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사진 몇 개 더 추가함 (2024년 4월 30일)
미국 사람들은 춤추기를 좋아한다. 내가 관찰한 바, 한국인들은 흥겨운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미국인들은 춤을 춘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님을 만나는 이야기도 우연한 설정이 아니라 서양인들이 춤을 즐겨 추는 풍습이 배경으로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결혼식 파티에서도 춤을 추는데, 이 때 신랑과 신부가 부부로서 처음 추는 춤, 신부와 아버지가 고별의 의미로 추는 춤, 장모와 사위가 가족이 된 기념으로 추는 춤 등등… 파트너를 바꾸어 의미를 담아 춤을 많이도 춘다. 한인 아줌마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결혼식 춤을 잘 추기 위해 아줌마들이 레슨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가끔 올라온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가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단장하는 것처럼, 고등학교 고학년들이 어른 흉내를 내며 참석하는 프롬 파티 (프로미네이드 댄스 파티의 줄임말) 에 참석할 때도 아주 대단하게 치장을 한다. 가을 학기에 하는 홈커밍 댄스파티 보다도 더 격조높은 파티여서 여자들은 긴 드레스를 입는다. 남자 아이들은 그냥 양복이 아니라 턱시도를 입기도 하는데 여자 아이들에 비하면 복장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어서 코난군과 친구들 중에는 아무도 턱시도를 입지 않았다.
턱시도는 칼라가 반짝이는 공단 재질이고 옷의 뒷자락이 제비초리처럼 길게 나와있거나 나비 넥타이를 갖추어 입기도 하는 등, 남자 옷 중에서 가장 화려한 의상이다. 바지의 허리에도 공단재질로 허리띠를 두른다.
코난군은 학교 테니스팀에서 친한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함께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고 놀았다. 카일과 래리는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시니어 이고, 세피아는 코난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동기였지만 나중에 한 학년을 건너뛰어서 현재 주니어 이다. 코난군은 고등학교 두번째 학년인 소포모어 이다. 미국인들은 한국인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아서 (높임말이나 존칭을 쓰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 학년이 달라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
남친 여친과 함께 댄스 파티에 가는 것이 동성 친구들끼리 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에 (옷을 색깔 맞춤 한다든지, 커플 댄스를 출 수 있으니) 일일 남여친을 파트너로 정하기도 한다. 테니스 클리닉과 테니스 캠프를 함께 다녀서 친하게 된 리디아와 클라라는 남자친구가 없지만 프롬 파티를 위해 이 날 하루만 여친이 없는 세피아와 카일을 파트너로 정했다. 몰리는 래리의 여자친구이고, 테이아는 클라라와 절친인 덕분에 코난군 그룹에 함께 모여 놀다가 코난군과 남친여친이 되었다.
프롬 파티는 저녁 8시에 블랙스버그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시작하지만, 아이들은 그 전에 모여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넓은 들과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코난군과 친구들은 컨트리클럽에서 모였다. 테이아가 운전을 해서 코난군은 테이아 차를 타고 갔다. 내가 만든 꽃장식도 한꺼번에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었다.
생화로 만든 꽃장식은 며칠 전에 미리 만들어둘 수가 없으니, 모든 재료를 미리 준비해놓고 꽃은 만들기 직전에 사와서 완성했다. 아래 사진처럼 각 커플 별로 색을 달리해서 리본도 미리 만들어놓고 비즈도 만들어 두었다. 하비라비 가게에는 기성품 비즈 장식도 팔았는데, 팔고 있는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수준이어서 재료 구입비를 절약하고도 컬러 코드에 더 잘맞는 비즈를 만들 수 있었다.
여자 손목에 장식하는 코사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손목밴드가 필요했는데 한 개에 2달러 하는 기성품을 구입했더니 꽃이 잘 고정되지도 않고 너무 헐렁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리저리 궁리해 보다가 손목밴드 대신에 리본으로 손목에 묶도록 개조를 했다.
꽃과 잎은 녹색 꽃철사를 끼워서 만들면 모양이 더 단단하게 고정되고 테이프로 말아서 하나의 줄기로 만들기가 쉬웠다. 프롬 파티 전날 꽃을 사러 가니 대학 졸업식도 다가오고 프롬 시즌도 되어서 그런지 지난 번 연습용 꽃을 샀을 때보다 꽃값이 약간 올라있었다. 꽃의 종류도 내가 원하는 것이 없어서 – 나는 작은 꽃이 여러 송이 들어있는 다발을 원했는데 큰 꽃만 팔고 있었다 – 조금 불만족스러웠지만 생화를 미리 구입해둘 수는 없으니 하는 수 없었다.
큰 장미는 장식에 하나 이상 넣기가 부담스러우니 한 송이씩만 넣고, 대신에 흰색 프리지아 꽃을 더 넣기로 했다. 안개꽃은 값도 저렴하고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데다 장식의 화사함을 더하기 때문에 빠뜨리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 착용할 부토니에르는 심플하게 장미 한 송이만 넣고 리본과 비즈 장식도 작게 넣었다.
여자들의 손목에 올라갈 코사지는 프리지아 꽃도 추가하고 장식도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
테니스를 치면서 만난 친구들이니 테니스 공모양 장식도 내가 직접 칠해서 만들어 꽂았다. 테니스 대신에 축구를 하는 테이아와 운동은 하지 않고 음악 활동을 하는 몰리에게는 각기 축구공 모양과 음악 기호 장식을 넣어주었다.
꽃이 흰 색이어서 커플별 색상을 담은 리본과 비즈 장식이 잘 어우려졌고, 같은 종류의 꽃을 구입해서 여러 커플이 나누어 쓸 수 있어 좋았다. 만약에 동네 꽃집에서 이렇게 주문 제작을 했다면 제법 많은 돈을 써야 했겠지만, 재료비 10달러씩만 받고 이렇게 만들어주니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고마워했다.
난생 처음 만들어보는데다, 재료비일망정 돈을 받고 만들어 주다보니, 어떡하면 더 예쁘게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신경을 많이 썼다. 허접한 손목 밴드 대신에 리본으로 묶게 만들고보니 손목밴드는 공연한 돈낭비가 된 셈이다. 이런 경험으로 내년에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명의 아이들로부터 90달러를 받아서 처음 해본 꽃 비지니스였다 🙂 코난군은 따로 돈을 내지 않았고, 코난군의 그룹이 아닌 아이로부터 한 셋트 주문을 더 받아서 모두 열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게 남아 떨어진 수익은 쓰고 남은 리본과 비즈, 그리고 꽃 몇 송이였다.
코난군은 엄마의 솜씨 덕분에 친구들로부터 감탄을 받으니 마음이 우쭐해지는 수익이 있었고, 둘리양이 더 커서 댄스 파티에 갈 때는 지금보다 더 예쁘게 잘 만든 것을 해줄 수 있겠다.
2024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