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방문기 제 1편: 비자때문에
너무나 좋았던 한국방문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하여 방문기를 써보려 합니다. 읽어보시고 첨삭이 필요한 부분은 친지 여러분께서 또한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보다 진솔한 글쓰기를 위해 존댓말을 쓰지 않는 점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___^
나는 왜 졸지에 한국엘 다녀오게 되었을까? 답은 제목에 썼듯이 비자때문에…
내가 미국 유학을 오기로 한 건 원래 1999년 여름이었다. 그래서 5년짜리 학생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은 2004년 여름이다. 그런데 직장 사직 문제로 유학을 한 학기 늦추었고, 석사학위를 받은 후 다시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하다보니 아직 학위를 받고 취업비자로 바꿀 시기는 멀었는데 학생비자가 만료되게 생긴 것이었다. 학교 본부에 알아보니, 내가 정상적인 학생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미국 내에서 체류하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만일 외국엘 나갔다가 미국으로 재입국을 할 경우에는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했다.
처음엔 비행기값이며 여비가 아까워서 그냥 버텨볼까 했으나, 내년에 캐나다에서 있을 학회에 참석할 확률이 높은데 비자가 문제될 것 같기도 하고, 또 마침 코스웍이 끝나서 학교에 매일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지도교수님과 다른 여러 교수님들께서 조교 업무에 편의를 봐주셔서 학기 중간에 싼값으로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한국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다니러 간다는 소식에 친정 부모님은 눈물이 나도록 반가워 하시며 비행기값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올해가 환갑이신 아버지께 그 만큼의 선물은 못해드릴 망정 염치없이 여비를 어떻게 받아쓰겠냐는 남편의 의견으로, 항공권은 우리 부부가 허리를 졸라매고 구입했고, 아버지께서 주시는 돈은 한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경비로 쓰기로 했다. (아부지 정말 감사합니다!)
4월 5일부터 29일까지 3주가 조금 더 되는 일정을 잡아두고 무지하니 바빴다. 출발하기 전까지 세 편에 달하는 종합시험 페이퍼를 써서 제출해야 했고, 학부 학생들의 교생실습 지도를 마무리해서 보고해야 했으며, 내 논문을 위한 자료수집차 헤드스타트 어린이들의 신체지능발달 검사도 거의 매일 계속되었다.
그리고 선물사기, 가방싸기, 냉장고 정리와 밑반찬 만들기…
선물을 사러 다니면서는 정말 괴로운 순간이 많았다. 선물을 받으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면 제대로 근사한 선물을 장만하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서 자꾸만 오그라드는 손… 평소에 돈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지만 그 때 만큼은 우리가 돈이 좀 더 많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시…
남편은 오랜 싱글생활로 다져진 터라 혼자 지내는 것에 대해 별 걱정이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한국엘 간다는 미안한 마음에, 바쁜데 시간 낭비한다는 우려를 들어가며 장조림과 몇 가지 밑반찬을 만들었다.
4월 5일 새벽, 잠에서 덜깬 눈을 부비며 어제 싸두었던 가방을 차에 싣는데,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 한 권이 더 들어있고, 내가 싸두었던 형태와 뭔가 다르다. 내가 자는 사이에 남편이 짐가방을 한 번 더 열어보고 보살폈던 것이다. 아흐… 감동…