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디즈니 크루즈 피쉬 익스텐더 선물 만들기

디즈니 크루즈 피쉬 익스텐더 선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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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 두 달 하고 일주일이 남았다. 피쉬 익스텐더 선물 교환 놀이에 필요한 선물을 틈틈이 만들어왔다. 선물교환 놀이 그룹의 마감은 3월 말이어서 아직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그룹에 열 가족이 속해 있다. 그 중에 둘은 우리 가족과 주주네 모녀이니, 여덟 가족을 위한 선물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로 아빠, 엄마,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들이지만, 어떤 가족은 어른과 아이가 각기 한 명 씩뿐이고 (주주네 말고도 엄마와 아들 단둘이 참가한 가족이 있다) 또 어떤 가족은 대가족이어서, 아이 한 명은 조부모와 같은 선실을 쓰고, 아이 두 명은 부모와 같은 선실에 머무르는 집도 있다. 3월 31일에 그룹을 마감하면 한 두 가족이 우리 그룹에 더 추가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키마우스 머리가 달린 열쇠고리

각 가족의 아빠나 할아버지, 즉 남자 어른을 위한 선물은 둘리양과 내가 협업해서 만든 열쇠고리이다.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색상인 빨강, 노랑, 검정, 흰색 실을 엮은 고리는 둘리양이 만들었고, 나는 코바늘뜨기로 미키 마우스 머리를 만들어 고리에 달았다.

미키마우스 머리가 그려진 파우치

여자 어른들을 위한 선물은 미키 마우스 머리 모양을 바블 스티치로 뜬 파우치이다. 월마트에서 파는 1달러 짜리 지퍼를 달았고, 한 뭉치에 3달러 정도 하는 실로 파우치를 세 개쯤 뜰 수 있었으니 재료비는 한 개당 2달러 밖에 안들었지만 시간과 정성은 무척 많이 들어간 선물이다. 다행히도 미국인들은 손품이 들어간 (=핸드메이드) 선물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기 때문에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손소독제 케이스

모든 가족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손소독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를 떴다. 케이스 안에는 향이 아주 좋은 손소독제가 들어있다. 요즘 미국은 코로나19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면 배 안에서 자주 손을 소독할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남을 위한 선물이지만, 내 건강에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물품이다.

오늘 아침 어지러운 내 책상

우리 가족이 준비한 피쉬 익스텐더 선물은 이렇게 다 완성이 되었고, 다음은 주주네가 준비하는 선물을 만들어야 한다. 디즈니 크루즈를 처음 타보는 주주 엄마는 피쉬 익스텐더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직장과 개원의 일을 하느라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바쁘니, 내가 선물을 다 준비하겠다고 자원했다. 주주 엄마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플로리다까지 내려갈 때 이용할 렌트카 비용과 크루즈 타기 전후의 4박 호텔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주주 엄마는 원래 주주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로 내려가서 크루즈를 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큰 차만 구할 수 있다면 둘리 아범이 어차피 운전을 할 예정이라 두 가족이 함께 같은 차로 여행을 할 수 있을텐데… 하고 말했더니 주주 엄마가 항공료와 렌트카 비용을 비교 계산해본 모양이다. 게다가 주주는 둘리양과 함께 장거리 차를 타고 간다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것 같다며 같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운임이 비싸기도 하고, 공항에서 내려서 호텔이나 항구로 이동할 때마다 택시를 이용할 생각을 하니 번거롭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들었을 비용 한도 내에서 렌트카 비용과 호텔 비용을 자기가 내겠다고 결정을 했다. 과연 큰 손이다 🙂

바늘로 따내는 스티커

그건 너무 큰 비용지출이라 미안해서 안되겠다고 말을 하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며 주주 엄마가 말렸다. 내가 주주와 주주엄마에게 늘 베푸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다는 이유였다. 내 마음은 실제로 작지 않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언제나 내가 주주 엄마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다. 둘리양과 주주가 셋트로 입고 걸치고 다닐 것들을 뜨개질해서 만드는 데에 시간과 공은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면 두 소녀가 오래도록 간직할 좋은 추억이 될테고 그런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내가 즐겁기 때문에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한 일이다. 재료비만 따져보면 얼마 안되는 푼돈이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선의에 대한 보답이라며 큰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니, 혹 떼러 갔다가 도리어 혹을 하나 더 붙이고 온 혹부리 영감님 이야기처럼, 내 딴에는 베풀려고 했다가 더 큰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낯이 두껍고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렇다면 뭐… 하고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ㅎㅎㅎ 크루즈 전후로 2박씩 호텔 비용이 들지 않게 되었으니, 그 돈으로 주주와 둘리양이 좋아하는 해리포터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에 가서 하루 놀 수 있겠다.

스티커를 붙인 모습

내가 만들고 주주네 가족이 주는 선물 중에 오늘은 남자 어른 선물을 완성했다. 한 개당 70센트 정도하는 클립 홀더에 크리컷으로 디즈니 크루즈 로고 스티커를 만들어 붙였다. 크리컷 기계가 집에 있고, 쓰다 남은 스티커 용지도 있으니, 내 창의력과 디자인 값을 빼면 선물 한 개당 1달러도 안들어갔지만, 꽤나 근사해 보인다. 크루즈 안에서 카드키를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데 허리춤에 달고 있다가 필요할 때 쭉 잡아당기면 늘어나서 객실 문을 열거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카드키를 넣을 수 있는 클립 홀더

지난 달 둘리양의 생일 파티와 슬립 오버가 끝났을 때 주주 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크루즈 활동 예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호텔과 렌트카 예약도 의논했다. 그 때 주주에게 내가 만든 해적 드레스를 집으로 가져가게 했다. 크루즈 일정 중에 해적파티 행사가 있는데, 그 때 둘리양과 주주는 이렇게 생긴 옷을 입고 파티를 즐길 예정이다. 월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셔츠에 빨간 끈을 손바느질로 달았고, 삼단 치마는 천과 레이스를 사와서 직접 만들었다. 허리에 두른 띠도 천을 사다가 재봉틀로 직접 만든 것이다. 만드는 동안에 재미가 있었고, 두 소녀에게 입혀보니 즐거웠고, 크루즈에서는 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다 만들어 주니 고맙다며 주주 엄마가 금전적으로 베풀어주니 더더욱 좋다.

해적 드레스를 입은 주주

내 마음을 알아주고, 금전적으로는 별것 아닌 호의를 귀하게 여겨주니 주주엄마가 참 고맙다. 주주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귀한 시간과 대단한(?) 솜씨로 만든 작품을 주주에게 나누어 주니까, 돈으로나마 그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상황이다.

2023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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