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한 학년을 4분기, 2학기로 나누어 운영하고 매 분기마다 성적표가 나온다. 둘리양의 초등학교는 성적표가 나오는 시기마다 교사와 학부모가 면담을 한다. 어제 화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둘리양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친구들과 교우관계도 좋으며, 발표도 잘 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는 수줍음이 너무 심해서 친구들과 잘 지내거나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을 힘들어 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얼마 전에 둘리양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다른 학생들 보다 수준 높은 수학을 배울 자격이 있는지를 보기 위한 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부모의 동의서를 먼저 받았는데, 둘리양의 수학 성적이 우수하니, 다른 학생들보다 높은 수준의 수학을 배우게 하는 데에 동의하는지, 그렇다면 자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 응시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편지였다. 코난군이 중학교에 갈 때는 받아본 적 없는 편지라서 조금은 신기해하며 동의하노라 싸인을 해서 보냈는데, 어제 면담에서 선생님이 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버지니아주 모든 5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일종의 일제고사) 시험에서 상위 99% 안에 들었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되었고, 둘리양네 학교에서 오직 둘리양만 그 시험을 치루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험 결과가 60점 만점에 58점이라는 높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코난군도 공부를 잘 하기는 했지만, 한 학교에서 한 명이 자격이 되는 시험에 응시할 정도는 아니었던가보다. 하긴 코난군은 5학년 담임을 잘못 만나서 마음 고생을 하느라 학업에서 실력발휘를 잘 할 수 없기도 했다.
스펠링비도 학교 대표, 수학 월반 시험도 전교에서 유일한 응시생, 게다가 점수는 만점에서 고작 2점이 모자라는 결과… 나보다도 담임 선생님이 더 흥분하고 기뻐하며 이런 칭찬을 늘어놓으셨다. 둘리양 담임 선생님은 둘리양 또래의 두 딸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나와 더 말이 잘 통하고 공감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선생님에게 둘리양이 수학은 무척 좋아하고 잘 하는데, 상대적으로 독해와 작문은 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도 웃으며 “상대적으로” 덜 잘하는 것은 맞다고 하셨다. 그래서 여름 방학 동안에 그걸 좀 보강해줄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여쭈어보니, 작문을 돕는 몇 가지 유인물을 찾아주고 몇 가지 조언도 해주셨다.
둘리양은 코난군과 달리 이과 성향이 뚜렷해서 수학이나 과학은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나중에 대학 입학 준비를 할 때 에세이를 잘 써야 하기 때문에 소홀히 하면 안되는 과목이다. 선생님이 해주신 조언과 더불어 남편과 상의해서 둘리양이 글을 쓰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혼자 하라고 두면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는 일을 잘 할 리가 없으니, 이웃집 매디나 절친 주주도 함께 하자고 권해서 온라인 매거진을 한 번 시작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틈에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니, 둘리양 담임 선생님은, 독립적이고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 좋아하는 둘리양에게 중학교 환경은 오히려 더 좋을 거라고 했다.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고 정해진 스케줄을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중학교 환경이 둘리양 성격에는 더 잘 맞을거라는 뜻이었다. 코난군은 바로 그 이유로 아빠가 밀착 수행하며 챙겨주어야 했는데… 같은 부모에게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이렇게도 다르다. 하지만, 야무진 둘리양도, 어리숙한 코난군도, 날카로운 둘리양도, 온화한 코난군도, 김치국밥을 좋아하는 둘리양도,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코난군도, 모두모두 사랑스런 나의 아이들이다. 사과는 사과라서 맛있고, 오렌지는 오렌지라서 맛있지, 사과와 오렌지의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023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