그램도 따로 만들지 않고, 레슨을 받는 아이들이 순번을 정해 앞으로 나와 한두 곡을 연주했다.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곡을 편하게 연주하는 분위기라서 수줍음이 많은 둘리양도 어려움없이 앞으로 나가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둘리양의 연주장면: https://youtu.be/KGEEpVyIwb4 첫 곡은 혼자 연주한 다음 피아노 선생님과 함께 한 번 더 연주했다. 두 번째 곡도 선생님과 함께 연주했다.

교회 회의실 트리 앞에서

어떤 아이들은 손을 번쩍 들고 자기가 먼저 연주하겠다고 하는 반면, 또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나와서 연주를 했다. 둘리양도 이 그룹에 속했는데, 그래도 겁내지 않고 앞에 나와서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발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아이 한 명은 끝까지 연주를 하지 않았는데, 피아노 선생님 말씀이 이렇게 오픈 하우스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그 아이로서는 큰 용기를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집 둘리양도 몇 년 전이었다면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 같다. 피아노 선생님이 아주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이어서 둘리양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연주회를 마치고 다과를 나누었다.

연주를 모두 마친 후에는 예배당 옆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해서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각 가족과 일일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캔디를 담은 선물 봉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며칠 전에 드렸던 초코렛과 컵받침 선물을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오아시스 마트에 갔다가 독일산 초코렛인데 제품명이 모짜르트 인 것을 발견하고 구입해서 드렸는데, 음악 선생님인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특별한 이름의 초코렛을 받아서 기뻤고, 내가 직접 뜨개질한 컵받침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고 했다.

오늘은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일을 좀 해두려고 조용한 캠퍼스로 출근을 했다. 여러 가지 자잘한 업무 처리를 했고 이제는 책 원고를 쓸 차례이다.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야겠다. 참, 오늘은 21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

2022년 12월 16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