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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첫번째 주말은 부활절이었는데 아이들의 학교 봄방학과 겹쳤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학교를 쉬니 제법 긴 방학이지만, 부모의 학교 봄방학과 맞지 않아서 가족 나들이는 할 수 없었다. 대신에 코난군은 작년 여름에 다녔던 독일어 아카데미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했다. 모두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코난군만 제외하고 다들 직접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봄방학 동안에 멀리 여행을 가자고 의논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버지니아 비치에 가자고 말이 나왔지만, 우리집에서 너무 멀어서 (편도 다섯 시간 거리) 데려다주기가 힘들고, 또 바닷가 도시는 유흥가와 가까이 있고 다른 여행객들도 뜨내기 젊은이들이 많을터, 아무래도 아이들만 여행을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다들 열 여덟 열 일곱 살 나이에 덩치는 어른이지만 아무래도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한 시기이니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을 여행지로 선택했으면 했다.

아이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작년 독일어 아카데미가 있었던 렉싱턴과 인근한 부에나 비스타 였다. 두 도시는 바로 이웃해 있는 작은 마을이고 근처에 산과 강이 있고, 작년에 즐거웠던 워싱턴앤리 대학교 캠퍼스를 다시 방문할 수도 있는데, 우리집에서 데려다 주기에도 두 시간 남짓한 거리여서 좋았다.

에어비앤비 숙박을 예약하고 체크인 하는 것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여서, 코난아범이 예약을 해주고, 코난군을 데려다주러 가서 체크인과 아웃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2박 3일 동안의 모든 일정은 아이들끼리 의논을 하고 정했다. 가정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에어비앤비 에서는 식사 준비를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뭘 해먹을지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다같이 마트에 가고 하는 모든 일이 즐거운 놀이였을 것이다.

부에나 비스타와 렉싱턴 중간쯤에 악마의 돌밭 (Devil’s Marbleyard)라 이름붙인 산이 있는데, 산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돌을 덤프트럭으로 쏟아부은 듯, 거대한 돌이 산비탈에 쌓여있는 곳이라고 한다. 거기를 등산하기도 하고, 강물에 몸을 던져 물놀이도 했다. 4월 초순의 날씨는 아직 물놀이 하기에는 쌀쌀했을 것 같지만, 피끓는 열 여덟 청소년들이 등산까지 했으니 차가운 강물로 몸을 식히기에 좋았을 것 같다.


워싱턴앤리 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디너를 먹기도 했는데, 이 식사를 위해서 모두들 점잖은 옷을 한 벌씩 챙겨오자고 미리 의논을 했다. 원래 청소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이다 ㅎㅎㅎ 어른 흉내 중에서 안전하고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찬성이다.


작년 11월 코난군의 생일 파티에서 멀리서 와준 친구들이 그대로 다시 뭉친 것이다. 다들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어서 부모 마음에도 흡족한 친구들이다. 각기 다른 대학으로 가게 되지만 여전히 서로 연락하며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