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에 둘리양의 마칭밴드의 마지막 공연이 있었다. 장소는 우리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블랙스버그 중고등학교 풋볼 경기장이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밴드도 떠나는 12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가족들과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공연전 이벤트가 있었고, 시즌 마무리를 축하하기 위해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핫초코렛과 간식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테니스 클리닉을 다녀와서 피곤한 코난군은 집에 두고 남편과 나는 걸어서 경기장으로 갔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슬슬 걸어가도 금새 도착했다.
전체 9분이 안되는 공연이지만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동시에 대형을 바꾸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참 대단해 보였다. 지난 여름 방학때 부터 시작해서 곡을 익히고 대형을 바꾸는 동안 줄을 맞추는 연습을 그 얼마나 많이 했던가…
혼자 할 수 있는 연습이 아니다보니,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그룹 아이들과 연습하고, 모든 악기가 함께 연습하는 동안에는 힘든 일도 있었을 것이다. 덥거나 추운 날씨를 견디며 4개월을 지나면서 친구를 만들고 힘든 일을 겪어내는 연습도 많이 했을 것이다.
둘리양이 어렸을 때를 회상하면 더더욱 감회가 새롭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은 커녕, 선생님과 단둘이 해야 하는 평가 과제에서 조차 아무말도 하지를 않아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평가를 못한다며 나를 학교로 호출했던 일, 엄마 없이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아무 일도 해보려 하지 않았던 일… 등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유니폼을 갖춰입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친구들을 사귀고 하는 것이 정말 감사하게 여겨진다.
블랙스버그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응원 공연을 하고, 주말마다 밴드 대회에 다니느라 아주 바빴던 일이 이제는 끝났다. 밴드 대회는 먼 곳으로 가서 많은 다른 밴드와 함께 경연하는 것이어서 토요일 새벽에 집을 떠나 한밤중에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다. 그렇게 힘들어도 내년에 또 마칭밴드를 하겠다는 것이 둘리양의 결심이다.
블랙스버그 마칭밴드는 버지니아주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높은 수준이다. 지지난 주말에 버지니아 주 전체 경연대회에 나가서 7등을 하고 돌아왔다. 그 때의 장면을 밴드 선생님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2024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