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번째 금요일이었던 6일은 맑은 날씨이기는 했으나 기온이 무척 낮아서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이었다. 해가 진 저녁 시간에는 기온이 더 내려가서 화씨 20도, 섭씨로는 영하 6-7도가 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정되었던 마을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는 진행되었다. 추운 날씨에 연주하며 행진하는 둘리양을 응원해주어야 하니 꽁꽁 싸매고 거리로 나갔다.
코난군은 동생의 응원보다도 친구들과 어울려 퍼레이드 구경을 하는 것이 좋아서 일찌감치 나가서 자기들끼리 저녁을 사먹고 퍼레이드 구경을 하고 돌아왔는데, 친구들 중에 운전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내가 따로 데려다 주거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둘리양도 고등학교 버스로 퍼레이드 장소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오기 때문에 내가 따로 신경쓸 일이 없었다. 두 아이들이 어릴 때는 겨울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붐비는 다운타운에서 주차 자리를 찾아 헤메고 퍼레이드가 잘 보이는 장소로 걸어가는 동안 아이들이 넘어질까 잃어버릴까 소변이 마렵지 않은가 등등 무척 많은 신경을 쓰고 다녔는데 이제는 홀가분한 자유 엄마가 되었다.
둘리양에게 내가 뜨개질해서 만든 크리스마스 스웨터와 목도리를 주고, 기온이 급강하해서 추우니 모자도 따로 챙겨주었다. 클라리넷은 장갑을 끼고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싸구려 장갑 한 벌을 손가락 끝부분만 잘라서 챙겨주려고도 했지만 중2 둘리양은 그 모든 걸 거부했다. 목도리라도 좀 두르지… 퍼레이드 하고 있는 둘리양을 보니 모자도 안쓰고 목도리도 안두르고… 스웨터를 입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이 날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비디오 녹화를 위해 폰을 들고 몇 분 있는 동안에 내 손가락이 얼얼해졌는데, 맨손으로 클라리넷 연주를 하던 둘리양은 얼마나 추웠을지… 그래도 자기가 선택한 추위이니 잘 견뎠을게다. 마침 다음날이 주말이니 감기에 걸리더라도 주말 동안 쉬면서 회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블랙스버그 고등학교 휘장 뒤로 마칭밴드가 연주를 하며 다운타운을 걸어가는데, 아직 고등학생도 아닌 중2 소녀 둘리양이 씩씩하게 잘도 행진하며 지나갔다. 마칭밴드를 하면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고등학교와 고등학생의 생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2년 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생활을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퍼레이드를 마치고 돌아온 둘리양은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고 춥지도 않았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 다음다음날인 일요일은 우리 동네 킵스팜 주민들의 쿠키 교환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둘리양에게 어떤 쿠키를 구울지 찾아보고 고르라고 하니 페퍼민트 캔디를 갈아서 뿌린 초코렛 쿠키를 골랐다.
학기말이라 바쁘지만 출퇴근 하는 길 도중에 월마트가 있어서 미리 쿠키 재료를 사다놓을 수 있었다.
재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쿠키를 굽는 것은 둘리양과 함께 하기 때문에 즐겁고 쉬운 일이다. 열 세 가정이 참가해서 열 세 가지 종류의 쿠키를 맛보는 것은 참 행복한 놀이이다. 쿠키 레서피도 동봉하는 것이 규칙이어서 먹어보고 맛있는 쿠키는 직접 만들어 더 먹을 수도 있다.
올해에도 둘리양은 스펠링비 대회에 참가했는데 자기 학년에서는 우승을 했지만 전교 대회에서 일등을 하지는 못해서 교육청 대회에는 나가지 않는다. 라이드를 안해주어도 되어서 나에게는 잘 된 일이다.
학년 우승자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전교 대회를 했는데 전교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상장을 받았다. 아래 사진에서 둘리양은 화살표로 표시했고, 맨 오른쪽 초록색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은 남자 아이는 2년전 교육청 대회에서 둘리양을 이긴 아이이다. 그 아이 옆의 인도계 여자 아이가 올해 교육청 대회에 나갈 최종 우승자이다.
학교 소식지에 이 사진과 학년별 우승자 이름이 소개되었다.
2024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