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1
무척 추운 크리스마스 명절

무척 추운 크리스마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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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우리 동네 주민들은 쿠키 교환 행사를 했다. 우리 가족도 3년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데, 겨울 방학이라 한가한 시간에 둘리양과 함께 어떤 쿠키를 만들지 의논하고 함께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이웃집이 만든 다양한 쿠키를 맛볼 수 있어서 참 좋다.

Jeweled Coconut Drops 쿠키를 굽기로 했다.

동네 페이스북 그룹에서 참여할 가정이 이름을 적는데, 올해에도 14가정이 참여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 정도 숫자였다. 어린 아이들이 있고, 출타할 계획이 없는 가정이 주로 참여하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올해에는 코코넛이 잔뜩 들어가고 산딸기잼을 얹어서 만드는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한 가정당 반 다스 (=6개)씩 나누어 주려니 7다스, 84개의 쿠키를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우리 가족이 넉넉하게 두고 먹으려면 100개도 넘게 만들어야 한다.

코코넛이 밀가루보다 더 들어가는 쿠키이다.

용의주도한 둘리양이 쿠키 행사 일주일 전에 미리 만들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재료와 도구가 적절한지 시험삼아 만들어 보고, 연습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100개를 만드는 것이 실패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쿠키를 대량으로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둘리양이 조수 노릇을 아주 잘 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만들었다.

굽기 전의 모습

쿠키 반죽 한 개 한 개를 일일이 동그랗게 빚고, 가운데 구멍을 낸 다음 굽고, 다 구워서 식힌 다음에는 잼을 구멍에 채워넣는, 손이 많이 가는 쿠키였지만, 둘리양이 아주 많이 도왔다.

다 구운 다음에 산딸기잼을 얹는다.

크리스마스 색상을 만들기 위해 빨간색 산딸기잼과, 녹색 피스타치오 푸딩을 반반씩 사용했다.

한 집당 여섯 개씩 주려면 84개를 구워야 한다.

열 네 집을 돌며 쿠키 배달을 할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 쿠키 봉투마다 주소 스티커를 붙였다. 쿠키 만드는 법도 쿠키와 함께 포장해야 하는데, 그 작업도 둘리양이 직접 프린트하고 접어서 포장을 하게 하니,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둘리양이 꼼꼼한 성격이어서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쿠키 포장 준비를 하는 둘리양
배달 준비를 마친 쿠키 가방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인 지난 일요일 (12월 17일)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 사이에 참여한 집 문 앞에 쿠키를 배달하고, 또 우리집 앞에 배달된 쿠키를 들여놓는데, 아이들은 하루 종일 현관문 앞을 살피며 새로운 쿠키가 올 때 마다 가지고 들어와서 맛을 보며 즐거워했다. 어느집 쿠키가 가장 맛있는지 별점을 매기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만든 쿠키가 가장 높은 별점을 받았다 ㅎㅎㅎ

이웃이 올린 사진을 빌려왔음 🙂

쿠키가 올 때 마다 아이들이 맛을 보고, 나는 나대로 집안일에 바빠서 어떤 쿠키가 왔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었는데, 페이스북 그룹에 이웃 주민이 이렇게 정리를 잘 해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

크리스마스 풍경

그렇게 쿠키 행사를 마쳤고, 그 다음 주에는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했다. 우리 가족에게 여기저기서 명절 선물이 들어와서 식탁을 장식했다. 초대를 받은 손님이 선물을 가지고 오기도 했고, 내가 봉사하는 기관에서 멋진 꽃바구니를 보내기도 했다.

호두까기 인형을 코난군이 그린 카드

크리스마스 이브의 전날인 23일 저녁에는 옆집의 가족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지난 번 추수감사절 명절에 우리 가족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초대해서 밥을 사준 데에 대한 답례였다.

옆집 가족을 초대했던 디너파티

마침 타주에서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딸도 집에 와 있어서 온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었다. 중국계 이민자인 이 가족은 매운 음식을 전혀 못먹는지라, 한국 음식 중에서 안매운 것으로만 준비했다.

안매운 한국음식을 준비했다.
옆집에서 사온 바클라바 한 상자

그 날 밤부터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크리스마스인 오늘까지 무척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나마 우리가 사는 버지니아주에는 눈이 내리지는 않아서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서 눈을 치워야 하는 일은 없으니 다행이었다. 강풍이 불어서 정전이 된 지역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는 정전이 안되어서 그것도 다행이었다. 다른 주에서는 폭설이 내려서 도로가 얼고 그래서 대형 교통사고가 나거나 강풍에 전선이 끊어져서 정전이 되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눈비가 내려 홍수가 났는데 그 홍수가 그대로 얼어서 자동차가 얼음 속에 잠기는 일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명절에 여행을 하려던 사람들은 항공기가 모두 취소되어 공항에서 노숙을 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 어디 나가야 하는 일도 없고, 전기와 수도가 끊어지지 않으니 집안에서 아무런 불편이나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명절이다.

선물을 열어보려고 내려온 아이들

오늘 아침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아두었던 선물을 개봉했다. 이웃이 준 선물도 있고 우리 가족끼리 주고 받는 선물도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싸고 대단한 선물을 받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낄 나이가 지났다. 오히려 자기들이 모은 용돈으로 엄마 아빠 또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보였다.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을 열어보는 코난아범

가족 선물 중에서 아빠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까다로웠다. 아빠의 취향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운 물품을 고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을 아빠 몰래 구입하는 것도 힘들었다. 우리 가족은 남편이 관리하는 아마존 어카운트를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그 어카운트로 선물을 구입하면 무엇을 받게 될지를 미리 알게 되어서 서프라이즈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따로 아마존 어카운트를 개설했는데, 남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들키게 되니, 마트에 가서 상품권을 사와서 새로 개설한 어카운트에 입력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선물한 것은 안마기인데, 남편이 흡족해 하는 것 같다.

내가 받은 선물

나는 전화기와 신용카드를 넣어다닐 수 있는 작은 핸드백이 필요했는데 아이들이 골라 주문하고 자기들 용돈으로 지불해서 선물해 주었다. 몇백 혹은 몇천 달러 하는 명품 가방 보다도 훨씬 더 실용적이고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평소에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가는 큰 가방이나 배낭을 들고 다니는데, 출퇴근길에 마트에 들를 때 그 큰 가방을 들고 다니기는 번거롭고, 전화와 열쇠와 신용카드만 들고 차에서 내려서 장을 보고 다시 차를 타고 하려면 이런 작은 손가방이 아주 편리하다. 큰 배낭 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손가방만 꺼내서 들고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만만하게 쓰다가 낡으면 다음 크리스마스나 생일 선물로 또 새 것을 받으면 되니까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할 필요도 없고 싫증이 날 일도 없다.

미국 생활 23년 동안에 경험한 최저기온 화씨 마이너스 3도, 섭씨 영하 20도

내일부터는 추운 날씨가 조금씩 풀린다고 한다. 미국 생활 23년 동안에 내가 직접 경험한 최저 기온이 화씨 마이너스 3도였다 (어제 아침). 섭씨로 환산해보니 영하 20도이다. 이제 더이상 이렇게 추운 날은 없이 겨울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2022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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