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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장난 악기 때문에 친구의 것을 빌려서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장인은 도구 핑계를 대지 않는다더니 둘리양도 빌린 악기로 오디션에 합격했다 🙂
2025-2026학년도 동안에는 코난군과 둘리양이 함께 로녹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게 된다.
매주 일요일에 로녹까지 라이드를 해줄 남편이 한 번 라이드에 두 아이를 데리고 오갈 수 있으니 힘은 들어도 보람이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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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학기 강의는 지난 월요일에 마쳤고 그 이후 매일 출근하며 연간 보고서를 작성했다. 방학이긴 해도 오전 9시 이후에는 연구실 가까운 주차장이 차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 아이들이 아직 등교를 하지 않으니 아침을 챙겨주거나 등교하는 모습을 봐주지 않아도 되니까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준비해서 집을 나설 수 있어서 좋다. 오늘 아침은 학교에 7시 45분에 도착해서 아주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이메일을 읽고 보내고 그렇게 해도 오전 9시가 안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다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하느라 아무리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해도 9시 전에 연구실로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빠와 함께 집에 있으라고 아이들을 두고 출근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둘리양이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가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돌아올지만 미리 알려주면 굿바이 키스가 없어도, 심지어 엄마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둘리양은 엄마없이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에는 저녁 시간에 마칭밴드 연습이 있어서 낮에는 집에 있다가 오후 5시까지 블벅고 밴드교실로 혼자 걸어가서 연습을 하고 마치는 시간에는 내가 차로 데리러 간다. 걸어와도 5분도 안걸리는 거리이지만 하루 종일 헤어졌던 엄마도 만나고, 연습하느라 피곤한 다리를 쉴 겸, 해서 내가 데리러 가고 있다.

올해의 마칭밴드 주제는 뭐라더라? 깊은 숲속에서? 뭐 그런 주제였던 것 같다.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주제곡이 첫번째 파트이고 지난 주 한 주간 동안 연습해서 처음과 두 번째 파트는 이미 연습을 마쳤고 세 번째 파트는 아직 연습중이다. 보통 대여섯 개 파트가 전체 쇼를 구성한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한 주간 맹연습으로 완성한 두 개의 파트를 가족들을 초대해서 보여주었다. 이 날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정도로 흐린 날씨여서 고등학교 강당에서 연주를 했다. 야외공연이었다면 대열을 바꾸어가며 연주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겠지만 이 날은 제자리에서 연주했다.

작년 이맘때 중고로 사준 클라리넷이 작은 문제를 일으키곤 하다가 공연 바로 전 날 연습 도중에 아예 어느 부분이 분리가 되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친구 하나가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바꾸면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클라리넷을 빌려주었는데, 그것 역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손질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참에 새 악기로 바꿔줄까 하고 알아보니, 지금 사용하는 것 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은 나무로 만든 것이어서 야외에서 연주하는 마칭밴드 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새로 사주자니 현재 악기를 잘 수리하면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가 된다.
그런데 둘리양의 속마음은 아무래도 새 악기가 갖고 싶은 모양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이 전해져왔다 ㅎㅎㅎ

한국에 있는 둘리양의 고모가 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했었는데 잘 관리되어서 지금도 꽤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을 악기를 둘리양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나무로 만든 고가의 악기여서, 이걸 받게 되면 학교 밴드 수업과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같이 실내에서 연주할 때 사용하고, 마칭밴드에서는 지금 쓰고 있는 플라스틱 클라리넷을 잘 수리해서 연주할 계획이다.

둘리양의 예술감각은 나날이 발전해서 이런 것도 만들었다. 아크릴 미디엄 이라는, 나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물질을 사용하면 이렇게 천에다 그림을 그린 후에 세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프린트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디엄 이라는 것은 아크릴 물감용, 유화용,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도 둘리양 덕분에 배웠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둘리양이 혼자 방 안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 알지 못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니 물감에 섞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원본 그림을 인터넷에서 보고 따라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색감을 재현해 내고 얼굴과 손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하는 일이 아니다. 재주 많은 둘리양이 자랑스럽다 🙂

2025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