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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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트리오 연주회 감상문

요즘 보영은 지도교수 선생님 연구때문에 평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음악회 감상 일정까지 거의 매주 잡혀있어 주말과 주중의 구별이 없이 그저 정신없이 살고 있슴다. 솔직히 이렇게 바쁠 땐 음학회 가는 것이 귀찮게 여겨질 때도 있고, 그 시간에 집에서 모자란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가지 않으면 언제 문화생활을 하겠나 하는 생각에 그 날 저녁도 학교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달력을 보니, 그 날은 2월 1일 설날일 뿐 아니라, 박사과정 세미나 수업이 하루 종일 있었던 날이군요.

뭔 트리오 이름은 아마데우슨데 연주할 레퍼토리는 모짜르트가 하나도 없노? 피아노를 연주할 한씨 성을 가진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표를 일찌기 구했던 덕인지 무대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좋은 자리더군요.

첫 번째 곡이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한씨 아줌마는 아마도 독일계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프로그램 해설을 읽어보니, 연주하고 있는 바이얼린은 170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소리도 더 좋은 듯 합니다. 잘 모르는 곡이라 확실치는 않지만 거의 연주의 막바지에 달한 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띠이~~용

아… 300년은 족히 되었다는 그 골동품 바이얼린의 현 하나가 끊어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갑자기 사람들이 동시에 연주를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게 음악의 한 부분인 줄 알았습니다 (네… 저 무지합니다…). 그런데 바이얼린 연주자가 끊어진 악기를 들어올릴 때 알았습니다. 관객들은 “괜찮다” 박수를 치고, 그는 횡횡히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첼로 연주자가 다음 곡을 미리 설명해주고, 또 작곡자에 얽힌 일화도 들려주고, 그러고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바이얼린 연주자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마 급히 새 현을 매어왔나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김박사 테니스 시합할 때 처럼 똑같은 바이얼린 두 개를 항상 가지고 다니다가 불시에 하나가 끊어지면 나머지 하나를 들고 바로 이어서 연주해야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아니겠냐고요… 김박사가 그러더군요… 300년 된 똑같은 바이얼린 두 개를 어디가서 구하냐고요… 맞습니다 맞구요…

중단된 연주는 처음부터 다시 하기엔 너무 길어서 (연주자가 그러는데 마지막 페이지였다네요) 마지막 부분만을 다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곡… 그리고 인터미션… 연주자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청중들은 박수를 보내고… 어라? 근데 저게 뭐야? 첼로 연주자 호주머니에서 뭔가 떨어진… 그것은… 바로 돋보기 안경의 렌즈였던 것입니다… 보영 뒷자리에 앉았던 미국인 아줌마와 보영은 동시에 그걸 목격했지만, 정작 안경 주인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냥 총총히 무대 뒤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것도 렌즈를 사뿐히 즈려 밟으며… 정말 압권이었던 것은, 연주자들이 나가고 나서도 계속 박수소리가 나자, 다시 무대로 나와서 인사를 한 번 더 하면서 또! 렌즈를 즈려 밟았다는 거죠. 무대로 나올 때, 그리고 다시 퇴장할 때, 그렇게 두 번… 그러니 총 세 번이나 육중해 보이던 첼로연주자에게 짓밟힌 안경 렌즈는 그래도 깨지지 않고 거기에 있었더랍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냐구요? ㅎㅎㅎ 그 미국인 아줌마와 보영이가 등을 떠밀어, 김박사가 무대 위로 줏으러 올라갔죠… 마침 그 때 공연준비 요원인 듯한 사람이 무대 뒤에서 그걸 가지러 나와서 잘 전해주었답니다.

음… 어째 음악회 감상문이라기 보다는 소동 보고서같다는 느낌이…ㅋㅋㅋ
암튼 연주회장에 직접 가지 않고서는 겪기 어려운 재미있는 사건이었어요.
레퍼토리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음악일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탱고와 유사한 분위기의 흥겨운 스페인 음악이었구요, 그래서 CD도 구입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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