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방학을 맞이해서 집에서 머물고 있다. 나도 여름 학기 강의 준비를 잠시 쉬고 집에 있는데 식성이 제각각인 가족들에게 밥을 해주는 어려운 일을 좀 더 잘 해보려고 중고 가게에 가서 1달러 짜리 요리책 두 권을 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별별 요리 레서피가 다 나오지만, 그것은 내가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겠다 하고 결정했을 때 도움이 될 뿐,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하면 좋을까 하고 궁리하는 단계에서는 요리책을 뒤적이는 것이 인터넷 검색보다 낫다.


토마토 숩이나 칠리를 잘 먹는 아이들에게 비슷한 요리를 해주려고 숩과 스튜 요리책을 사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 피자 요리책을 1달러씩 주고 샀다. 나중에 자세히 읽어보니 피자 책은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이라는 레스토랑에서 팔고 있는 메뉴에 조리법을 소개한 것인데, 한국에도 체인점을 열고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오너가 출판한 것이었다.
가장 첫번째 요리로 선정한 것은 생강을 넣은 쇠고기 야채 스튜였다.

쇠고기와 야채가 들어가는 것인데 약간 오리엔탈 느낌이 나도록 생강을 넣은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 중에서 드라이 셰리 라는 것이 있었는데, 말린 체리의 오타인가? 하면서 검색해보니 양주의 일종인 셰리 (그 중에서도 드라이한 맛) 를 말하는 것이었다. 서양 요리에 자주 넣는 술이라고 하는데, 우리집에는 없는 재료이고 마트 술 코너에 가더라도 드라이 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는, 술에 대해서는 일자무식한 나로서는 무언가 대체재를 사용하는 것이 나을 듯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화이트 와인이 가장 비슷한 맛과 향을 낸다고 해서 샤도네이를 한 팩 사왔다. 다른 재료는 별다를 것이 없고, 생강 대신에 생강 가루를 쓰고, 갈아놓은 홀스래디쉬 (이게 바로 진짜 와사비) 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러면 날 생강을 갈아 넣은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날 것 같아서이다.
대부분의 숩이나 스튜의 조리법이 그러하듯 (한국 음식 중에 국과 탕도 그러하다) 재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푹푹 끓이기만 하면 된다 🙂





들큰하고 안매운 쇠고기국 같은 맛이 났는데, 가족들의 평가는 신통치 않았다. 스튜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아예 맛을 보지 않았고, 둘리양에게 한 입만 먹어보라고 했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달아났다 ㅠ.ㅠ
코난군에게는 별점을 매겨보라고 하니 별 세 개를 주었다. 그나마 쇠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그 정도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별점의 대략적인 기준은 이렇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별 한 개: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음
별 세 개: 그럭저럭 먹을 만함
별 다섯 개: 내일 또 먹을 수 있음
별 두 개와 네 개는 그 사이 어디쯤
평가 기록의 편의를 위해 반 개는 없음
2025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