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회 이사의 글
과연 16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또한 정치인인 대통령의 지지정당 발언이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16대 국회의 행태를 보자. 친일규명특별법안을 누더기로 만든 것이라든가 4당 합의로 정개특위에서 만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 회기 종료를 불과 20분 남겨두고 수정안을 제출한 것에서는 최소한의 정치 도의도 보이지 않는다. 오만방자한 대통령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호언하는 근엄한 야당 대표의 표정에서 오히려 더 오만한 의회 권력의 방자함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위법사항이어야 한다. 선거법을 위반한 최초의 대통령이란 표현도 지나치다. 오히려 선관위가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낼 권위의 상징인 대통령에게까지 처음으로 경고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희망을 걸어 보고 싶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정치 공해’를 없애는 일이다. 정치 공해의 으뜸은 정경유착이고, 정경유착은 표만 따라다니는 소신 없는 정치인에 비하여 확고한 정치철학과 정책을 가지고 표를 모으려는 정치 지도자가 드물기 때문에 빚어진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불법 정치자금을 근절시켜야 한다. 언필칭 경제발전을 내세우며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이것도 불법의 당사자인 정치인들이 주장해서는 안 된다. 지난 정권 하에서 경제발전을 내세우며 민주화를 유보하는 데 앞장섰던 정치인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의 뒷전에서 검은 주머니를 차고 온갖 권세와 치부를 누리지 않았는가. 그들은 아직까지도 그 시절, 그 때의 논리를 내세우며 특권을 누리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정치 공해를 없애려면 정치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들은 지금까지 스스로 개혁을 하겠다고 구두선처럼 외고 다녔지만 그들에게서 정치개혁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것을 16대 국회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방탄국회, 부패국회로 오명을 남긴 16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으로 국면전환을 바라기 전에 당리당략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어째서 16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오명에 오명을 덧칠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