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이라는 레스토랑의 주인이 미국 각지는 물론 외국에서도 만들어 팔고 있는 피자 레서피를 책으로 만들어 소개했다. 중고 가게에서 1달러 주고 사온 요리책은 이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 하나로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한다.

피자를 만드는 법은 대동소이하다. 도우를 만들어서 토핑과 치즈를 얹고 오븐에 구우면 끝. 피자 도우는 만드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크다. 이스트 발효를 잘 해야 하고 반죽을 얇고 편편하게 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량컵 계량 스푼으로 밀가루, 이스트, 소금 등의 재료를 정밀하게 계량해서 넣는 것이 신경쓰이고 귀찮아서 마침 팬트리 안에 있던 반죽 믹스를 사용했다. 물 양만 계량컵 눈금을 정확하게 맞추면 되니 한 봉지에 2달러 정도 하는 값으로 편리함을 구매한 셈이다.

여름에는 실내온도에서도 반죽 발효가 잘 되는 편이지만, 그래도 신속하고 충분한 발효를 위해서 전자렌지를 사용했다. 물 한 컵을 전자렌지에 넣고 1분 정도 돌리면 렌지 내부가 아주 따뜻하고 습도도 높아지는데 거기에 반죽한 도우를 넣고 30분 정도 두면 발효가 잘 된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전자렌지 발효가 큰 도움이 된다.

발효를 기다리는 동안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닭가슴살을 살짝만 굽는다. 나는 닭가슴살 중에서도 안쪽에 붙은 텐더로인 고기를 구웠는데, 마트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고 아트 선생님이 남편 직장에서 납품하고 남은 것을 나눠준 것이었다. 마트에서 사먹는 닭고기에 비해 아무런 잡내가 나지 않고 무척 신선해서 양념을 따로 하지 않고 굽는데도 맛있는 냄새가 났다.

닭고기를 너무 익지 않게 후라이팬에 구운 다음에는 냉장고에 넣어서 식히고, 식힌 다음에는 바베큐 소스를 뿌려 버무린다. 다른 토핑 재료는 양파와 실란트로이다. 양파는 가능한한 얇게 채썰기 하라고 했다. 실란트로는 아주 소량만 필요한데, 만약에 마트에서 파는 한 묶음을 샀더라면 10분의 1도 사용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냉장고에서 시들어 가다가 썩어서 버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마당에서 자연발생한 실란트로 덕분에 (작년에 씨를 뿌려서 키웠는데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를 뿌려서 올해에는 스스로 자랐다) 이파리 서너 개만 뜯어와서 넣으니 돈도 절약하고 신선한 실란트로 향을 살리기도 좋았다.

발효가 잘 된 반죽은 밀대로 넓고 얇게 밀어서 오븐에 한 번 구워야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도우를 미리 구워야 하는 것을 몰라서 생 반죽 위에 토핑을 얹었더니 반죽이 팬에 들러붙어서 아주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그 시절에 피자 굽는 돌판을 샀다가 반죽이 들러붙는 것이 너무 귀찮아서 안쓰고 처박아 두었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꺼내서 사용했다. 철판에 도우를 살짝 구운 다음에 피자 팬에 놓고 토핑을 얹어 구우면 전혀 들러붙지 않는다.

구운 도우에 바베큐 소스를 먼저 바르는데, 나는 피자 본연이 맛도 살리고 싶어서 바베큐 소스와 토마토 소스를 반반 섞어서 발랐다. 소스 다음에는 모짜렐라 치즈, 그 다음에 닭고기와 양파를 얹는데, 이 순서대로 하면 치즈가 접착제 역할을 해서 토핑이 도우에 잘 붙어 있게 된다. 실란트로를 살짝 뿌리고 마지막으로 치즈를 한 번 더 뿌린 다음 오븐에 구우면 완성이다.

오븐의 온도는 화씨 450도, 섭씨 232도로 꽤 높은 편이다. 고온에서 바삭하게 구우려고 그러는 것 같다.
완성된 피자를 가족에게 서빙했더니 모두가 맛있다며 여러 조각을 먹었다. 코난군은 별 다섯 개!를 외쳤고, 남편은 내가 별 다섯 개?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절대 말하지 않는 둘리양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평가도 틀림없이 별 다섯 개 였을게다.

있는듯 없는듯 살짝 뿌린 실란트로가 양파와 합을 이루어냈고, 싱싱한 닭고기는 질기지 않고 퍼석하지도 않아서, 정말 맛있는 피자가 되었다.

2025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