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은 아트 레슨에서 최근에 추상화를 몇 개 그리고 있다. 추상화 수업이 끝나면 인물을 그려보자고 아트 선생님과 이야기가 되었다. 인물화는 그리는 데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지만, 자신의 자화상 하나 쯤 그리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아트 선생님이 미대 입시 포트폴리오 작품을 몇 가지 검색해서 보여주셨는데, 그림 자체 보다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한 것 같아 보였다.

코난군은 미대에 진학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라도 건축학과에 지원한다면 자신의 미술작품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건축학과나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학교나 학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고 대입 지원 에세이를 쓸 때 좋은 글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건 테니스 운동.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는 얼마전에 은퇴한 스위스 출신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
로저 페더러를 좋아해서 그가 스폰서 받았던 나이키 상표 운동복과 모자를 사입고, 그가 치는 스타일로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 공이 올 때 손바닥 방향으로 치는 것을 포핸드, 손등 방향으로 치는 것을 백핸드 스트로크 라고 하는데, 백핸드 스트로크는 팔의 힘이 약해서 두 손으로 라켓을 잡고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페더러는 한 손으로만 라켓을 잡고 백핸드를 친다.
코난군도 페더러처럼 치기 위해서 한 손으로 치는 백핸드를 열심히 연습해서 자기 학교 팀 내에서는 물론이고 타주에서 하는 대회에 나가서도 자기 또래들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한 손으로 치는 선수가 되었다.

좋아하는 운동 종목의 챔피언을 좋아해서 그의 운동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 과정에서 아빠의 가르침과 도움이 컸고, 아빠와 함께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들고 테니스 치는 폼에 대해 토론을 할 정도로 부자간의 취미가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은 가족이 함께 집근처 테니스 코트로 나가서 아빠는 공을 던져주고 엄마는 사진을 찍었다.

뭐 대략 그런 스토리를 넣어서 대입 지원서 에세이를 써나가면 진정성과 감동이 전해지는 에세이가 될 것 같다-는 것은 미국 대입 에세이를 한 번도 써본적 없는 나만의 생각이다 🙂
암튼 노동절 휴일인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큰 카메라를 들고 코트에 나가서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은 재미있었다.
남편이 테니스를 잘 아니, 코난군이 백핸드로 치기 좋게 공을 던져 주고, 코난군의 얼굴과 테니스 라켓이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아서 사진을 찍을 장소를 정해주었다.

나는 나대로 손재주를 발휘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페더러의 사진과 코난군의 사진을 비교해가며, 자화상으로 그리기 좋은 사진 몇 개를 추려냈다. 아트 선생님과 의논해서 가장 좋은 구도의 사진을 골라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 올 가을 아트 레슨의 계획이다.

2024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