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금요일, 12월 6일 저녁에는 우리 마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있다. 아이들이 다 커서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구경을 더이상 안갈 줄 알았지만, 마칭밴드가 퍼레이드의 주역이기 때문에 둘리양이 마칭밴드를 하는 한,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해서 퍼레이드 구경을 가게 되었다.
퍼레이드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겨울 외투를 입고 있으니 괜찮지만, 퍼레이드를 하는 마칭밴드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어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다.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크리스마스 문양이 들어간 스웨터는 미국인들이 12월에 즐겨 입는 옷이다. 유치찬란한 문양이 들어가서 어글리 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못난이 스웨터 쯤 될 것 같다.
둘리양이 퍼레이드를 할 때 입히려고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한 벌 떴다. 목둘레의 눈송이 무늬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어서 뜨기가 쉬웠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인터넷으로 다른 무늬를 더 검색했다. 산타가 썰매를 몰고 가는 그림을 찾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몇 단 몇 코에서 무늬를 넣어야 하는지를 표시한 도안은 돈을 내고 구입해야만 했다. 스웨터 살 돈 마저 절약하려고 털실을 샀는데 도안을 사는데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모눈종이를 펼쳐놓고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점 한 개 한 개를 세어가며 따라 그리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뜨개질에 재미가 들어 이것저것 만들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한코 고무단을 깔끔하게 돗바늘로 마무리하는 법이라든가, 흔들코를 잡아서 고무단이나 목둘레의 시작이 잘 늘어나고 편안하게 되는 법은 이제 아주 익숙하게 할 수 있다.
스웨터를 만들고 남은 흰 실은 반짝이 실이 한 가닥 들어가 있어서 불빛에 비치면 반짝거리는데, 그 실이 많이 남아서 목도리도 떴다. 추운 날씨에 퍼레이드를 하는 둘리양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 다음 주 금요일인 12월 13일에는 우리 학과의 마지막 교수회의가 있는 날인데, 둘리양의 스웨터를 빌려 입고 참석할 계획이다. 둘리양은 나와, 코난군은 아빠와 비슷한 신체 사이즈여서 서로 옷을 빌려 입기가 좋다.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맛보라고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가 있는 집에는 김치와 함께 아이 선물도 주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바깥놀이 시간에 나가서 놀기 때문에 모자나 장갑 같은 겨울 소품을 자주 착용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 아이가 어리고 유치원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입고 벗고 하다보니 장갑이나 모자를 분실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런 분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모자와 목도리와 장갑을 일체형으로 만들었다. 이건 인터넷에서 찾은 디자인이 아니고 순전히 내가 생각해낸 디자인이다 🙂 물론 모자 뜨는 법과 장갑 뜨는 법은 인터넷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선물을 받아간 날 저녁에 곧바로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모자와 목도리와 장갑이 모두 하나로 붙어 있어서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너무 좋다며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 임용된 문교수는 아직 젊은 남자 교수인데 사흘 전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 우리집 코난군도 이맘때 태어났는데 문교수의 아들도 추수감사절에 가까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마도 친구들 불러서 하는 생일 파티가 쉽지 않을게다 ㅎㅎㅎ 그래서 부모에게는 잘 된 일이다.
코난군은 최근에서야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친구들이 모두 명절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야 해서 파티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족끼리 오붓한 생일겸 명절을 보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둘리양이 내려와서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처음으로 입어 보았다. 모델이 아름다우니 스웨터가 갑자기 몇 배로 더 예뻐보였다. 소매 길이와 품이 넉넉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아주 마음에 든다.
2024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