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로 코난군은 열 여섯 살이 되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열 여섯 살이 되면 운전 면허를 발급받아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버지니아 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에서도 열 여섯 살을 운전 가능한 나이로 정하고 있어서 그런지, 열 여섯번째 생일은 스위트 식스틴 (sweet sixteen)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특별하게 축하한다. 여담으로, 몬태나 주에서는 만 13세가 되면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코난군 학교에서 체육 시간 중 일부분을 할애해서 운전 관련 안전수칙과 법규, 자동차의 작동 원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코난군도, 나와 남편도, 16세가 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차를 운전하게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청소년기에는 전두엽의 대뇌피질이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어서 재빠르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서투르다. 이런 시기에 운전을 하다보면 신호가 노란불로 바뀔 때 가야할지 서야할지, 비보호 좌회전을 지금 할지 기다릴지, 차선을 바꾸기 위해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살핀다든지 하는 등의 판단에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운전자 보험료도 무척 비싸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코난군은 천천히 운전면허를 취득할 계획이지만, 다자녀를 두고 맞벌이로 바쁜 부모들은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운전을 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추수감사절 연휴 전 마지막 등교일이었던 지난 화요일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했는데, 요즘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 테니스를 하면서 친하게 된 누나 형들이고, 그래서 자기 차를 운전해서 등교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부모에게 라이드를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다음날부터 사흘간 추수감사절 휴일이 이어지니,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놀다가 갔다. 어른들 못지않게 바쁜 스케줄 때문에 초대한 손님은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그 중 몇은 일찍 떠나고 또다른 몇은 저녁 늦게 오거나 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사진에는 사람이 적다. 아이들은 지하실에서 당구와 탁구를 하며 놀았다.
손님 중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있어서 메뉴를 선정할 때 주의를 기울였다. 이왕이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정했다. 김밥에는 밥을 맛있게 지어 촛물로 간을 하고 속재료는 아보카도만 넣었고, 냉동 핏자는 치즈만 올라간 것으로 골라서 구입하는 식이었다.
얼마전에는 이 테니스 친구들 그룹이 피크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만두를 만들어 보냈더니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생일 파티에도 만두를 만들었다. 학교를 마치고 먼저 온 손님들이 지하실에서 놀면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돼지고기를 뺀 것과 넣은 것, 두 가지 만두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모두들 맛있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지하실에서 놀면서 다 먹어치워서 만두 사진은 없다 ㅎㅎㅎ 파티 전 주말에는 김장을 했는데, 코난군이 자기 친구들에게 김치도 맛보이고 싶다고 해서 김치를 파티 테이블에 올려놓기도 했다.
기다란 국수가닥 처럼 오래 살라고 생일상에 잡채를 올리는데, 재료를 따로 볶아서 마지막에 섞는 방식이니 쉽게 채식주의자 버전을 만들 수 있었다. 만두소를 만들 때도 각 재료를 잘게 다져서 섞을 때 고기를 넣은 것과 안넣은 것으로 준비하고 만두를 각기 다른 모양으로 빚으면 손쉽게 채식주의자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과일이나 감자요리는 육식 채식 할 것없이 누구나 좋아하니까 양껏 차렸다. 코난군과 친한 아이들이니 귀찮은 마음없이 정성껏 파티 준비를 했다.
파티 전날에는 아트 선생님과, 함께 아트 레슨을 받는 쥴리아의 엄마를 불러서 김장 김치를 나눠주었는데, 그 때 아트 선생님이 냉동 뇨끼를 가져다 주셨다. 뇨끼는 감자 반죽 안에 치즈가 들어가 있어서 파스타 소스와 함께 익혀서 먹는 음식이다. 냉동 핏자를 데울 때 오븐 한 켠에 뇨끼에 파스타 소스를 부어서 함께 데우고, 또 다른 칸에는 칵테일 소세지에 바베큐 소스를 부어서 데우니, 일석삼조의 효과로 음식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코난군은 뇨끼를 무척 좋아하며 잘 먹었다. 칵테일 소세지는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메뉴라서 고기가 부족할까 싶어 균형을 맞추려한 것인데, 노력에 비해 쉬운 결과물이었다.
해마다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파티에는 오레오 쿠키 가루를 얹은 아이스크림 케익에 촛불을 켠다. 코난군이 오레오 쿠키를 좋아하고, 아이스크림 케익이 그냥 케익보다 더 특별한 느낌이어서 그런 것이다. 미국 그로서리 마트에서 파는 버터크림 케익은 너무 달고 느끼한데다 식용색소를 과하게 사용해서 부담스러운데, 아이스크림 케익은 그에 비하면 오히려 담백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내가 케익을 직접 만들면 느끼하지 않고 덜 달게 만들 수 있겠지만, 시간과 체력을 아끼고, 코난군의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올해에도 이 케익을 구입했다.
생일 파티 다음날이 진짜 생일이었는데, 이 날은 가족끼리 케익에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 날 아침에는 아빠와 나가서 테니스를 치고, 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후에는 친구들과 코트에서 만나 또 테니스를 치느라, 저녁까지도 운동복 차림이다.
남편은 긴 휴일을 맞아 차 두대의 냉각수를 교체하고, 점화 플러그 교환, 트랜스미션 오일, 4륜 구동 오일 등을 교체 하느라 몇일 동안 하루 종일 차고에서 바빴다. 그 와중에도 코난군의 실력 향상을 위해 매일 테니스를 쳐주고 있기도 하다. 나는 김장을 했으니,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김치를 나눠주고, 이왕 온김에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가도록 손님 대접을 하며 방학을 즐기고 있다. 둘리양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며 뜨개질을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이어서 모두들 느긋한 기분이다.
가족끼리 먹은 케익은 우리 동네 프렌치 베이커리에서 사온 고오급 초콜렛 케익이다. 생일 선물은 비싼 나이키 신발을 사주었고, 파티와 비싼 케익, 동생이 직접 만든 카드… 이만하면 올해 생일도 훌륭하게 맞이했다.
생일 카드를 만들면서 둘리양은 이렇게 작고 귀여운 것도 만들었다. 팝타르츠 라고 하는 과자 모양 뜨개질을 했는데, 고리에 달아서 가방 장식으로 달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2023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