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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글은 둘리양의 재주를 자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픈 지병이 있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지난 5월 11일은 미국의 어머니 날이었다. 매년 두번째 일요일로 지정해서 지키는 어머니 날은 6월의 세번째 일요일인 아버지 날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는 분위기인데, 아무래도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들이 자녀를 양육하는 일차적 책임을 크게 지고 있어서인가 짐작한다. 하지만 이런 날에 나도 어머니 날을 축하 받겠노라고 온가족을 대동해서 외식이라도 나갔다가는 붐비는 사람들에 치어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도 힘들고 빈 테이블이 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는 갖고 싶은 것을 이미 다 가졌고, 바가지 써서 사온 꽃 같은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그 날 저녁에 둘리양이 내 앞에 툭 하고 내민 것은 직접 그려 만든 앙증맞은 카드였다. 손가락 길이 만한 작은 카드에 세필로 예쁘게 그리고, 명암을 살려 채색도 참 잘 했다. 일요일이지만 각자 바쁜 가족들을 따라다니며 엄마 몰래 싸인도 다 받아서 온가족이 축하해주는 어머니 날 카드를 받게 되었다.

둘리양은 이제 아트 레슨을 따로 받지 않아도 지역 미술관에 선발되어 전시할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실력을 갖추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피아노 레슨도 남몰래 혼자 연습해서 이제 제법 어려운 곡도 곧잘 연주할 수 있다. 오직 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것만으로 클라리넷은 또래 아이들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되었다. 육상 허들 종목은 버지니아주 내의 모든 중학생 선수들 중에서 50위권 안에 들어서 이번 주말에 주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생긴 것은 꽃보다 더 예쁘고, 야무진 행동거지는 엄마가 잔소리할 틈을 주지 않고 제 할 일을 스스로 잘 챙긴다. 올 에이 성적표를 받은 것은 지난 번 글에서 썼고… 코난군과는 의리있는 남매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일 밤 엄마의 굿나잇 키스를 받아야 할 정도로 엄마를 사랑한다. 아빠하고는 성품이 닮은 점이 많아서 서로 잘 통하는 돈독한 사이이다.

이렇게 완벽한 아이를 두어서 마냥 행복하다. 그런데 둘리양의 학교 소식지를 읽거나 학교 행사에 가보면 둘리양 만큼이나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고 똘똘한 아이들이 보인다. 나는 사촌이 땅을 사건 집을 사건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지, 둘리양 만큼이나 잘난 아이들을 보면 참 흐뭇한 마음이 든다. 저 아이가 저렇게 잘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해보면 기특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잘난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잘 커서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라는 말이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둘리양처럼 예쁜 짓만 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무엇이든 한 번 설명하면 금방 알아듣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며 매사에 예의바르고 내가 베푸는 호의와 도움을 감사히 여기는 특징이 있다. 엊그제 집으로 소포가 배달되었는데 지난 주에 졸업을 한 학생 – 즉 하나에서 열 까지 모두 다 잘 하는 예쁜 학생 – 이 감사 카드와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카드에 또박또박 적은 내용이 나를 무척이나 흐뭇하게 만드는 내용이어서 여기에 기록해둔다.

You are an incredible person and teacher.
Every time I was in you class I was fascinated by what you were teaching. You helped me immensely in preparing me for my own classroom. I will never forget it. You are so compassionate & kind towards everyone you meet and I am so lucky to have met you. I hope our paths continue to cross in the future.
Thank you.
챗 지피티에게 번역을 시켰더니 읽기 민망할 정도로 써주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훌륭한 선생님이에요.
당신 수업을 들을 때마다 항상 깊이 빠져들었고, 당신의 가르침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제 자신의 교실을 준비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그런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연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학교 컴퓨터 학과 이교수님도 고마운 일이 있으면 그냥 넘기는 일이 없이, 받은 것보다 더해서 답례를 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방학을 해서 시간 여유가 생긴 남편이 이교수님 집 환풍구에 새가 들어와 집을 짓지 못하도록 장치를 해주었는데 그 일이 고맙다며 근사한 회초밥 식사를 대접했다. 나는 한 일도 없이 남편 덕분에 덩달아 맛있는 밥을 얻어 먹어서 즐거웠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다니러 오신 이교수님의 어머님과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았다.

이제 아이들도 방학을 했거나 곧 한다. 고등학생들은 학업성취도 표준평가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만 해당 시험일에 등교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이미 방학을 했다. 둘리양은 아직 중학생이어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등교를 해야 하지만 사실상 수업을 받지는 않고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나간다거나 운동회, 영화 관람, 등으로 수업일수를 채우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둘리양이 선물을 드리고 싶은 선생님이 몇 분 있다며 쇼핑을 하도록 데려다 달라고 했다. 자기 용돈 규모에 맞추어 역사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에게 드릴 선물을 골라서 샀다. 카드는 자기 방에서 한동안 잠잠히 들어앉아 있다 싶더니 이런 걸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역사 선생님은 팬다곰을 좋아해서 교실 장식을 팬다 무늬가 있는 소품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카드에도 귀여운 팬다곰을 그렸다. 영어 선생님은 아마도 고양이를 좋아하시나보다.
예전에 월마트에서 카드를 만들 수 있는 도톰한 종이 한묶음을 사주었더니 이렇게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모처럼 여름 학기 강의를 하지 않고 집에 있게 된 남편과, 엄마의 손길이 이제는 많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은 집에 두고 나는 출근해서 여름 학기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다가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코난군 자랑 글을 쓸 계획이다 🙂
2025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