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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화요일인 5월 12일 오후에는 명왕고 테니스부의 지역 리그 마지막 경기가 있었다. 보통 마지막 홈 경기를 할 때 시니어 나잇 이라고 해서 졸업하는 선수들을 축하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테니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목의 스포츠 팀과 마칭밴드, 연극부, 등등에서 각자 졸업생을 치하하는 이런 이벤트를 한다.

마트에서 주문한 케익에는 졸업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새겨넣고 코트와 주변을 파티 분위기가 나도록 꾸며두기도 했다. 이번에 졸업하는 남자팀 선수들은 코난군까지 모두 네 명이고 여자 테니스팀에는 오직 한 명만 졸업을 하나보다. 남자팀과 여자팀은 학교 코트를 나누어 써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홈 게임과 어웨이 게임을 번갈아 하고 연습도 이른 시간 늦은 시간으로 나누어 하느라 서로간에 교류할 기회는 거의 없다.

홈게임을 하는 날은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집에서 걸어가서 잠시라도 코난군의 경기를 보곤 하는데, 이 날은 시니어 나잇이니 꼭 참석해 달라는 코치 데에빗의 부탁이 따로 있어서 코트에 응원을 나갔다. 이 날의 상대팀은 로아녹 근교에 있는 히든벨리 고등학교였는데 그 일대에서는 가장 부촌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이들의 테니스 실력도 좋고 멀리서 응원하러 온 학부모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명왕고 아이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이 날 홈 경기도 승리했다.

시니어 나잇을 축하하기 위해서 사진사를 불렀더니 경기중인 아이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찍어주었다.
코난군은 아빠로부터 바른 자세와 정통 테니스 기술을 배웠고 또 스스로도 가장 정석으로 테니스를 하는 로저 페더러 선수를 좋아해서 닮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승부의 결과와 무관하게 테니스를 하는 모습이 참 멋있다. 이 날은 파란색과 흰색 두 가지 유니폼 중에 흰색으로 맞춰입기로 했는데 코난군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흰 셔츠가 무척 잘 어울렸다.
(그래그래… 어미의 눈에 콩깍지가 끼어서 그렇게 보였다…)


영국에서 시작된 테니스는 신사의 나라 스포츠 답게 경기장에서의 예절을 중요시 하는데, 이 또한 코난군을 더 멋져보이게 한다. 일부 미성숙한 후배 선수들은 경기가 잘 안풀리면 짜증을 내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하는데, 코난군은 스포츠맨쉽과 성숙한 태도로 그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준다.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팀캡틴을 맡은 코난군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팀을 격려하고 이끌어 나가는 일을 잘 해주어서 코치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하다가 코치 데이빗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년에는 학부모 자원봉사 코치로, 올해에는 정식 임용된 부코치로 도왔던 코난아범도 눈물을 글썽이느라 행사장이 잠시동안 숙연해지기도 했다.

졸업하는 선수들은 코치의 격려사와 함께 선물을 받았고, 선수를 뒷바라지 하느라 수고한 엄마들에게는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코난군의 테니스 뒷바라지를 한 것이라고는 시간 날 때 집앞 코트에 잠시 나와서 응원을 한 것이 전부이고,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자신의 라켓과 신발을 챙긴 것은 코난군이었으며, 유니폼 빨래를 해주고 부상당한 무릎에 얼음팩을 해주거나 보호대를 챙겨준 것은 남편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테니스 줄이 끊어지면 직접 매어주고, 신발에 구멍이 나면 수선해주고, 건강관리를 해준 것도 남편이다. 그래도 노란 장미가 든 꽃다발을 남편이 들고 있으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들고 사진을 찍었다 🙂


대학생이 된 선배들도 종강을 해서 집에 와있는 덕분에 시니어 나잇을 축하해주러 왔었다. 버지니아 공대로 진학한 선배 래리는 교내 아르바이트로 버지니아 공대 실내 테니스장 카운터를 보고 있는 덕분에 학기 중에도 코난군을 불러서 같이 테니스를 치기도 했는데 이제 코난군이 집을 떠나 대학을 가게 되어서 그건 좀 섭섭하게 되었다.

선물을 열어보니 스텐레스 물병에 레이저 조각기로 각 선수가 진학할 대학교 로고를 새겨 두었다. 코난군은 버지니아 대학교, 샘은 로체스터 대학교, 케이든과 솅은 버지니아 공대 이름이 새겨진 물병을 각기 받았다.


후배 선수들은 장식용 테니스공에 모두의 이름을 싸인해서 선물하기도 했고, 졸업한 선배들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만든 축하 카드를 전달했다.


지역 리그는 끝났지만 주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여전히 매일 방과후 연습을 했고, 엊그제 금요일로 학교는 마쳤지만 다음 주간에는 다른 도시로 가서 사흘간 대회에 참석하게 된다.
이 대회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있는 시상식에 참석도 못하고 초등학교에 가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못가게 되어서 아쉽다.
2025년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