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코난군이 전여친 매들린과 참석했던 댄스파티는 가을학기의 홈커밍 행사였고, 다음 주말에 있는 댄스파티는 고등학교 시니어를 위주로 하는 프롬 파티이다. 프롬은 원래 고학년인 주니어와 시니어만 참석할 수 있는데, 코난군은 현여친이 주니어인 덕분에 참석할 자격을 얻었다.
참고로, 코난군의 두번째이자 현재 여친인 테이아는 코난군과 동갑이지만 학년을 한 번 건너뛰어서 주니어이다. 우리 동네에 살고 코난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테니스팀 멤버 세피아도 초등학교를 다닐 때 까지는 코난군과 같은 학년이었으나 나중에 학년을 건너뛰어 지금은 주니어이다.
또다시 곁가지로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면, 주변에 학년을 건너뛰어 가는 아이들이 가끔 있다. 내 동료 데비의 딸도 코난군과 동갑이지만 중학생때 학년을 건너뛰어 지금 현재 주니어이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학년을 건너뛰는 것을 무슨 신동이나 천재처럼 여기는데, 교육학을 전공하고,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학교 생활을 시작한 경험이 있는 나는 별로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 굳이 학년을 건너뛰는 것보다는 또래 아이들과 그 나이 그 학년에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것을 거쳐가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롬 파티에서 코난군은 테이아와 커플로 참석할 뿐만 아니라, 테니스팀의 선배들과도 함께 그룹을 지어 사진도 함께 찍고 식사도 같이 하며 어울리기로 했다. 테이아의 가장 절친이 여자 테니스팀의 1번 선수이고, 남자 테니스팀의 1, 2, 3, 4번 선수들이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일일커플을 정하고, 넥타이 색깔과 드레스 색깔을 맞추는 등, 프롬 파티 준비로 들떠있다.
다른 아이들은 프롬 파티 동안에만 임시 커플을 하기로 해서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코난군과 테이아는 정말로 남친 여친 사이이니 코사지와 부토니에르를 맞추어 달기로 했다. 온라인 주문을 알아보니 단촐한 꽃 장식의 한 셋트가 20달러 정도 했고, 동네 꽃집에서 주문 제작 판매하는 것은 거의 그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꽃집 웹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내가 직접 만들어도 그보다는 예쁘겠다 싶을 정도로 볼품없는 디자인이었다.
내친 김에 유튜브 비디오를 검색해보니 코사지와 부토니에르를 만드는 법과 필요한 재료를 보여주는 영상이 많이 있었다. 몇 개 시청해보니 나도 한 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비라비 라고 하는 취미생활 용품을 파는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식료품점에서 흰 장미 한 다발과 안개꽃 한다발을 각기 10달러, 5달러씩 주고 사와서 조금 전에 만들어 보았다. 마침 집에는 둘리양이 사용하고 남은 비즈도 있어서 색상을 맞추어 엮으니 처음 만든 것 치고는 그럴싸한 작품이 되었다.

코난군 친구들 무리는 네 커플인데 각 커플이 고유한 색을 정해서 그에 맞는 넥타이와 드레스를 맞춰 입기로 했는데, 코난군과 테이아는 거기에 더해서 커플 색상의 꽃장식을 달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시험삼아 만들어 보려고 구입한 재료가 많이 남기도 했고, 꽃도 한 다발만 사도 꽃장식을 열 개도 더 만들 만큼의 분량이 되기 때문에, 코난군의 친구들 커플에게도 장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다만, 각 커플의 색상에 맞는 리본과 비즈는 새로 더 구입해야 하니, 재료비를 분담하는 차원에서 한 사람당 10달러씩 (커플당 20달러) 부담하는 조건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그보다 훨씬 풍성하고, 당일 제작해서 꽃이 싱싱한데다 배송 지연이나 분실 우려가 없으니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한다.
네 커플 여덟 명이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을 때 통일감 있는 꽃장식을 달고 있으면 사진도 더 예쁘게 나올 것이다.
오늘 만든 것은 테스트였고, 다음 주 금요일에 새로 꽃을 사와서 토요일 아침에 실제 사용을 위한 장식을 만들 예정이다.

위와 같은 셋트를 빨강, 보라, 진분홍색으로 만들어서 각기 달고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남편도 코난군도 모두 내 솜씨를 칭찬했다.
내 음식을 맛본 코난군의 친구들이, 농담삼아 말하기를 프롬 파티의 출장 연회 음식을 나에게 주문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러 가지 재주가 많고, 그 재주를 활용할 기회가 많아서 참 기쁘다 🙂
2024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