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울지 마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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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2일을 죽음이라 부르자

막 꽃 피우려고 일어서던 꽃나무를 주저앉히는

저 어처구니없는 폭설을

폭설의 검은 쿠데타를

달리 뭐라 말하겠나, 죽음이라 부르자

이건 아니다

지붕이 무너졌다

서까래가 내려앉았다

도란도란 민주주의의 밥을 끓이던 부엌도 까뭉개졌다

냄비도 그릇도 국자도 숟가락도 파묻혀 버렸다

이건 아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

거대한 눈보라의 음모,

미친 바람의 장난,

아아 끝까지 막아내지 못하고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슬픈 두 눈의 대한민국을 죽음이라 부르자

하지만 2004년 3월의 죽음을

다시 겨울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일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전에

사랑을 끝낼 수는 없는 일

채 한 줌도 안 되는 금배지들보다는

우리가 힘이 세다

국민이 힘이 세다

삽을 든 자는 삽으로 검은 눈더미를 치우자

펜을 가진 자는 펜으로 정면 대응하자

돈을 가진 자는 돈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자

빈주먹밖에 없는 자는 빈주먹으로 저항하자

사랑해야 할 것과

결별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으니

울지 마라, 대한민국!

울지 마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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