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코난군의 17살이 되는 생일이었다.
극장이나 볼링장에서 하는 생일 파티는 어린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좋아하지 않았고, 집으로 친구들을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초대하고 저 친구를 안부르면 그 둘이서 나중에 이야기를 하다가 섭섭해 할 일이 생기니,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최소한 30명은 불러야 한다고 했다. 우리집이 무슨 성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초대하느냐며 설왕설래 하다가 고심해서 줄인 인원이 20명이었다 ㅎㅎㅎ ㅠ.ㅠ
지난 홈커밍 파티와 할로윈 파티를 친구네 집에 가서 했는데 그 때 수 십 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북적거리며 놀았던 것이 어지간히 좋았던지, 자기 생일에도 그렇게 많은 친구들을 불러서 놀고 싶다고 하는데…
미국인들과 달리, 우리집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집안이 붐빈다고 해서 집 안팎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또한, 개나 고양이를 키우며 실내 위생에 신경을 덜 쓰는 친구네 집과는 달리, 우리집은 아직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집이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그것도 부주의하게 노는 십대 아이들을 스무명이나 초대하는 것은 무척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원하는데 내가 조금 더 노력해서 하게 해주어야지…
일단 많은 수의 인원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도를 궁리해 보았다.
창고도 화장실도 침실도 우리집의 모든 문은 같은 크기 같은 색이어서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화장실 문마다 화장실이라는 표시를 써두었다. 현관에서 들어오면 지하실로 내려가는 곳까지 풍선을 길에 이어서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지하실에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다보면 화장실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현관문 가까이 있는 화장실도 사용하도록 코난군에게 당부해 두었다.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이 또래 아이들에게 음식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닐 것 같았다. 먹을 거리가 흔한 환경이기도 하고 먹는 것 보다는 여러 명의 친구들이 왁자지껄 이야기하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아서 음식은 마트에서 사온 것으로 차려내고, 대신에 파티 분위기를 살려줄 장식에 더 신경을 썼다.
풍선 안에 불이 켜지는 것도 사오고 헬륨 탱크도 사와서 풍선을 불어놓으니 천정에 풍선이 두둥실 떠있어서 파티장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직접 운전해서 오는 아이들에게 우리집을 잘 보이게 하려고 불켜지는 풍선을 길목에 달아두기도 했다.
역시나 내 짐작대로 아이들은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서 과자 봉지는 아예 뜯지도 않았고 핏자와 냉동 치킨, 과일과 음료만 먹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하나가 지하실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고, 지하실에 있는 기기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기도 했다. 탁구와 당구를 치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나는 거실에서 들어오는 손님을 지하실로 안내하거나 떠나는 손님을 배웅하기만 하고,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게 하려고 일부러 지하실에 내려가지는 않았다. 두어시간쯤 놀다가 코난군이 지금 케익에 촛불을 켜면 좋겠다는 문자가 와서 그제서야 지하실로 내려갔다. 우리집 지하실이 넓기는 해서 스무명이 넘는 아이들이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 예전 집에 살았더라면 이렇게나 많은 손님을 치를 수 없었을 것이다.
스무명만 초대한다더니,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고 세어보니 스물 네 명이나 손님이 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커서 그런지 물건을 깨거나 하는 말썽 없이 잘 놀았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놀던 아이들은 남은 음식을 부엌으로 옮겨다주고 청소까지 말끔하게 해주고 갔다. 내년에는 서른 명을 초대해서 파티를 해주어도 될 것 같다.
2024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