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아이들의 운동 경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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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의 테니스와 둘리양의 육상팀 경기 시즌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바,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스포츠에 대한 열기와 지원은 한국의 입시 교육에 못지 않은 뜨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래서 올림픽 대회에서 미국이 상위권을 차지하는구나 하고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운동팀의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 당장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보자면 육상, 테니스, 축구, 수영, 다이빙, 배구, 농구, 라크로스, 미식축구, 치어리딩, 야구, 레슬링, 골프, 등등이 남여 각각 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스포츠 팀에 가입하고, 얼마나 많은 코치가 지도를 하며, 얼마나 많은 경기가 치루어지고 있을지 짐작이 된다. 학교 팀은 인근 다른 학교의 팀들과 리그를 이루어 홈 경기와 어웨이 경기로 우열을 가리고, 그렇게 지역에서 우승을 한 팀은 버지니아주 챔피언쉽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코난군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홈 경기에서 패트릭 헨리 고등학교 팀을 9대0으로 이겼다는 내용이다.

운동 팀에 가입하는 것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잘하든 못하든 별 상관없이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학교 스포츠 팀에 가입할 수 있다. 물론 경기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선발을 통해 뽑히지만, 주전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지원자를 팀에서 받아주고 연습을 위한 장소와 시설 제공은 물론이거니와 어웨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한 교통편이나 유니폼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식사나 간식비 같은 것은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해서 기금마련 행사를 하거나 학부모들에게 기부를 받는다. 하지만 어쨌든 학생 입장에서는 운동팀에 가입하면 배고프지 않게 먹을 것을 먹어가며 유니폼을 얻어 입고 주전에서 뛰지 않아도 함께 학교 버스를 타고 가서 자기팀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기도 미처 몰랐던 운동 소질을 발견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 종목을 찾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유망한 선수 발굴이 학교 운동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교 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중인 코난군

선수 조기 발굴의 중요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한국에도 어린이 축구교실 같은 것이 활성화 되어있다고 들었다. 옛날 중국이 못살던 시절 (1970-80년대)에 중국 정부는 지금의 미국처럼 거국적으로 지원을 할 수는 없고,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서, 정부에서 모든 마을을 돌면서 운동에 소질이 있는 어린 아이들을 뽑아왔다고 한다.
주주의 엄마 제니가 어릴 때 무용을 무척 좋아하고 잘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중국 중앙 정부에서 무용 전문 공무원이 제니의 마을을 찾아와서 모든 여자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춤사위를 비롯한 테스트를 해서 가장 잘 하는 아이를 뽑아가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선발에서 뽑히면 (아마도 베이징?) 큰 도시로 데려가서 몇 년간 합숙 훈련을 공짜로 받아서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국민 무용수가 된다고 한다. 제니도 그 선발대회에 참가했는데 무용은 잘 하지만 키와 팔다리 길이 머리 둘레 등의 신체 사이즈 측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뽑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중국 곳곳에서 뽑혀와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세계적인 선수나 무용수가 된 사람들이 중국은 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던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발달한 코난군

학문을 숭상하는 선비의 나라 한국에서는 국영수 공부를 잘 해서 명문대학에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운동은 공부에 소질이 없거나 배고픔을 타개할 목적이 뚜렷한 아이들이 주로 참가하는 것이 적어도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모습이었다. 라면만 먹고 맹물로 허기를 달래며 연습해서 마침내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신문과 티비에서 그 감동적인 서사를 말해주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우리 나라가 손꼽히는 잘 사는 나라가 되어서 스포츠계의 분위기가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아직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대학 입시가 가장 중요하고 모든 관심을 쏟는 분야이다. 운동은 타고난 소질이 있는 아이들이 하거나, 운동을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아이들이 하고 있다.

학교 팀 주전 중에서도 1번을 뛰고 있는 코난군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반대로, 공부는 잘 하는 아이도 있고 못하는 아이도 있지… 모두가 다 잘 할 필요는 없어!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공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한국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한다. 하지만 운동을 잘 하는 아이는 모두에게 부러움을 받고 칭송을 받기 때문에, 공부보다도 운동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번 시험에서 전교 1등이 누군지는 알지도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지만 (애시당초 등수를 매기지 않음), 미식축구팀의 쿼터백으로 누가 선발되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테니스팀 1번 선수가 누구인지 하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운동팀 코치들은 자신이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해서 우리 부부가 교육감을 찾아가서 면담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제 육상 대회에서 둘리양의 기록
100미터 달리기에 출전했다.
그룹에서 달리는 모습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욕심많은 부모이다 🙂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음악도 미술도 다 잘하기를 바란다. 다만, 남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좋은 실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아빠 엄마의 뜻을 잘 알고, ‘이러저러해야 하느니라~’ 하고 설교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무엇이든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뜻을 함께 하니 가족의 단합이 저절로 잘 된다.

중학교 육상팀 아이들

사춘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기쁨을 주는 그 무언가를 늘 갈구하고 있다. 그래서 십대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다시피 하고, 친구들과 끝도 없이 어울려 놀고 싶어 한다. 코난군은 기쁨을 주는 그 무엇을 찾았고, 그것이 매우 건전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인데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좋은 친구를 사귀고 아빠와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그것을 더 잘 하고 많이 하기 위해 자기관리를 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훌륭한 기쁨의 원천을 찾지 못해서 나쁜 기쁨을 찾아가기도 한다. 미성년의 나이에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는 것이 나쁜 기쁨의 예이다. 그 아이들이 진작에 좋아하는 건전한 그 무언가를 찾았더라면, 부모가 못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나쁜 길로 빠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에서 사귄 친구와 셀피를 찍은 둘리양

코난군은 홈 경기 어웨이 경기를 가리지 않고 1번을 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름 방학에 버지니아주 챔피언쉽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쉽게 예상된다.
둘리양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같은 학년 아이들 중에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두 학년이나 높은 아이들과 비교해도 상위권이니,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육상을 한다면 학교 팀을 빛낼 유망주가 될 것 같다.

육상팀을 무척 좋아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경기에 가서 직접 참관하고 응원을 하는데, 남편은 통근 거리가 멀고 나는 오후와 저녁 시간 강의가 많아서 우리는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어제 둘리양의 육상 대회는 남편이 들러서 참관했고, 나는 오늘 오후에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코난군의 테니스 경기가 있는 40분 거리의 고등학교로 가볼 생각이다.

육상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트랙에서 둘리양이 직접 찍은 저녁 노을

2024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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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blanc

누구든 하나쯤 좋아하는 운동이 있는 게 미국 살면서 제일 놀랐던 점이예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달리기라면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던 저도 조깅을 일주일에 두세번 할 만큼 변했더랬죠. 퇴근하자마자 뛰고 걸으러 가곤 했던 동네 공원이 갑자기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